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마예감 스피디퍼스트

김시용 프리랜서 2013-03-27 조회수 3846

[일요신문]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 3월 15일 부산경남경마장에서 치러진 금요경마 10경주(1500m)는 예상대로 ‘스피디퍼스트’(3세·마주 고정수)의 낙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이날 스피디퍼스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단승식 최종 배당이 1.1배, 연승식 최저배당은 1.0배로 마감했다. 연식에 베팅했던 많은 경마팬들은 망연자실했다. 1만 원을 베팅하고 적중해도 1만 원밖에 환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마의 위험성을 감안하면 있을 수 없는 배당이지만 압도적인 인기마가 출전했을 경우 심심찮게 이런 배당이 형성된다.

스피디퍼스트는 그만큼 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객관적인 능력면에서도 앞서고 있었다. 실전에서도 스피디퍼스트는 출발과 동시에 맨 앞자리를 차지했고 이후 한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며 시원스레 우승했다. 2위를 한 마필과는 무려 13마신 차이.

스피디퍼스트는 현재 4전 3승 3위1회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데뷔전에서만 3위를 차지했고 그 후론 3연승을 달리고 있다. 데뷔전도 사실은 내용면에선 1위나 다름없었다. 당시 최외곽 게이트를 배정받아 약간 늦발하고 경주를 치렀는데,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기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시종 후미에서 달렸고 결승선에서도 최외곽을 선회하고 보니 앞선과는 거의 200미터 가까이 벌어진 상황이었다. 모두가 포기한 그 순간 스피디퍼스트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달렸고 기어이 3위를 차지했다.

두 번째 경주에서도 스피디퍼스트는 초반 순발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올 1월 1400미터 경주였다. 외곽에서 인코스의 4번과 나란히 선행을 나서긴 했지만 그 페이스가 그리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세 번째 경주에서부터는 초반 순발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출발은 그렇다 치더라도 출발 이후의 가속 구간과 이후의 중반 구간은 도주마에 가까운 속도를 보였다. 폭풍 성장을 한 것으로 판단됐고, 그 경주력은 지난 3월 15일 경주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스피디퍼스트의 이러한 폭풍성장과 뛰어난 경주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후천적인 훈련도 중요하지만 우수한 혈통에서 그 요인을 찾고 있다.

스피디퍼스트는 부계 쪽은 흠잡을 데 없는 명문이다. 멀리 보면 노던댄서 계열이지만 가까이는 메니피의 자마다. 셰프드라스인 노던댄서에서 스톰버드, 스톰캣, 할란, 메니피까지 5대에 걸쳐 씨수말로 막강한 성적을 내고 있는 황금라인의 계보를 이은 말이라 할 수 있다.

메니피는 설명이 필요없는 국내 최고의 씨수말. 현역시절 미국에서 액톤파크와 비카 등에 늘 앞서가던 말로 경주마로서도 일세를 풍미했던 말이다. 메니피의 부마인 할란도 현역시절 30전 8승(2위6회, 3위2회)을 거둔 명마다. 다만 씨수말로선 그리 뛰어난 성적은 올리지 못했다. 스톰캣과 스톰버드, 노던댄서는 너무 잘 알려진 말이라 설명을 생략한다. 

모계 쪽도 만만치 않다. 모마인 스피디디디는 미국산으로 2세부터 4세까지 경주마로 활약했는데 13전 3승 2위1회를 거뒀다. 이 가운데 1승은 블랙타입 경주다. 외조부인 빅토리갤럽은 캐나다산 씨수말로 현역시절 17전 9승(2위5회, 3위1회)의 성적을 거뒀다. 이 가운데 블랙타입 경주에선 7승 2위5회 3위1회의 성적을 거뒀다. 블랙타입 경주 가운데 최고등급이라 할 수 있는 G1대회에서도 3승 2위4회를 거뒀으며 1999년엔 ‘4세이상 수말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스피디퍼스트의 모마인 스피디디디의 부계는 파피아노다. 파피아노는 미스터프로스펙터의 자마로도 유명하지만 그 자신이 일가를 이룬 말이다. 1989년부터 1992년까지 4년 연속 리딩사이어 10위 안에 들었을 만큼 후대성적이 막강했던 씨수말이다. 외조부로서의 성적도 아주 뛰어난 편이다.

지난 15일 펼쳐진 1500m 경주에서 스피디퍼스트가 초반부터 줄곧 선두를 유지하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스피디퍼스트의 거리 적성은 어떨까. 데뷔전에선 앞선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눈보라 때문이었다고 판단되며 이후부터는 빠르게 앞선을 장악해 끝까지 내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단거리에의 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뛰어본 적이 없는 장거리에 대한 기대치는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따라가는 경주에서도 뛰어난 추입능력을 보인 바 있기 때문에 질주습성은 장거리에서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혈통상의 거리 적성은? 스피디퍼스트의 부마인 메니피는 평균 우승거리가 1500m지만 2000미터까지는 입상을 했었던 말이다. 비록 2000미터 이상의 경주에선 조금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비교적 장거리까지 소화가 가능한 혈통으로 분석된다. 모마인 스피디디디도 1700까지는 잘 뛰었으며 외조부마인 빅토리갤럽도 평균우승 거리가 1734m나 될 정도로 중장거리까지 잘 소화했던 말이다.

이로 보아 스피디퍼스트는 앞으로 충실한 훈련으로 지구력을 다지고 나온다면 거리가 늘어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시용 프리랜서
 


연승식 1.0배의 함정

‘부도율’ 10% 생각보다 높네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경마에서 100원을 베팅해서 100원밖에 환급받지 못한다면 베팅할 마음이 있을까. 최종배당이 1.0배인 마권이 이런 유형의 마권이다. 최악의 배당이지만 사전에 배당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배당에도 베팅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승식 1.0배의 마권은 확실히 안전한 것일까.

2011년 1월부터 올 3월 17일 현재까지 연승식 1.0배의 마권은 모두 433회 형성됐다. 그러나 이 중에서 388회만 3위 이내에 입상해 팬들에게 원금을 돌려줬고 나머지 45두의 마필은 팬들의 원금을 날려버렸다. 부도율이 무려 10%가 넘는다. 연승식 1.0배의 마권도 적중률은 90%가 채 안되는 셈이다.

경마전문가 이병주 씨는 “낙마의 위험, 늦게 출발할 위험, 선행마의 경우 선행에 실패할 위험, 막판에 진로가 막힐 위험, 뛰다가 다른 말의 방해를 받을 위험 등 수많은 경주 외적인 변수가 있기 때문에 경마에선 어떤 경우에도 100%란 있을 수 없다”며 경마팬들의 인기마에 대한 맹신을 경계했다.

김시용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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