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배당 살펴보니

김시용 프리랜서 2015-10-21 조회수 2316
[일요신문] 지난 11일 부경 1경주에선 경주마 12두 가운데 인기 10위, 4위, 9위가 나란히 입상, 삼복승식 3169.3배의 원자탄 배당이 터졌다. 국5군 경주인 데다 거리가 1300미터였기 때문에 이변 가능성은 당초부터 내포하고 있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인기 1위부터 3위까지의 말들이 단 한 마리도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는 것은 정말 의외였다. 이번 주는 ‘이변의 계절’ 가을을 맞아 역대 최고 배당과 그 원인을 분석해본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삼복승식  2만 5661.9배

삼복승식은 1, 2, 3위를 순서와 상관없이 적중시켜야 하는 베팅방식이다. 요즘 들어 개미군단들이 선호하는 승식으로, 최고배당은 2010년 2월 7일 부경 4경주에서 작성됐다. 배당은 무려 2만 5661.9배다. 서울의 삼복승식 최고배당(1만 134.3배)에 비해 무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단돈 1만 원만 베팅해도 추가세금을 제한 뒤 2억 원 이상을 손에 쥘 수 있는 그야말로 꿈의 배당이다. 당시 이 경주에선 2위마와 3위마가 배당을 터트렸는데, 특히 3위를 한 그레이스선더는 단승식이 90.7배의 인기 최하위 마필로 경마팬들 입장에선 ×말이었다. 그레이스선더는 그 전해 6월에 입상한 이후 무려 8개월간 침묵을 지키고 있던 말이었다. 좋지 못한 일로 경주로를 떠난 채규준 기수가 12번 게이트에서 이 말을 타고 입상했다. 지난 경주의 기록분석과 이 경주의 기록 등 다양한 분석을 통해서 내린 결론은 인기마의 부진이 빚은 참사였다.

#복연승식 1859.8배

1위부터 3위까지 순서에 상관없이 두 마리를 맞히는 복연승식은 배당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삼복승식 배당을 터트리는 이변마 한 마리만 잘 잡아내면 오히려 더 안전(?)하게 짭짤한 배당을 적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복병마 한 마리를 잘 잡아내면 가끔 양쪽 배당을 다 잡는 행운도 따라온다. 

역대 최고배당은 무려 1859.8배나 된다. 2006년 부경 5경주였다. 국3군 1200미터로 열린 이 경주에서는 5번, 2번, 7번이 나란히 입상해 5-2, 5-7, 2-7 세 가지 마토가 적중했는데, 5번은 인기 1위마였기 때문에 5-2, 5-7 마토는 큰 배당이 없었지만 2번과 7번이 인기 최하위권의 비인기마였기 때문에 2-7마토가 꿈의 배당을 안긴 것이다. 5번 최고치는 구민성, 2번 남명은 김용근, 7번 지상최고는 조찬훈 기수가 기승했다. 철저히 외면을 받은 말을 특급 기수들이 타고 일으킨 반란이었던 셈이다. 참고로 서울의 최고배당은 2009년 12월 13일 3경주에서 터진 1788.6배였다.  

#쌍승식 1만 5954.3배

1위마와 2위마를 순서대로 맞혀야 하는 게 쌍승식이다. 두 마리만 맞혀도 되고 배당이 좋기 때문에 올드팬들이 보조베팅을 많이 하는 승식이다. 오래된 경마팬들은 두 마리를 순서에 상관없이 맞히는 복승식을 선호하는 편인데 자신이 노리는 마필이 있을 땐 꼭 쌍승식도 같이 베팅하는 습성이 있는 것. 필자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복식을 위주로 하면서 쌍식을 재미로 곁들이는 베팅을 선호했는데 최근엔 삼복승식으로 바꿨다. 

