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이상적인 체격

김시용 프리랜서 2013-08-29 조회수 3635
[일요신문] “야, 그말은 조랑말이라 안돼.” “이 말은 덩치마라 막판에 치고 올라올거야.” “아냐, 덩치가 너무 커서 둔할 거야.” 경마장에 가면 하루에도 수없이 듣는 얘기들이다. 경마팬들은 체구가 작은 말들은 경주력도 일반적으로 떨어진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반대로 체구가 지나치게 큰 경주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것 같다. 경주마의 체구 또는 체격은 마체중을 통해 파악할 수밖에 없는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480kg대를 가장 이상적인 마체중으로 분류하곤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500kg대의 마필들이 늘어나고, 또 이들 가운데 일부가 좋은 활약을 해주면서 ‘덩치마’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덩치가 큰 말들이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일요신문이 최근 2년8개월간(2011.01.01~2013.08.18)의 경주결과를 토대로 분석해보았다.

과천경마장의 예시장에서 경마 마니아들이 경주에 앞서 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우선 이 기간 동안에 우승마 4896두의 평균 체중은 477.3kg이었다. 통계만 보면 전문가들의 의견과 거의 부합되는 것 같다. 우승마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큰 말은 대제의행운이었고, 가장 왜소한 말은 라스트포티였다. 대제의행운은 592kg의 마체중으로 국5 1400미터 경주에서 우승했고, 라스트포티는 380kg의 체중으로 국6 1300미터 경주에서 우승했다. 두 마필 간의 체중 차이는 무려 212kg이나 된다.

2위와 3위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서울과 부경 전체 입상마들의 평균 체중은 473.9kg이었다. 2위마(473.6kg)들이 1위마에 비해 약 3.7kg 적게 나갔고, 3위마(470.8kg)들은 약 6.8kg 적게 나갔다. 적정한 선이라면 체중이 좀더 나가는 마필이 그만큼 더 뛸 소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라 하겠다.

범위를 좁혀서 1군(국1, 외1) 경주마들만 분석해보면 이는 좀더 명확해진다. 먼저 국1 경주에서 우승한 마필들의 평균 체중은 486.9kg이었다. 전체 경주마보다 10kg 정도 많았다. 3위 이내 입상마들까지(484.3kg) 범위를 넓혀봐도 이는 거의 비슷한 차이를 보였다.

외산마 1군은 대부분 국산마들의 출전도 허용되는 혼합1군 경주로 치러지기 때문에 혼합1군 경주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혼1 우승마들은 국산 1군 우승마들보다도 체격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1위마들의 평균 체중이 493.4kg이었고 3위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492.3kg이었다. 명마들이 1군에 몰려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같은 데이터는 상당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490kg 안팎의 경주마들이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물론 1군에도 체격이 왜소한 마필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좋은 성적을 올려 상금을 많이 확보할수록 부담중량이 늘어나는 한국경마의 현실을 보면 1군까지 올라가서 활약하는 말들은 대부분 높은 부담중량을 견뎌내는 능력이 뛰어나야 하기 때문에 1군 경주마일수록 체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명마들의 제전이라 할 수 있는 대상경주 우승마들은 어떨까. 마체중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선 범위를 좀더 좁혀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올해 서울과 부경에서 치러진 16개 대상경주의 우승마 평균 체중은 500.4kg이었다. 3위까지 합산하면 평균 마체중은 488.7kg이었다. 대상경주 우승마 중 최고 마체중은 KNN배(1600미터)에서 이변을 터트린 용두성(528kg)이었고 최소는 스포츠조선배(1800미터)에서 기염을 토한 구만석(458kg)이었다.

대상경주 우승마 중 눈여겨볼 점은 510~519kg대의 마필이 많았다는 것이다. 16두 가운데 무려 6두가 이 구간에 몰려 있었다. 마주들이나 조교사들이 소원하는 대형마는 덩치가 큰 마필 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체구가 큰 마필은 순발력과 파워를 겸비하지 못하면 지구력에서 다른 마필들에게 뒤질 가능성이 더 높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자신의 마체중을 감당하지 못해 지구력 부족을 드러내는 경주마도 한두 마리가 아니다.

