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데이터로 본 명마의 이상적 체격

이병주 경마전문가 2018-10-22 조회수 182
[일요신문] 경주마의 이상적인 체격은 어느 정도일까. 체격은 구체적인 숫자로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마체중으로 갈음해서 분석한다. 과거 필자가 만난 조교사 등 경마 시행업체 전문가들은 대체로 480㎏ 안팎을 이상적인 마체중으로 꼽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500㎏대가 넘는 마필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좋은 체격조건을 타고나 힘이 차면 많이 뛰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조교사들이 각종 인터뷰에서 자주 하는 말인데 그 대상은 주로 500㎏가 넘는 경주마들이다. 
 
2001년 이후 그랑프리 우승마는 모두 15두이고 평균 마체중은 494㎏이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한국경마에서 뛰어온 경주마들의 실전 데이터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과연 조교사들의 말과 일치하는 것일까. 일요신문은 2001년 이후의 경주에서 나타난 마체중 데이터를 토대로 비교분석, 그 변화상을 해봤다. 참고로 이 기사에서 언급하는 마체중은 모든 경주를 평균한 것이 아니고 입상한 경주들을 토대로 추론한 개별 마필의 최정상 체중을 대입한 것이고 오차 범위는 약 ±5㎏이다.

먼저 현재 과천이나 부경에서 뛰고 있는 현역 경주마부터 알아보자. 두 경마공원에서 단 한 번이라도 실전에 투입된 경주마는 모두 2244두인데 이들의 평균 마체중은 478㎏이었다. 가장 많은 마체중은 597㎏으로 승리엉클모가 그 주인공이다. 승리엉클모는 부경에서 활약하다 최근 휴양 중인 5세마인데 22전이나 뛰었지만 2승 2위1회, 3위1회의 성적에 그치고 있다. 나이만 보면 아직 약간의 기대치는 남아있지만 지나치게 큰 체중 탓에 걸음 자체도 둔중한 편이라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전에서도 최근 들어 경주력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대로 퇴역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역마 중에서 가장 체중이 적게 나가는 말은 스카이점프다. 이 말은 데뷔전에서 376㎏의 마체중을 보였는데 이후 조금씩 성장하면서 마지막 경주인 9월말 현재는 404㎏을 찍었다. 아직 2세마라 더 성장할 여지는 있지만 현재까지의 추세로 봐서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씨수말 선더모카신의 자마로, 국5군에 소속돼 있는데 경주력은 체격과는 달리 실전을 거듭할수록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작은 고추’ 중에서도 1군까지 진출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향후 행보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그렇다면 현역 1군마들의 마체중은 얼마나 될까. 경마팬들이나 경마 전문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현역 1군마 156두의 평균 마체중은 493㎏이었다. 부경의 챔프라인이 567㎏으로 ‘최고’에, 서울의 노장마 원더볼트가 430㎏으로 ‘최저’에 이름을 올렸다. 

챔프라인은 마령 6세로 이제는 체중이 더 늘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자신의 장기인 지구력을 살리려면 얼마간의 체중조절(감량)은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원더볼트는 데뷔 초엔 450㎏대의 마체중으로 한때 최강마 대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명마였는데 나이가 들면서(8세) 체중이 많이 빠졌다. 그렇지만 아직도 1군 무대에서 순위권에는 이름을 올릴 만큼 녹록지 않은 걸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살펴볼 점은 시대별 마체중변화상이다. 일요신문은 현재의 경주마가 과거의 경주마들에 비해 체격이 얼마나 더 커졌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2001년~2010년 사이에서 태어난 1군 경주마 1547두의 평균 마체중을 살펴봤다. 결과는 481㎏이었다. 앞서 분석한 2018년 현재의 현역경주마들 마체중(493)과 비교하면 12㎏이나 차이가 난다. 지난 10여 년 사이에 한국 경주마들의 체격이 그만큼 커졌다는 결론인데 명마의 조건에 좀더 다가가기 위해서 같은 기간에 10승 이상 기록한 말만 따로 비교해봤다. 그 결과 2001년~2010년 사이에 이름을 날렸던 10승 이상마 82두의 평균 마체중은 493㎏이었고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10승 이상 경주마 19두는 500㎏이었다. 약 8㎏의 차이를 보였다. 

한국경주마는 지난 10년간 경주력도 크게 향상됐지만 그에 맞춰 경주마의 체격도 상당히 커졌음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도입된 우수한 씨수말과 씨암말이 후대와 그 후대의 후대들을 배출하면서 일종의 종자개량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랑프리 우승마에 대한 분석이다. 터프윈, 동반의강자, 미스터파크, 밸리브리, 섭서디, 경부대로 등등 이름만 들어도 팬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진짜 명마들. 2001년 이후 그랑프리 우승마는 모두 15두이고 평균 마체중은 494㎏이었다. 국산마에 대한 핸디를 대폭 적용받고 우승한 왜소한 체격의 암말 즐거운파티(448)까지 포함한 데이터다. 즐거운파티를 제외한다면 대상경주 우승마 그룹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병주 경마전문가
 
마체중과 경주거리 성적 무관한 까닭

‘명마’가 장·단거리 모두 출전

체격이 큰 말은 장거리에서 잘 뛸까, 아니면 단거리에서 잘 뛸까. 2등급 이상의 경주에서 3위 이내의 성적을 올린 경주마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는 앞서 메인 기사에서 분석한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리별 입상마의 평균 마체중은 1200미터 경주에선 492㎏, 1400~1600미터 경주에선 491㎏, 1800~1900미터 경주에선 490㎏, 2000미터 이상의 경주에선 496㎏이었다.  경주마가 매 경주마다 많게는 10㎏까지 체중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미세한 차이는 유의미한 결과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측된 이 같은 결과에는 어떤 원인이 있을까. 명마 그룹의 국내 경주마들은 상위군에 진출해도 대체로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고루 출전하는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는 것 같다. 더군다나 국내에선 경주마로 데뷔하면 단거리부터 입상횟수를 쌓아서 장거리로 진출하기 때문에 하위군에서나 단거리 전용이 있을 뿐 단거리용과 장거리용에 대한 구분이 아직은 희박한 편이다. 물론 마방마다 상위군 마필들을 거리별로 전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경우도 최근 들어 늘고는 있지만 아직은 양수겸장인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분석 전문용 경주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김시용 씨는 “경주마의 거리적 특성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거리별 마체중 분석은 큰 의미가 없다”며 “특히 국내엔 장거리라 해봐야 기껏 2000미터 정도이고 이마저 경주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단 상위군에 진출하면 마방에서 전천후로 투입하는 경향이 많다”는 의견을 냈다.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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