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업조이 우승 '그랑프리대회 리플레이'

김시용 프리랜서 2016-12-26 조회수 2119
[일요신문] 2016년 경마대회를 총결산하는 그랑프리 대회가 끝이 났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트리플나인이 단승식 1.6배, 연승식 1.0배를 형성할 만큼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단승식 5.5배의 인기 2위마 클린업조이에 분패하면서 1, 2위가 바뀐 게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장거리 경주는 특히 거리적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마필은 부담중량에서 크게 변화가 없다면 이변의 여지가 적다. 필자는 트리플나인을 베팅의 축으로 강추천했지만 1위는 못할 수도 있다고 봤고, 만약 1위를 다른 말이 한다면 클린업조이밖에 없다고 예상했는데 그대로 적중했다. 감동의 바다를 이룬 그날의 함성 속으로 들어가본다.
 
클린업조이가 12월 18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출발은 3번 파워블레이드와 5번 트리플나인, 7번 석세스스토리가 좋았다. 당초 단독선행을 점쳤던 12번 벌마의꿈이 고삐를 너무 꽉 죄고 나와 튀어나오는 타이밍을 놓치면서 조금 밀렸고, 곧이어 13번 위너레드와 부딪치면서 조금 뒤처졌다가 치고나오는 바람에 전체 경주의 초반 흐름은 그리 빠르지 않았다. 먼저 나온 말들이 적극적인 추진이 없이 살짝 제어하는 사이에 벌마의꿈이 강력하게 대시하며 선행을 잡았고, 맨 외곽에서 열심히 추진하던 클린업조이도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선두권에 가세했다. 

필자는 이 순간 전율을 느꼈다. 사실 클린업조이는 다들 아는 것처럼 능력은 의심할 수 없는 말이지만 고질적인 스타트 불안과 초반 운영 미숙 때문에 많은 대상경주를 흘려버린 불운의 명마다. 늘 뒤늦은 추격을 했고 대회마다 많은 아쉬움을 남기곤 했는데, 이번에 깔끔한 출발과 함께 앞선의 말들이 망설이는 틈을 이용해 앞으로 치고 나온 것이다. 

1코너를 지날 무렵 12번 벌마의꿈을 필두로 한 대열은 3번 파워블레이드가 안쪽에서, 16번 클린업조이와 7번 석세스스토리와 14번 무후대제가 그 외곽에서 나란히 뛰었다. 우승후보인 트리플나인은 바로 뒤에서 2번 언비터블, 13번 위너레드와 함께 줄을 섰다. 초반이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첫코너를 돌고나자 속도가 붙었다. 시속 58km 정도로 페이스를 올렸는데, 말들은 좀더 속도를 내고 싶을 만큼 의욕을 보였지만 더 이상은 무리로 보였고 페이스가 곧 안정적으로 흘러갔다. 

2코너를 지날 무렵 클린업조이는 앞으로 바짝 붙어나갔고, 3번 파워블레이드는 3선으로 늦추면서 12번과 조금 거리를 벌려 우승후보인 5번 트리플나인과 보조를 같이했다. 모래를 덜 맞추려는 시도로 보였고, 안정적인 전개로 분석됐다. 

이 상태로 뒷직선주로에 접어들었고 페이스는 조금 느려진 채로 경주가 이어졌다. 강력한 무빙세력이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6번 금포스카이만 중간에서 앞선으로 치고 나왔을 뿐 승부수를 던지는 마필은 보이지 않았다. 2300미터는 그 만큼 부담스런 거리였다. 