이상을 토대로 마체중을 네 구간으로 나눠서 정리를 해보자. 먼저 경마팬들이 조랑말로 분류해 웬만하면 베팅을 안하는 430kg 이하의 마체중은 이 기간에 1위를 206두 배출, 전체 우승마 중에서 약 4.2%에 불과했다.

431~470kg대의 마체중은 1803차례의 우승을 차지했다. 비중은 약 36.8%. 관심이 가장 높은 471~500kg대의 마체중은 어땠을까. 1947두가 우승해 39.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형마들이 많이 배출되는 500kg대 이상 구간에선 940차례 우승(19%)을 차지해 생각보다는 낮았는데, 덩치마들의 수적인 열세가 통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시용 프리랜서

왜소마와 덩치마 극과 극

포티롱 383㎏ 대제의행운 592㎏

서울과 부경에서 활약하고 있는 경주마 가운데 가장 체구가 큰 말은 앞서 언급한 바 있는 대제의행운(8전2/1/1)이다. 마령 3세의 어린 말인 대제의행운은 현재도 계속 성장하고 있어 600kg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밖에도 문학탄환(6전0/2), 더올마이티(22전5/3) 등도 580kg대의 마체중을 자랑하는 덩치마들이다. 모두 자기 밥벌이는 하고 있는 말이다.

반대로 체구가 가장 작은 말은 포티롱(7전0/0)이다. 365kg대로 뛰다가 최근엔 383kg대까지 늘었지만 마령4세의 암말이라는 점이 말해주듯 성장이 멈춘 상태다. 경주력도 부진마로 분류될 만큼 저조하다.

왜소한 마필 중에서 몸값 이상의 알찬 성적을 내고 있는 말들도 있다. 라스트포티는 생각보다 다부진 말이다. 18전을 뛰면서 우승은 한 차례에 그쳤지만 3위를 무려 5회나 차지했고 4위도 두 차례 기록했을 만큼 꾸준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마체중 400kg대의 마이데이(13전6/3)는 1군까지 진출했으며 1군에서도 체중이 420kg대까지 늘면서 강자들을 제압하는 기염을 토했다. 마이데이는 아직 3세에 불과해 더 성장할 소지가 많기 때문에 현재보다는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김시용 프리랜서
 

경주거리별 우승마 체중

1000미터 470.5㎏ 2000미터 489.5㎏

단거리에선 빠른 말이, 장거리에서 스태미터가 좋은 지구력형이 유리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리고 체구가 작은 말은 빠르고 체구가 큰 말은 스태미너가 좋다고 한다. 이를 정리하면 체구가 큰 말은 장거리, 체구가 작은 말은 단거리가 유리하다는 말인데, 과연 그럴까?

통계를 분석하면서 거리별로도 데이터를 집계해보니 이 같은 통설은 크게 틀리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단거리 입상마들(3위이내)에 비해 장거리 입상마들이 체중이 약 19kg 더 무거웠다. 1000미터 경주의 우승마들이 470.5kg인데 반해 2000미터 이상의 장거리 우승마들은 무려 489.5kg을 기록한 것.

참고로 1000미터에서 1200, 1300미터 경주 우승마들은 평균 체중이 차이가 거의 없었고 1400미터 경주부터 소폭씩 상승했다. 특히 서울경마장에서만 치러지는 1700미터 경주에선 의외로 체구가 큰 마필이 우승을 많이 차지했다. 평균 마체중은 482.6kg으로, 1800미터나 1900미터 우승마들의 평균 마체중보다 더 높았다. 1700미터 경주가 최근엔 체구가 작은 어린 말들로 편성되는 5군과 6군 경주로도 많이 치러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통계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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