이 부문에서 최고배당은 서울경마장에서 작성됐다. 2003년 10월 26일 5경주였다. 당시는 쌍승식이 시행된 지 얼마 안된 때였기 때문에 쌍식 매출은 많지 않았다. 국5군 1200미터 경주였다. 당시 서울에서 활약하고 있던 유현명 기수가 10번 스톰을 타고 1위를 했고, 얼마 전 은퇴한 조경호 기수가 드림팀을 타고 2위를 했다. 필자의 기억에도 남아있는 이 경주는 입상마 두 마리가 능력만큼 대접을 못받고 철저히 외면을 받고 있었다. 상대적 인기마에 지나치게 많은 베팅이 쏠리면서 이런 배당이 터진 것이었다. 부경에선 2010년 7월 16일 10경주에서 터진 7559.1배가 쌍승식 최고배당이었다. 

#복승식 7328.8배

복승식도 서울이 기록을 갖고 있다. 1998년 12월 5일 4경주에서 신대전 기수가 탄 3번 흑광과 고성이 기수가 탄 14번 금배가 나란히 입상하면서 7328.8배의 배당을 터트린 것. 지금도 두 기수는 부진형에 속하지만 당시에도 비인기 기수였다. 말의 능력보다 기수를 중시하는 베터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적중할 수 없는 경주였다. 경주내용도 정상이 아니었다. 1위를 한 마필이 주행 중 다른 말을 방해해 인기마들의 몰락을 초래하면서 14위로 강착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때 1위를 한 마필이 명마 무비동자였고 이 경주가 데뷔전이었다. 

무비동자는 이 경주 이후로 6연승을 달리는 등 48전23/8/5의 성적으로 한국 경마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부경 복승식 최고배당은 2009년 10월 23일 6경주의 4614.5배다. 

#연승식 87.0배

자신이 베팅한 말이 3위 안에만 들어오면 적중되는 한 마리 맞히기 베팅이 연승식이다. 가장 쉬운 승식지만 대신 배당이 낮기 때문에 소액으로 고배당을 노리는 경마팬들의 입장에선 얼른 손이 가지 않는 승식이다. 이 부분에선 부경의 87.0배가 최고다. 서울은 59.9배.

#단승식 382.0배

오직 1위만 맞히는 게임방법. 큰 차이로 이기든 ‘코털’ 하나의 미세한 차이로 이기든 오직 1위를 해야만 적중된다는 측면에서 1등주의자들이 선호하는 베팅이다. 베팅이 단순하면서 간혹 큰 배당도 터지기 때문에 한 마리만 노릴 때 애용하는 승식이다. 이 부문 최고배당은 서울의 382.0배이고 부경에선 230.0배다.

김시용 프리랜서
 
부경경주로 ‘안쪽 필패’ 논란

외곽에만 말 몰려 ‘아찔’

최근 경주로 사정과 관련해 정말 안타까운 것은 부경경주로가 모든 경마팬이 다 알 만큼 안쪽필패 외곽필승의 극단적인 부조화를 보이고 있는 데도 경마시행체에선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부경에서 시행되는 거의 모든 경주에서 직선주로만 들어서면 기수들이 말을 가운데나 외곽으로 몰아내고 있다. 안쪽 펜스 부근은 텅텅 비워둔 채로 모든 말들이 의도적으로 외곽으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부경에선 이처럼 안쪽 혹은 바깥쪽이 극단적으로 유리한 흐름을 보일 때가 많다. 경마팬들이나 전문가들이 다 눈치채고 외곽말 위주로 베팅을 하는 상황인 데도 시행체에선 모른 체 일관이다. ‘그것이 뭐가 나쁜가’ 혹은 ‘그것 자체가 주로의 흐름을 읽는 기수의 능력이고 경마의 일부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정말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먼저 경주로의 일부만 사용하게 할 거면 왜 경주로를 그리 넓게 만들었나 하는 항의를 하고 싶다. 경주로 폭(25미터)이 그 정도는 돼야 경주를 할 때 안전이 보장되고 뒤에서 올라오는 말도 진로를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실제로 결승선에서 모든 말들이 외곽으로 몰리면서 아찔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두 번째는 이러한 극단적인 흐름은 승부회피를 방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기마가 의도했든 아니든 안쪽 펜스 부근으로 달리다 입상에 실패한 적이 적지 않다. 그 기수도 승부가 세게 걸렸을 땐 말을 외곽으로 빼는 것으로 봐서는 의도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부경 경마장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음인지 지난 12일 대대적으로 모래를 보충했다. 매번 때늦은 조치가 아쉬울 따름이다.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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