3코너를 통과할 땐 이 흐름에서 큰 변화는 없었지만 14번 무후대제가 서서히 뒤로 밀려났다. 선행은 여전히 벌마의꿈이 지키고 있었고, 클린업조이와 금포스카이가 2선을 지키고 있었다. 4코너가 보이자 클린업조이는 마지막 내리막길 구간에서 조금 일찍 탄력을 붙이며 승부수를 던졌고 코너를 돌 무렵 선행 가던 벌마의꿈을 뒤로 밀어내며 한발 먼저 치고 나왔다. 절묘한 타이밍과 적절한 가속이 동반되면서 거리가 순식간에 벌어졌다. 이에 안쪽에서 따라오던 파워블레이드가 즉시에 탄력을 붙이면서 나오며 거리 차를 유지했다. 트리플나인은 외곽을 돌아나오면서 거리 손해를 봤다. 거리가 벌어진 채로 코너를 돌아 결승주로에 들어섰고 결사적인 추격전을 전개했다. 

한때 파워블레이드가 거리를 좁히는가 싶었지만 이내 힘이 다하면서 버티기로 돌아섰고, 유일하게 트리플나인만 힘을 냈다. 거리가 조금씩 좁혀들었지만 더 이상의 탄력을 붙이진 못했고, 클린업조이의 걸음도 무뎌지지 않아 이미 승부는 결정난 듯 싶었다. 그러나 트리플나인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결승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거리는 좀더 좁혀졌지만 상황은 끝나버렸다. 

클린업조이로선 최상의 질주였고, 과감한 초반작전의 승리로 분석됐다. 트리플나인도 흠잡을 데 없이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조금 일찍 승부수를 던졌더라면, 클린업조이와 보조를 맞췄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김시용 프리랜서
 
그랑프리대회 ‘복기’해보니 

파워블레이드 ‘선전’ 트리플나인 ‘건재’

우선 우승한 클린업조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이번에 보여준 초반 작전이 앞으로도 가져가야 할 작전으로 분석됐다. 끝번 신청과 후진입 신청으로 최대한 나중에 게이트로 들어가서 늦발하는 경우를 최소로 줄이고 초반에 일찍 선두권에 가세함으로써 모래 맞는 것도 최소화하고 말에게 투지를 일깨우는, 이 작전이야말로 초반의 고질적인 약점을 갖고 있는 클린업조이에게 특화된 작전이 아닐까 싶다. 고칠 수 없는 악벽이라면 그걸 전제하고 작전을 세워야 한다는 분석이다. 
 
파워블레이드(왼쪽)와 트리플나인.

다음은 파워블레이드의 선전이다. 메니피 자마들 중에선 경부대로만 큰 경주에서 활약을 했을 뿐 제법 명마급으로 분류됐던 말들도 2300미터에서 명성만큼 뛰지 못했다. 이번 경주에선 2선에서 따라가면서도 막판까지 최선을 다했고, 3위를 차지했다. 3세의 어린 말임을 감안하면 2017년 활약이 기대된다. 특히나 모계 쪽 혈통에선 장거리에서도 뛰어줄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파워블레이드의 진짜 모습은 2017년에 가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파워블레이드가 메니피의 여느 자마들처럼 장거리에선 약점을 노출할지 아니면 한 단계 더 도약해 진정한 최강자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

세 번째는 트리플나인의 카리스마다. 이번 경주에서도 드러났듯 트리플나인의 끈기와 안정감은 자타가 공인할 만큼 최고였다. 중장거리에선 가히 최강이라 할 만했다. 데뷔 이후 운동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 없을 만큼 건강한 마체를 유지하고 있고, 마령이 4세 후반임을 감안하면 2017년까지 활약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번 그랑프리에서 깜짝 4위를 한 골리앗마린도 주목할 만하다. 골리앗마린은 직전 2200미터 경주에서 깜짝 2위를 했지만 부담중량이 워낙 가벼웠고, 상대가 그리 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 직전과 똑같이 막판에 대시하는 추입작전으로 4위를 했다. 직전의 선전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한 셈이다. 거리적성이 긴 볼포니의 자마라 더욱 의미가 있는 선전이었다. 2017년에 마령 6세가 되기 때문에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건강한 마체를 유지하고 있어 장거리 일반경주에 출전 땐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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