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2세 챔피언 출신 씨수말 ‘한센’ 살펴보니

김시용 프리랜서 2013-11-01 조회수 3424
[일요신문] 국내 씨수말로 독보적인 활약을 하고 있는 메니피에게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 2011년 북미 2세 챔피언에 올랐던 경주마 한센(Hansen)이 씨수말로 데뷔한 지 얼마 안돼 한국에 팔려온 것이다. KRA(한국마사회)에 따르면 한센의 도입은 2009년 개발된 ‘유전자형 분석기법’으로 낙점했다. 지난 11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현재 검역소에 체류 중인 한센은 11월쯤에 제주도 목장에서 신방을 차릴 예정이다. 현역시절 부상으로 은퇴했던 한센은 미국 현지에서 올 봄부터 쿨모어의 애시포드 종마목장에서 씨수말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그의 첫 자마는 내년에 가서야 태어난다(말 임신기간은 평균 335일). 국내에선 내후년에 가야 자마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고, 경주로에서 뛰는 자마를 보려면 최소한 2015년 말쯤은 돼야 할 것 같다. 이번 주는 이번에 새로 사들인 씨수말 한센이 어떤 말인지 알아보고, 현재 최강의 씨수말로 공인받고 있는 메니피의 라이벌이 될 수 있을지도 진단해본다.

2011년 북미 2세 챔피언에 올랐던 경주마 한센. 사진제공=KRA

이제 마령 4세인 한센은 부상으로 은퇴했지만 현역시절 놀라운 성적을 올린 명마였다. 9전 5승 2위2회의 성적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4승 2위2회가 블랙타입경주 성적이다. 총 수득상금은 181만여 달러이고 최종등급은 G1W([G1]대회 1회 우승마라는 뜻)다. 아비인 태핏(Tapit)이 2세 시절부터 잘 뛰어 주었던 것처럼 한센도 2세 때부터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2~3세 동안 현역에서 활동을 했는데 2세 시절 2011년도엔 ‘켄터키컵 주브나일’([L]대회) ‘브리더즈컵 주브나일’([G1]대회)에서 연속 우승해 2세 부문 수말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3세 시절에도 고담 스테익스, 로바더비 등 [G3]대회에서 2승과 2위 1회를 차지했고, [G1]대회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경주 거리별로는 1100미터 1전1승, 1800미터 1전3위, 1700미터 4전4승을 올렸다. 장거리인 2000미터에는 한 번 출전했지만 입상하지는 못했다. 아비인 태핏도 2000미터에 한 번 도전해 실패했다. 이로 보아 한센의 자마들은 2000미터 이상 장거리에선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이 점은 앞으로 씨수말 부문에서 숙명의 라이벌이 될 메니피와 비슷하거나 조금 못할 가능성이 높다. 메니피도 1900미터까지는 우승기록이 있지만 그 이상의 장거리에선 우승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메니피의 경우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줬다. 2000미터에 3회 출전에 2회2회, 3위1회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한센의 부마는 앞서 얘기한 대로 북미 최고의 교배료를 자랑하는 태핏이다. 2010년 8만 달러로 적지 않은 교배료를 받았던 태핏은 2012년 3월 12만 5000달러까지 교배료가 치솟았다. 2011년과 2012년 두 해 연속 리딩사이어에 올랐으며, 현재도 리딩사이어 7위권에 올라있는 등 최고의 씨수말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후대들이 2세 때부터 바로 성적을 내고 있어 마주들의 선호도도 높다. 2008년 리딩사이어 2세마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고 그후로도 4위를 두 번이나 차지할 만큼 후대들의 2세 때 성적이 꾸준하고 안정적이다. 한마디로 후대들이 일찍부터 돈을 잘 벌어주고 있는 셈이다.

모계쪽의 혈통도 만만치 않다. 모마인 스토미선데이는 경주에 출전한 적이 없지만 외조부인 서캣(Sir Cat)은 유명한 씨수말 스톰캣의 자마다. 현역시절 14번 경주를 했는데 블랙타입 5승 2위1회를 포함, 7승 2위3회 3위1회를 기록한 명마였다. 평균우승거리는 1686미터였다. 1300~1800미터 경주만 출전했는데 출전경주 중 최장거리인 1800미터에선 5번 출전해 3승 2위2회를 차지해 복승률 100%를 올렸다.

이상의 혈통으로 보면 한센은 부계와 모계 모두 뛰어난 스피드와 가속력을 지닌 혈통으로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그 후예들도 부마와 조부마의 유전인자를 잘 물려받는다면 최소한 중거리까지는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한국경마에선 1800까지만 잘 뛰면 1군까지는 무난히 승군할 수 있다. 1군 승군 이후엔 주로 1900~2000미터 장거리 편성이 많기 때문에 장거리 혈통이 조금 더 유리하다. 2000미터의 장거리 적성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미지수지만, 출전 경험이 많지 않아 정확한 분석이 어렵고 교배할 암말을 통해 보완이 가능하므로 장거리에서 부진할 것이라는 속단은 금물이다.

그렇다면 한센은 메니피의 아성을 깨고 최강의 씨수말로 등극할 수 있을까.

이미 본 것처럼 두 마필은 여러모로 닮았다. 스피드를 앞세우고 뛰는 유형이라는 점에서, 단거리부터 중거리까지 잘 뛰는 전천후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일찍부터 씨수말로 데뷔한 측면에서도 그렇다. 또한 조숙형으로 자신들도 2세 때부터 잘 뛰었지만 후대들도 2세 때부터 잘 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굳이 차이를 언급하자면 경주경험에서 메니피가 조금 낫다고 할 수 있다. 출전횟수도 두 번 더 많지만 질적인 면에선 좀더 큰 차이가 있다. 한센이 최고등급 경주인 [G1]대회에 딱 두 번만 출전한 반면 메니피는 G1대회에 무려 7번을 출전해 2승 2위3회 3위1회를 기록해 딱 한번만 8위에 그쳤을 뿐 무려 6번이나 3위 이내로 입상했다.

반면 육종가(‘후대에 물려주는 마필의 능력치’란 의미로, 국내경주기록을 토대로 해당말은 물론 친척정보를 모두 포함하여 매년 두 차례 평가한다. 평균기록 대비 몇 초로 표기, 낮을수록 우수)에선 최고의 씨수말로 등극한 아비마 태핏의 활약에 힘입은 한센이 조금 우세하다. 한센은 단거리에서 -2.956(정확도 43.1%), 중장거리는 -3.351(41.5%)로 전체거리에선 -3.524(43.4%)로 평가를 받았다. 반면 메니피는 단거리 -2.761(97.7%), 중장거리 -2.799(96.3%), 전체거리 -3.229(97.8%)로 평가를 받았다. 단순히 육종가만 고려하면 중장거리에서도 한센의 자마들이 더 뛰어줄 여지가 있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두 씨수말 간의 우열은 현재로선 가리기 힘들다. 누가 더 우수한 모마를 배정받고 혈통적 배합이 잘 맞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 같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메니피가 마령 17세를 지나가고 있는데 반해 한센은 이제 마령 4세다. 씨수말로 본격적인 활약을 할 내년에 경주마의 전성기라고 하는 5세가 된다. 혈기왕성한 나이에 경주를 하지 않고 정자를 생산하는 만큼 건강한 자마를 배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메니피가 젊은 한센을 상대로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자.

김시용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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