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마탄생 벌마의꿈

김시용 프리랜서 2013-05-15 조회수 3686

[일요신문]

작은 사진은 지난 5일 열린 국제일보배 대상경주에서 벌마의꿈(맨 앞)이 선두로 달리는 모습.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 5일 부산경남 경마장에서 치러진 국제일보배 대상경주(1800미터)는 비록 출전마가 7마리밖에 안되는 조촐한 편성이었지만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새로운 명마를 탄생시키는 무대가 됐다. 백광열 감독이 관리하고 있는 ‘벌마의꿈’(마주 이종훈)이 강력한 우승후보인 ‘감동의바다’(3위)와 기존의 강호 ‘비바에이스’(2위)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한 것. 특히 감동의바다는 지난해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마필로 최근에도 2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고, 이번 경주에선 상대마들보다 부담중량(57㎏)에서 다소나마 유리한 상황으로 분석됐던 말이었다. 이번 주에는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벌마의꿈’에 대해 분석해봤다.

국제일보배 대상경주는 당초 기존의 강자 감동의바다와 당대불패 간의 한판승부로 점쳐졌지만 당대불패가 질병으로 경주를 취소하면서 감동의바다에 인기가 몰렸다. 단승식 배당(1.2배)만 봐도 그 인기도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벌마의꿈은 인기2위로 팔렸지만 다른 경쟁상대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복승식은 오히려 비바에이스 쪽에 더 많이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2군에서 갓 올라온 마필로 이번 대상경주가 1군 데뷔전이었던 데다 1800미터 경주는 처음 뛰는 경주거리였다. 두 차례 출전한 1600미터가 지금까지 출전한 최장거리 경주였다. 복승률 100%를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3군 시절과 2군 시절에 각각 2위를 1회씩 한 마필이라 1군 최강자와의 대결에선 ‘긴가민가’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실전에선 2위마를 5마신이나 따돌리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벌마의꿈은 출발에서 삐걱하면서 옆으로 한 걸음 삐져나가는 바람에 앞말과 거리가 벌어졌으나 강력한 대시로 선행을 강탈했다. 이후 한번도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고 결승선까지 달렸다. 중반 한때 비바에이스와 감동의바다가 어깨를 맞대는가 싶었지만 이내 거리가 도로 벌어졌다. 주파기록은 1:55.2초(건조). 최근의 경주로가 좋은 기록이 나온다는 점을 감안해도 우수한 기록이었다.

이 같은 이변에 대해 “부담중량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했고 선행을 수월하게 나서서 달린 측면이 있어 액면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평가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명마탄생에 대해 동의했다.

처음에 출발이 매끄럽지 않아서 선행을 잡느라 힘을 쓰고 중간에 상당히 빠른 페이스로 경주를 이끌었는데도, 상대적으로 편하게 뛰어온 비바에이스와 거리를 더 벌린 것은 경주력에서 앞서지 않으면 어렵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벌마의꿈은 이제 3세가 된 어린 말이고 실전경험도 이번 경주까지 포함해 8전밖에 안되는 말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는 보여줄 것이 더 많은 경주마라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 이 말은 전력질주 거리가 다른 마필들보다 훨씬 길다는 점이다. 이번 경주에서도 중간에 쉬어가는 구간이 없이 시종 빠른 페이스로 달려 그 점이 입증됐지만 지난 3월 31일 1400미터 경주를 보면 이런 점은 더욱 확연해진다.

당시 벌마의꿈은 1400미터를 1:25.7초에 주파했는데 마지막 200미터에서만 속도가 둔화됐을 뿐 1200미터까지는 전혀 흔들림없이 폭발적인 스피드를 보였다. 1200미터 지점까지의 주파기록은 1:11.9초였다. 초반 출발구간을 뺀다 하더라도 무려 1000미터를 스피드가 둔화되지 않는 상태에서 전력질주를 했던 것이다. 경주마들의 전력질주 거리가 보통 600미터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비쳐본다면 벌마의꿈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경마전문가 신성훈 씨는 벌마의꿈의 가능성에 대해 “3세 때 경주력이 완성되는 혈통(박스기사 참조)인 만큼 현재 전력이 완성되는 단계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따라가는 경주에 대해선 검증이 필요하지만 한동안 한국경마를 주름잡을 명마로 보인다”고 평했다.

김시용 프리랜서

 

별마의꿈 혈통은?

부계 스피드+모계 지구력 조화

벌마의꿈은 풋잇백(부마)과 와일드딕시갤(모마) 사이에서 2010년 3월 16일 태어난 미국산 경주마다. 부마인 풋잇백은 7전밖에 안돼 실전경험은 얼마 안되지만 5승 2위1회, 3위1회로 전 경주를 입상한 마필이다.

2세 시절 [G2]경주에서 입상을 한 바 있으며 3세 시절엔 주로 단거리에서 활약하며 거의 퍼펙트한 경주력을 보였다. 씨수말로 데뷔한 이후에도 다소 기복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좋은 후대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자손들 등 2세마들이 좋은 성적을 보여 이 부문 리딩사이어에서 11위에 오르기도 했다.

조부는 아너앤드글로리로 [G1]대회 우승을 포함해 블랙타입 경주에서 5승을 차지한 마필이다. 중거리에서 활약한 마일러로 평균 우승거리는 1450미터.

모마는 출전경험이 없고 외조부는 미국에서도 제법 두각을 나타냈던 와일드이벤트다. 현역시절 22전 10승 2위3회, 3위4회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6승 2위3회 3위3회가 블랙타입 경주다. [G1]대회에서도 1승을 거둔 바 있다. 주로 중장거리경주에서 활약했는데 평균 우승거리는 1780미터였다.

이상을 토대로 볼 때 벌마의꿈은 부계 쪽의 뛰어난 스피드와 모계 쪽의 지구력이 잘 조화된 전천후 마필로 보인다. 부상없이 잘 관리되고 현재처럼 성장한다면 올 연말 그랑프리에서 지축을 울리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


‘벌마의꿈’ 뜻은?

 

‘벌마’라고 하면 넓고 평평한 땅을 뜻하는 벌과 말의 합성어로 이해하기 쉽겠지만 실상은 말과는 상관이 없는 작명이다. 이종훈 마주가 마명등록 때 제출한 사연을 보면 벌마는 경북에 있는 지명으로 마(麻)가 나는 들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마주는 현재 12두의 마필을 보유하고 있는데, 1군 마필도 두 마리나 더 있다. 최근 공백기 이후 기복을 보이고 있지만 외1군 강자로 분류되는 라이언산타가 있고, 국1군의 중상위권 마필 파인파인도 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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