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기수의 궁합 따져보니

김시용 프리랜서 2013-03-14 조회수 3604

[일요신문]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경마장엔 수많은 용어들이 난무한다. ‘승부기수’도 그중의 하나다. 마방이 강력한 입상의지를 나타낼 때 태우는 기수(선수)를 뜻하는 말이다. 마방을 떠나서 특정 마주가 좋아하는 선수도 여기에 속한다. 경마장에서 승부할 때 태우는 것으로 알려진 선수들의 실제 성적은 어떨까. 이번 주엔 승부선수 궁합 가운데 감독(조교사)과 선수들의 경우를 먼저 살펴본다. 2011년부터 2013년 2월까지 최근 2년여간의 경주결과를 토대로 20회 이상 출전한 감독-선수 콤비만 분석한 것이다.

경마팬들이 높게 평가하는 3할대 이상의 입상률을 기록한 콤비는 모두 97가지였다. 꿈의 복승률이라고 평가받는 4할대는 32가지였고, ‘무조건 베팅의 축’으로 삼는다고 하는 5할대도 9가지로 나타났다.

서울과 부경을 통털어 복승률이 50%가 넘는 궁합을 보인 감독-선수 콤비는 누구일까. 영예의 1위는 서홍수-문세영 궁합이었다. 복승률(57% 소수점 이하는 생략, 26전9/6/3)뿐만 아니라 연승률(69%)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문세영 선수는 이밖에도 무려 5번을 더 복승률 50% 이상에 이름을 올렸는데, 김양선(2위-54%), 지용훈(3위-54%), 김학수(7위-51%), 강명준(8위-51%), 서범석(9위-50%) 감독이 관리하는 말을 탔을 때 좋은 결과를 일궈냈다.

4위는 유병복 감독과 조성곤 선수(53%, 47전 20/5/4), 5위는 김영관-후지이(53%, 32전11/6/5), 6위는 서범석-조경호(52%, 23전10/2/1) 콤비가 차지했다.



연승률에서는 모두 38가지의 콤비가 50% 이상의 성공률을 보였다. 1위는 앞서 언급한 서홍수-문세영이고, 2위는 김영관-후지이(68%)였다. 3위가 김양선-문세영(64%), 4위가 김영관-임성실(63%), 5위가 민장기-아베(62% 현재는 서울에서 활약), 6위가 최기홍-조성곤(62%), 7위가 유병복-조성곤(61%), 8위가 유재길-문세영(61%), 9위가 강명준-문세영(61%), 10위가 지용훈-문세영(60%)였다(자세한 데이터는 표 참고).

다음으로 마방별로 최고의 성적을 내는 콤비를 알아본다. 대체로 통산성적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내는 선수들의 이름이 많았기 때문에 뻔한 경우나 앞에서 나온 경우는 생략하고 특이한 경우만 소개한다.

고홍석 감독은 최시대 선수와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31%). 김상석 감독은 박금만 선수(33%)와, 김순근 감독은 박태종 선수(35%)와 호흡이 잘 맞았다. 김영관 감독은 여러 선수를 골고루 기용했지만 송경윤 선수(40%)와도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김점오 감독은 조인권 선수(38%), 박병일 감독은 이상혁 선수(36%), 박재우 감독은 최범현 선수(39%)를 자주 기용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박천서 감독은 능력 있는 선수를 많이 기용했지만 ‘꼬마 선수’인 박현우 선수와도 37%의 복승률을 보였다. 체구가 작은 말이나 암말일 경우 부담중량에 민감한 경우가 많은데, 이런 말에 감량이점이 있는 박현우 선수를 태운 것으로 보인다. 박 선수는 신인급 선수 가운데선 유일하게 3할대 이상의 97콤비에 이름을 올렸다.

김시용 프리랜서


대세로 뜨는 김혜선

안목도 안정감도 ‘굿’

경주로에 여성선수의 바람이 거세다. 주인공은 김혜선 선수(24)다. 김 선수는 지난해부터 출전기회가 많아지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는데, 올 들어 만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월 말 현재 벌써 112회 출전해 9승 2위8회 3위9회의 성적을 거뒀다. 승률 8%, 복승률 15.2%, 연승률 23.2%로 성적 자체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부진마를 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속 있는 성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혜선 선수는 2006년에 경주로에 데뷔해 정호익 감독(10조)과 처음 호흡을 맞췄으며 이후 지용훈(9조), 서정하(43조), 서인석(33조) 감독을 거쳐 현재는 프리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통산성적은 1230전(87/106/91) 동안 승률 7.1%, 복승률 15.7%, 연승률 23.1%를 기록하고 있다.

김 선수는 인기마에 기승했을 때 입상률이 높다. 특히 출발이 좋기 때문에 선행형 마필 몰이에 강점이 있고 선입형 마필도 잘 유도한다. 전문가들은 김 선수의 말몰이가 예전보다 훨씬 안정감이 생긴 데는 경주흐름을 읽는 안목이 생긴 덕분으로 분석한다. 2월 24일 일요경마 11경주는 그런 점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경주는 김 기수는 최고 인기마인 9번 여의골드에 기승했다. 도주형 마필인 7번 수호천사와 8번 돌풍질주가 인코스에 포진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9번 여의골드가 초반부터 강력하게 몰아주면서 어렵사리 선행을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초반 힘 소모로 종반까지 선두를 유지하는 건 확실치 않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김 선수는 예상을 깨고 초반은 부드럽게 몰면서 비슷하게 나갔고 이후 조금씩 거리를 벌리는 차분한 선행으로 여의골드를 이끌어냈다. 물론 그럼에도 레이스가 너무 빨라져 막판에 뒤에서 따라온 짝꿍이란 말한테 덜미를 잡혔지만 2위를 지켜낸 것도 잘했다는 평가다.

김 선수의 채찍질도 여성 기수  중에선 보기 드물게 정교하고 강한 편이다. 김 선수는 지난해에도 문세영 기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출전했을 만큼 체력도 좋은데, 이런 점들이 달리는 말 위에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게 해주고 채찍도 적시에 댈 수 해준다는 것이다. 말 위에서 균형을 잘 잡지 못해 엇박자를 내거나 허우적거리는 모습은 김 선수한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김시용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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