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도 ‘구구절절’ 기사만 쓰지 말아다오~-김다영 기자

일요신문 2015-04-16 조회수 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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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 친동생 5급 비서관 활동
[단독] 백군기 의원 '아들 비서관 채용' 논란 일자 즉시 '면직' 처리 



“사실이 맞지만 기사화 하지는 말아 달라.” 

의원의 가족이 해당 의원실의 5급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해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취재원으로부터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성이 다른 의붓아들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습니다. 백 의원에게 전화해 “최 XX 비서관이 백 의원님 아들 맞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니 곧장 “맞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백 의원은 자신의 사연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재혼한 아내의 아들인데 선거 전부터 자신의 수행역할을 하고 있었고, 같은 동네에 살며 출퇴근을 함께하기도 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안타깝다는 심정도 털어놓았습니다. 문제가 된다면 오늘이라도 아들을 해고하고 공식입장을 밝힐테니, 기사화하지 말아달라는 사정이 이어졌습니다. 

백 의원과 통화하기 전, 저는 이미 백 의원실 내부 관계자의 확인을 거쳤습니다. 운 좋게도 정보를 얻기 전부터 친한 취재원이었습니다. 제가 해당 정보를 묻자 그는 “그 이야기가 거기까지 갔느냐”며 난감하면서도 “이미 김 기자가 알고 전화한 것이면 어쩔 수 없다”며 속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백 의원의 의붓아들은 실제로 성실하게 일에 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 내부에서도 직계가족 채용에 대한 논란을 우려해 바꿔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실제 아들의 자리에 전에 일했던 사람이 다시 들어오기로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백 의원은 일을 지지부진 끌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제 식구를 냉정하게 자르기는 쉽지 않았나봅니다. 저는 제게 도움을 준 내부 취재원과 같은 가치관을 확인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가족 채용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가치관으로 저는 흔들리지 않고 글을 써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의 친동생 채용 기사는 그날 오전 우연치않게 취재원과 대화하던 중 툭, 떨어졌습니다. 백군기 기사 다음날 각종 언론과 정보지에서까지 해당 내용이 거론됐습니다. 카카오톡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지에는 ‘백군기 기사 이후 야당의 한 운동권 여성 의원까지 떨고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 여성 의원을 내가 찾아야겠다”고 말하자 대뜸 주인공은 서영교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서 의원실 내부에서 가족 비서관 채용을 두고 불평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도 함께 들었습니다. 실제 서영교 의원은 친동생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 중이었습니다. 

망설일 이유는 없었습니다. 서 의원에게 전화해 물으니 “맞다”라는 답이 곧 돌아왔습니다. 이후 1시간여 정도의 통화가 이어졌습니다. 서 의원은 전화기를 붙잡고 동생을 채용하게 된 사실과 채널A도 이 사건을 취재했으나 언론윤리상 다루지 않았다(왜 다루지 않았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는 이야기를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서 의원에 따르면 선거전부터 발 벗고 도와준 중년의 남동생은 몸이 아픈데도 고된 수행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 의원은 차 안에서 자거나 옷을 갈아입어야할 일이 있어 남동생을 채용해야했다고 합니다. 동생이 무릎이 아파 그만두겠다고 했다며 곧 바뀔 것이라는 뉘앙스의 대화도 오갔습니다. 서 의원은 “수행 일의 경우 힘들기 때문에 가족 채용을 허용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마지막에는 역시 “기사화하지 말아달라”는 말이 붙었습니다. 

원내대변인이 가족비서관을 채용했다는 사실이 백 의원의 사건보다 더 크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다음날 언론을 주시했습니다. 하지만 JTBC와 채널A 등 종편에만 나왔을 뿐 일간지에는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 의원이 친한 국회 반장단을 불러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조치를 취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해당 기사 이후 백 의원은 곧 아들을 사퇴시키고 다른 사람을 채용했습니다. 서 의원은 기사화는 막았지만 우윤근 원내대표가 동생 채용 건이 ‘제척사유’가 된다는 이유를 지적해 이완구 청문회 위원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대신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이 갑자기 자리를 맡게돼 ‘이완구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게 되는 의외의 쾌거(?)를 누리게 됐습니다. 

가족비서관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의원들도 문제가 없다고 억울해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다만 투명하게 공개돼 국민의 알권리가 충족되었으면 합니다. 야당 의원만 파헤쳤다고 원성이 높은데 여당 의원들 중에도 가족 비서관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팀에서부터 후방 지원을 아끼지 않아주신 김원양 국장님과 홍성철 팀장님, 부족한 막내 기자를 믿고 지지해주신 이성로 팀장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언제나 진심어린 응원을 해준 연호 선배와 따뜻한 동기 정환에게도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김다영 기자 (일요신문 취재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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