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이 왜 번번이 서울을 이길까

김시용 프리랜서 2013-04-18 조회수 3695

[일요신문]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올 들어 두 번째로 격돌한 서울경마장 경주마와 부산경남경마장(부경) 경주마의 대결도 부경의 압승으로 끝났다. 지난 7일 부경에서 치러진 ‘KRA컵 마일(GⅡ)’ 대상경주에서 서울말은 출전 취소한 에너지셀을 제외하고 모두 6두가 출전했지만 3위 이내엔 한 마리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만큼 부경과 서울의 전력 차이는 컸다. 그리고 그 차이는 해마다 더 커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기록상으로도 서울말들이 단거리에선 1초, 중장거리에선 2초 안팎의 열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KRA컵 마일(GⅡ)’ 대상경주 현장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많은 경마팬들이 책을 열자마자 서울말들은 싹 지우고 부산말들만 놓고 우열을 점치고 있었다. “부산말들이 그렇게 셉니까?”라고 필자가 여러 명의 경마팬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답변은 간단했다. “혹시나 싶어서 베팅했다가 속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서울말들은 부산말들을 절대 못이깁니다.” 일부 팬들은 “착순(5위 이내) 안에라도 들어오면 다행이다”며 부경말들의 압승을 장담하기도 했다.  그리고 경주결과는 팬들의 예상대로 1위부터 4위까지 부산말들이 독식했다.

서울에선 ‘3세 최강마’로 평가받는 ‘라피드불릿’도 5위에 그쳤다. 그것도 1번 게이트를 배정받고 최적의 레이스를 한 결과였다. 많은 경마전문가들은 라피드불릿이 못 뛴 것이 아니라 부경말들이 너무 셌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서울과 부경의 대결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그랑프리에서도 1, 2, 3위를 모두 부경말들이 차지했다. 그 경주는 과천경마장에서 치러졌기 때문에 부경말들에겐 원정경주라는 불리함까지 있었다. 그밖에도 지난 1년간 치러진 양쪽의 대결에서 서울 경주마들은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박스기사 참조).

그런데 이러한 구도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에선 ‘동반의강자’가 은퇴한 후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는 ‘터프윈’이 있지만 지난해 연도대표마 ‘지금이순간’ 외에는 이렇다 할 신흥세력이 없다. 터프윈은 마령 6세라 이제 더 이상 성장할 마필이 아니라고 보면 현재로선 부경의 최강자들과 맞장을 뜰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지금이순간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부경은 다르다. 최강마 ‘미스터파크’가 불운의 부상으로 안락사를 당한 이후 ‘당대불패’가 뒤를 이어 서울말들을 제압했고, 그 후론 부쩍 성장한 ‘감동의바다’와 ‘우승터치’가 당대불패와 각축을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두 마필은 올 들어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에 치러진 뚝섬배 대상경주에서 보여준 우승터치의 경주력은 압권이었다.

마필 자원도 많고 역사도 오래된 서울경마장의 부진은 얼른 납득하기 어렵지만 여기에는 그만 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부산말과 서울말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끈기’라 할 수 있다. 순간 스피드는 서울말들도 크게 뒤지지 않지만 종반까지 이어지는 지구력은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대상경주 출전마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일반 경주마에게서도 이런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출발 이후에 쉴 새 없이 가속을 붙이며 달려가는 뚝심은 서울말들을 압도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금까지 치러진 교차경주를 보면 서울말들은 부산말들을 따라가다 지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경주력 차이는 경주로의 구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부경경마장은 과천경마장과 달리 경주로가 오르막으로 많이 구성돼 있다. 경사도는 과천경마장에 비해 낮지만 1300m 지점부터 결승선까지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은 이러한 파워를 길러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결승선 직선주로도 과천에 비해 약 100m가 더 길다. 여기에 부경은 서울에선 없는 1500, 1600m경주를 많이 하고 있다. 잘 아시다시피 1600m경주는 출발부터 첫 코너까지 직선거리가 국내에서 벌어지는 경주 중 가장 긴 경주다. 경마에선, 특히 선행마에겐 첫 코너를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거리상으로도 손해를 보지 않게 되고 코너를 돌면서 한숨 돌리며 힘 안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출발 후 첫 코너까지 최장거리 경주가 1400m가 고작이다.

감독들이나 경마관계 전문가들은 날씨와 같은 기후 조건에서 부경말들이 득세하는 원인을 찾기도 한다. 서울은 추위 때문에 말들이 겨울 내내 움츠러들어 생활한다. 그에 반해 부경은 따뜻한 날씨 덕분에 경주마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근육이 부드럽게 풀린 상황에서 충분히 길게 또 강하게 훈련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훈련을 하는 경주마는 그만큼 경주력도 좋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 주장에 대해 많은 감독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다.

서울 6팀의 홍대유 감독은 개인카페에서 부경 원정을 다녀온 동료 감독들의 의견을 전한 바 있다. 당시 홍 감독은 ‘서울말들은 털갈이를 하느라 꾀죄죄한데 비해 부경말들은 윤기가 반질반질 난다’고 전하면서 따뜻한 날씨에서 자라고 훈련한 부경말은 겉모습부터 다르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런 사실은 일요경마 중간 중간에 치러지는 부경 교차경주를 통해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30분 차이로 서울과 부경 경주를 교차로 중계하는데, 부경으로 화면이 바뀔 때면 “부산말들은 왜 이렇게 상태가 좋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마필상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금방 느낄 수 있을 만큼 양쪽의 마필 상태는 확연히 다르다.

서울말들은 대체로 활기가 부족하고 뭔가 부스스한 느낌을 주며 관리원에게 이끌려 다니지만 부산말들은 홍 감독의 말처럼 윤기가 나고, 무엇보다 활기찬 느낌을 준다. 예시장 내내 보이는 몸짓은 관리원을 바짝 긴장시킬 만큼 활기차다.

김시용 프리랜서
 


부경vs서울 1년간 전적은

서울 2승 10패 ‘굴욕’

지난해 4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서울과 부경의 대결은 총 12회였다. 이 가운데 서울은 안방에서 단 2회 우승했을 뿐 나머지 경주는 모두 패했다. 특징적인 것은 부경은 우승마가 당대불패, 감동의바다, 우승터치, 상승거탑, 라이징글로리 등 기존의 강호에 야탑, 스팅레이 등 신예들까지 다양한 반면, 서울은 두 차례의 우승 모두 지금이순간이 일궈 단 한 마리밖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핸디캐퍼들이 더러브렛 경주마 서열부문에 1위로 이름을 올린 터프윈도 2011년 그랑프리 후론 대상경주 우승마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GⅠ경주뿐만 아니라 GⅡ, GⅢ급 대상경주까지 내주고 있고, 경주거리에서도 지금이순간이 한 차례씩 우승한 2000m(농림부장관배), 1800m(코리안더비)에서 어느 정도 체면치레를 했을 뿐 나머지 거리는 모두 완벽하게 밀리고 있다.

김시용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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