코리안 더비[GⅠ] 우승 ‘퀸즈블레이드’ 살펴보니

김시용 프리랜서 2014-05-28 조회수 3539
[일요신문] 지난 18일 치러진 코리안더비(GⅠ) 대상경주는 ‘퀸즈블레이드’가 우승했다. 퀸즈블레이드는 2억 6000만 원에 달하는 최고 몸값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왔고, 경주로에 데뷔한 이후에는 그에 걸맞은 활약을 해왔다. 그렇지만 큰 대회에선 번번이 아쉬움을 남겨왔던 것도 사실이다. 2세마 시절엔 서울에서 열린 브리더스컵(Breeders`Cup:GⅢ)에서 2위를 차지했고, 지난달 초 안방에서 열린 KRA 컵 마일(GⅡ) 경마대회에선 5위에 그쳤다. 두 번 모두 자신의 몸값 5분의 1도 안되는 청룡비상에게 패했기 때문에 아픔은 더욱 컸다. 이번 주에는 더비에서 진정한 강자의 면모를 과시하며 이제야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한 퀸즈블레이드와 더비 경주 내용을 살펴본다.
 
퀸즈블레이드가 지난 18일 과천 렛츠런파크서울에서 열린 코리안더비(GⅠ) 대상경주에서 우승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퀸즈블레이드는 국내 최강 씨수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메니피의 자마다. 메니피의 자마들은 전반적으로는 수말이 좀더 나은 성적을 내주고 있지만 걸출한 마필은 암말들이 많다. 국내에선 지난해 더비와 오크스배를 동시에 우승한 스피디퍼스트와 그랑프리에서 2위까지 차지했던 우승터치 등이 대표적인 예이지만 해외에서도 가히 암말우성이라 할 만큼 대형자마들이 여러 두 나왔다. 

퀸즈블레이드는 이러한 메니피의 특성을 잘 물려받은 자마로 분류된다. 520kg대의 당당한 체구에 균형이 잘 잡힌 이상적인 체형까지 갖추고 있다. 마필 컨디션 면에선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필자가 보기엔 최근에 확연히 힘이 찼다. 

모마인 하버링은 보스턴하버의 자마로 시애틀슬루 계열이다. 하버링은 어떤 씨수말과 교배해도 그 자마들이 좋은 성적을 올릴 만큼 씨수말과 친화력이 우수한 씨암말이다. 

이상을 종합해볼 때 퀸즈블레이드는 이제 막 힘이 차면서 전성기에 돌입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거리적성은 2000미터가 넘어가면 한번은 검증이 필요한 혈통으로 보인다. 메니피의 혈통들이 대체로 장거리에선 2% 부족한 면을 보인 데다 모계 혈통 또한 거리적성이 긴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한 말이 많지 않은 한국적 경마에서 보면 이런 건 기우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능력이 걸출하게 앞서면 거리적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더비 경주에서도 그런 면이 보였다. 경주를 한번 돌아보자.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예상을 했겠지만 초반은 라온모리스가 앞장을 서고 퀸즈블레이드도 이를 따라잡은 뒤 넘어서지 않고 나란히 달렸다. 출발 때는 그리 빠른 편이 아니었지만 이후 곧바로 따라붙는 말들이 생기면서 자리싸움이 시작됐고, 레이스는 초반부터 스피드가 붙었다. 라온모리스와 퀸즈블레이드도 페이스를 올리면서 1코너, 2코너를 돌았고 이후엔 빠른 흐름이었지만 안정된 속도로 전개가 이뤄졌다. 레이스가 상당히 빨랐기 초반에 인코스 최적의 선입자리를 차지한 장산호랑이는 자신의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때문에 발이 느린 추입마들이 무빙으로 앞선을 덮치는 작전은 무모해 보였고 실제로 그런 판단을 했는지 따라오는 데 주력했다. 이런 속도라면 앞선이 자멸한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는 흐름이었다. 

4코너를 돌고나자 퀸즈블레이드와 라온모리스는 다시 한번 힘을 내 경합했다. 그렇지만 차이는 곧 벌어지기 시작했다. 퀸즈블레이드가 끈기로 자기걸음을 유지한 반면 라온모리스는 체력이 떨어지면서 속도가 둔화되기 시작한 것. 결승선 직선주로 중반을 넘어서자 퀸즈블레이드의 압승에 라온모리스의 준우승이 거의 굳어진 것처럼 보였다. 바로 그때 안쪽에서 한 마리가 치고 나왔다. 안쪽 선입마 뒤에서 최적의 레이스를 하면서 힘을 안배해온 정상비마가 꾸역꾸역 라온모리스를 따라잡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와 많은 경마팬들이 “안돼!” “안돼!”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정상비마는 기어이 라온모리스의 덜미를 잡았다. 
 
코리안더비(GⅠ) 대상경주에서 퀸즈블레이드(가운데)가 선두로 질주하고 있다.

경주 전 인터뷰에서 김용근 기수가 단언했던 것처럼 퀸즈블레이드의 적수는 없었다. 필자는 이 코너를 통해서 직전 마일컵 대회에서 퀸즈블레이드는 내용면에선 우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그 능력을 인정한 바 있다.

퀸즈블레이드는 초반부터 빠른 페이스를 따라잡으면서 힘을 썼고 또 상대마인 라온모리스가 쉬어가지 못하게 외곽에서 강력하게 압박하며 경주를 진행했다. 이런 경우 안쪽에서 뛰는 말보다 외곽에서 뛰는 말이 훨씬 더 체력소모가 심하고 페이스가 흐트러지기 쉽다. 특히 코너를 돌 때는 거리상 손실 때문에 호흡이 흐트러지는 경우마저 있다. 

그렇지만 퀸즈블레이드는 이런 악조건을 뚫고 2위를 10마신 이상 따돌리는 대승을 일궈냈다. 국산 3세마 부문에선 가히 절대강자의 탄생이라 할 만한 장면이었다. 

경주력의 차이는 데이터상으로도 잘 나타난다. 결승선 통과지점에서 역으로 200미터, 그러니까 1800미터 거리 중 마지막 200미터 속도도 퀸즈블레이드가 가장 좋았다.

한편 라온모리스의 선전도 돋보였다. 필자는 사전분석에서 라온모리스는 자력으론 입상하기 어렵고 견제받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복병노릇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예시장과 주로출장 때의 모습을 보고 결론을 바꿨다. 예전과는 정말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이 차 있었고 내딛는 걸음도 경쾌했다. 이 정도 상태에서 단독선행이라면 3위 이내는 올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퀸즈블레이드에 비할 바 아니지만 라온모리스의 걸음 또한 몰라보게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계 쪽으로는 장거리 유전자도 갖고 있어 이번 대상경주처럼 크게 압박을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리가 늘어도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경주에서 퀸즈블레이드의 강력한 라이벌로 인기를 누렸던 청룡비상은 4위에 그쳤다. 일단 게이트가 너무 불리했다. 서승운 기수가 약간의 반칙까지 하면서 전력질주를 했지만 상대들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청룡비상도 발전했지만 상대들이 더 큰 폭으로 발전했다는 게 필자의 분석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대회에서 5위를 한 정글짐은 다음 대회에서 관심을 가질 만하다. 초반부터 앞선에 가세해 외곽에서 줄곧 따라가면서 체력소모가 심했지만 막판까지 버텨내는 끈기를 과시한 것이다. 만약 정글짐이 초반에 자리를 잘 잡았더라면 준우승의 주인공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게 필자의 분석이다. 

김시용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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