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경주로 본 걸음 터진 말들

김시용 프리랜서 2016-01-29 조회수 2173
[일요신문] 경주마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때문에 경주를 할 때마다 다른 능력을 보인다. 어느날 갑자기 걸음이 터지는 말이 있는가 하면 성장기가 끝났는 데도 기복을 보이기도 한다. 특정 경주에서 예전과 달리 월등한 걸음을 보인 말들은 대체로 상승세를 이어간다. 그러나 말에 따라서는 무리한 후유증을 극복 못하고 다음 경주에선 심한 부진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경우는 성장기에 있는 말이 걸음에 뚜렷한 변화를 보일 때다. 이런 경우는 보통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은데 질주습성이나 직전경주의 여력, 그리고 혈통적 잠재력을 분석하면 다음 출전 때 얼마나 더 뛸지 가늠할 수 있다. 이번 주에는 1월 셋째주에 뛴 말들 중에서 걸음에 변화를 보인 신예마들을 살펴본다. 
 
주얼리파크(작은 사진)가 1월 16일 열린 렛츠런파크서울 1경주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골드블루(부3세·암·1전0/0/1·김갑수·안우성:48 부:Gold Allure, 모:Bleu De Roi)=주행검사 때 큰 특징없는 걸음을 보였지만 데뷔전에서 1300미터를 1:22초대에 주파하면서 3위를 했다. 안쪽으로 돌면서 경제적인 주행을 했지만 모래를 맞으면서도 잘 따라갔고, 막판 경합에서 이겨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초반이 조금 느렸지만 뛰는 모습을 보면 순발력도 금방 보강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마필은 마주가 특별한 기대를 걸고 개별구매를 했다고 한다. 마주의 기대치가 왜 높은지 혈통적인 면을 살펴보자. 부마인 골드얼루는 일본 최강 씨수말인 선데이사일런스(미국에서 도입한 씨수말로 일본의 경마 수준을 바꿔놓은 주인공)의 자마다. 국내에서 경주마로 활약하고 있는 자마는 골드블루 외에 여러분의여왕(부산 외2군)과 제이원(서울 외4군)이 있고 희망의쌍달이란 말이 주행검사를 앞두고 있다. 일본에서 활약한 자마들 중엔 블랙타입 경주 우승마와 입상마가 각각 한 두씩 있다.
 
모마인 블루드로이는 일본 경마에서 5전을 뛰면서 3위 1회를 해 실전능력은 검증받지 못한 말이다. 그렇지만 부마인 포티나이너(Forty Niner)라 혈통적은 잠재력은 갖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말하자면 골드블루는 선데이사일런스 계열과 포니나이너 계열의 조합으로 태어난 말이다. 국내에서 이 조합은 1군마도 배출하는 등 성적이 나쁘지 않다. 이 조합으로 태어난 마필들이 약 300전 가까운 전적을 보였는데 3위 이내 입상률은 30%에 달했다. 원래 경매에서 가기 어려운 마필이었는데 체구가 왜소해서 제약이 풀려 도입됐다는 말도 있다. 현재까지는 460kg대로 크게 성장하고 있지 않지만 태어난 지 2년 8개월 정도밖에 안된 말임을 감안하면 좀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하겠다. 

결국 골드블루는 이미 모래 맞는 데에 적응한 점, 어린 나이에도 근성이 좋은 점, 순발력이 나아질 여지가 많다는 점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많아 다음 경주 때는 좀더 발전된 모습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 주얼리파크(서3세·암·2전1/0/0·김태성·양희진: 부:메니피,모:셀본)=이번 경주에서 필자를 깜짝 놀라게 한 말. 경주 자체의 이변보다는 이 말이 이 정도로 빠른 말이었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순발력이 폭발적이었다. 초반 200미터를 13.2초로 주파했고 사코너 통과타임이 29.9초였다. 막판 발걸음도 속도가 조금 둔화되긴 했지만 13.0초로 양호했다. 특급기수 문세영의 다부진 말몰이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면 환골탈태로 봐줄 만하다. 체격도 490kg대를 넘나들 만큼 암말치고는 상당히 큰 편이다. 

