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병마 고르기 비법

김시용 프리랜서 2012-09-26 조회수 3721
▲ 지난 9월 2일 치른 1000미터 경주에서 인기 순위 6위인 칼라웨이(맨앞)가 2착을 했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경마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덜 받는 경주마가 우승해야 높은 배당이 터진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우승 가능권에서 멀어져 있지만 능력이 감춰져 있는 마필을 보통 복병마라 하는데, 복병마 고르기는 소액으로 경마를 즐기는 개미군단들의 입장에서 보면 경마이론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전에서 어떤 말을 복병마로 꼽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새벽조교에 걸음이 달라진 마필을 찾아내는 경우부터 지난 경주를 복기하는 스타일 등등. 이번 주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실전에서 누구나 금방 따라해볼 만한 방법을 한 가지 소개한다.

만약 1200미터 경주거리에서만 뛰어오다 1000미터에 출전한 선행마가 있다고 치자. 이 경우 이 마필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당연히 이 마필은 그동안 처음에 선두권에서 달렸지만 최종결과는 거의 꼴찌권을 기록해왔고, 특히 종반걸음(LF:마지막 200m)은 도저히 입상권에 올릴 수 없을 만큼 부진하다고 가정한다. 이런 경우 경마팬들은 물론이고 전문가들까지도 대개 가장 먼저 ‘지우는 말’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간혹 이런 말이 터무니없는 배당을 터트리면서 입상하곤 한다. 그리고 그들 중엔 미리 눈치를 챌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어떤 말이 그런 경우일까?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대목은 역시 선행이나 선두권 가세 여부다. 이는 해당경주가 그 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편성이냐 아니냐를 살피는 것이다. 선두권 가세가 어렵다면 당연히 지워야 할 것이고 선두권 가세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면 다음 분석단계로 넘어가야 할 것이다. 선행이 가능하다면 두 번째로 살펴야 할 것은 얼마나 수월하게 레이스를 이끌 수 있느냐다. 중간에 선두경쟁을 할 마필이 없다면 그 능력의 고하를 막론하고 베팅권에 넣어야 할 것이고 만약 지금껏 치른 경우처럼 선두경쟁을 할 마필이 있다면 막판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는지를 추가로 살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세 번째로 분석해야 할 것은 지난 경주 주파기록과 라스트팔롱 기록이다. 라스트 팔롱은 마지막 200미터에 해당하기 때문에 1200미터 경기에서 라스트팔롱을 빼면 1000미터가 된다. 바로 여기에 비밀이 숨어있는 것이다. 전체 주파기록에서 LF기록만 빼면 이 말이 1000미터에서 뛸 수 있는 대략적인 기록이 나온다.

오르막 구간인 마지막 200미터를 뛰는 것과 안뛰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면서 그런 분석은 위험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여기엔 그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어 충분히 대체할 만한 기록이 될 수 있다. 바로 1200미터 경주는 코너를 두 번이나 돌기 때문에 코너를 한 번만, 그것도 완만하게 도는 1000미터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코너를 돌 때는 스피드를 제대로 올릴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정도는 상쇄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나온 기록은 대부분 형편없지만 우승후보들의 경주기록과 비슷하거나 더 좋다면 이는 입상 가능성이 높은 복병마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실전의 예를 한번 찾아보자. 지난 9월 2일 과천경마장에서 1000미터로 치러진 제4 경주는 2번 야호돌핀스가 압도적인 우승후보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2착 가능마로 여러 마리가 팔리고 있었다. 경주결과 2착을 차지한 1번 칼라웨이의 인기 순위는 6위였다. 2번 야호돌핀스가 워낙 압도적인 인기마였기 때문에 당시 복승식 7.7배, 쌍승식 11.3배의 배당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만약 단방으로 베팅을 할 수 있었다면 꽤 짭짤한 배당이었다.

1번 칼라웨이는 이 경주 직전에 치러진 1200미터 경주에서 초중반에 비바캘린저라는 능력있는 선행마와 치열하게 선행경합을 하면서 오버페이스를 한 나머지 최종순위는 10위를 기록했고, 당시 주파기록은 1분18.2초였다. 이 기록에서 LF기록은 15.8초였는데 이를 제하고 1000미터로 환산하면 1분02.4초라는 기록이 나온다. 당시의 주로상태가 건조 4%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은 기록이었다. 이 기록을 경주 당일의 다습한 주로 기록으로 환산하면 아무리 못뛰어도 1분01초대는 주파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좋은 기록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선행 가능한 편성을 만났고 외곽의 9번 미라클파티 외에는 빠른 말이 없는 상황. 미라클파티와 지나치게 경합하지만 않는다면 입상이 유력하다는 판단이 가능했던 것이다.

실전에서도 칼라웨이는 약간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앞선을 장악한 뒤 레이스를 이끌었지만 2착을 차지했다. 미라클파티가 시종 따라붙는 바람에 초중반에 힘을 제법 많이 썼는데도 거리가 줄어든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1200미터에서 부진한 선행마가 1000미터에 출전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기 때문에 이 분석법을 기억해두면 복병마 가운데서도 옥석을 구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다면 똑 같은 이론을 다른 경주거리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까? 필자는 단거리경주에선 이 분석 방법을 선호하는 편이다. 1400미터 경주에서 뛰던 말이 1200미터에 나왔을 때도 비슷하게 적용한다. 매번 일일이 계산을 하고 주로상태에 대입하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아예 예상 주파기록을 미리 산정해서 프린트를 해두면 보다 편리하다. 엑셀이나 기타 데이터베이스 관련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이라면 더욱 손쉬울 것이다.

범위를 좀더 넓혀보면 1700~2000미터 중장거리 경주에서 뛰던 선행마들이 1200~1400미터 단거리 경주에 출전했을 때도 가끔 베팅찬스를 잡을 수 있다. 이 경우는 주파기록보다는 특정구간까지의 달려온 속도를 계산하는 방법으로 분석하면 보다 유용하다. 예를 들어 1400미터 경주의 우승마 주파기록을 속도로 환산해보면 보통 56.5~57.0km(건조주로 기준)에 해당하는데, 직전경주에서 1700미터에 출전했던 말이 선행을 나선 뒤 발주 후 1500미터 지점까지(전체 기록에서 LF기록을 뺌) 57km에 가까운 스피드가 나왔다면 이는 우승후보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이 수치는 같이 뛰는 우승후보의 속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30분 단위로 진행되는 경마에서 이런 것을 일일이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사전에 이런 부분을 검토하고 현장에 나간다면 적어도 마필능력은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추어 팬들의 입장에선 모든 경주를 다 분석하긴 힘들다. 우선 쉬운 것부터 해보는 것이 어떨까? 맨 먼저 설명드렸던 1200미터에서 1000미터로 줄어든 경우만.

김시용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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