부마인 메니피의 스피드를 잘 이어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모마인 셀본도 씨암말로서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셀본은 현역시절 13전1/2/3의 성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씨암말로 전환한 후에는 블랙타입 우승마를 배출했다. 좋은 자마를 배출한 말은 그 다음 배도 좋은 자마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국내 경마에서도 검증된 이론이다. 

셀본의 부마, 그러니까 주얼리파크의 외조부는 노던댄서 계열의 프렌치데퓨티(French Deputy)다. 이 말은 현역시절 6회 출전했는데, 블랙타입 1승을 포함 4승 2위1회의 성적을 올렸다. 평균 우승거리는 1426m였고, 씨수말로 데뷔한 후에도 리딩사이어에서 중상위권에 이름을 꾸준히 올렸다. 

이상을 종합해볼 때 주얼리파크는 좋은 텃밭에서 좋은 씨앗이 싹튼 것으로 보여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간다면 마방이 기대한 만큼 성장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 사커맘(서3세·암·1전1/0/0·박성식·이관호: 부:와이와이와이,모:시스터)=데뷔전에서 외곽에서 안쪽의 3번 무한킬러와 함께 나란히 선행을 나선 뒤 상대를 압도했고 바로 뒤에서 추격전을 벌인 7번 초록열매마저 5마신(약 12.5미터)이나 따돌렸다. 라스트 팔롱 타임은 12.2초로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 마필의 선전을 놓고 이변으로 분류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지만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주행검사 때 이미 싹수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주검 때 이 마필은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기수의 적극적인 추진없이 가는대로 살살 밀어주는 정도로 전개하다 뒤로 처졌고 종반에 외곽을 크게 돌고난 후 채찍으로 독려하자 주행검사마 중에서 가장 좋은 뒷심을 보이며 6위로 합격했다. 기록만 보면 턱걸이성 합격이었지만 좋은 출발을 보였다는 점과 막판에 가속이 상당히 좋았다는 점에서 잠재력은 충분히 보인 것이다. 채찍 몇 대를 가한 것만 보고 주행검사를 판단하면 이런 말들은 제대로 주목하기는 어렵다. 

사커맘의 혈통적 기대치는 어떨까. 부마 와이와이와이는 2008년에 국내에서 씨수말로 데뷔해 136두의 자마를 생산해 42두가 경주에 출전했는데, 333전을 치르면서 17두가 42승을 합작했다. 평균 우승거리는 1300미터로 대상경주 우승기록은 없다. 국4군의 스틸더쇼와이가 최고 군일 정도로 대표자마라 할 만한 말이 없으며 대부분의 자마들이 하위군에 맴돌고 있다. 사커맘이 현재의 속도대로 계속 성장해준다면 대표자마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겠다. 

이와 같이 사커맘의 부계는 실망스럽지만 모계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조금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 모마인 시스터는 시애틀슬루 계열의 씨수말 휴스톤의 자마로 현역시절 5전1/1의 성적을 거뒀다. 우리로 말하면 일반경주의 성적이라 크게 눈에 띌 만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자마들은 상당히 좋은 활약을 했다. 모두 14두의 자마를 배출했는데 이 가운데 5두가 폐사하고 2두가 승용마로 결정됐다. 경주마로 데뷔한 말은 7두였는데 2마리가 주목할 말한 활약을 했다. 서울에서 1군까지 진출했던 리걸레이디와 부경 2군에서 활약했던 퀸프로젝트가 그 주인공이다. 

결론적으로 사커맘은 간혹 걸출한 자마들을 생산하는 모마의 우수한 유전적 잠재력을 물려받은 것으로 보이고 데뷔전 걸음도 여유가 많은 편이라 당분간은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김시용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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