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후] 검찰,서강바른포럼 수사 당시 핵심인물 기소 못했다 - 김임수 기자

일요신문 2015-07-10 조회수 4537

지난 2014년 12월 19일. 제18대 대선이 끝난 지 꼭 2년째 되는 날, 기사 2꼭지를 냈다. 딴에는 밝혀내기 힘든 소스를 구체화했다는 기쁨을 만끽했으나 대외적으로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단독] '18대 대선 불법 SNS사무실 운영' 탄원서 권익위 접수 

[단독] 18대 대선 ‘SNS 전사’ 출신 새누리당 특채 근무 


첫 번째 기사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당선을 위해 불법선거운동을 했던 ‘서강바른포럼’에서 여의도 최고급형 오피스텔 10여채를 무상 공급받아 사용했다는 내용으로, 오피스텔 임대인이 직접 탄원서를 올린 것을 토대로 기사화한 것이다.

서강바른포럼은 서강대학교 출신으로 구성된 박근혜 대통령 지지단체로 포럼 핵심 인사들은 대선이 끝나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처벌을 받았다. 재판부는 서강바른포럼 활동이 명백한 위법이지만 대선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봤다. 그런데 말입니다, 불법선거사무실이 1~2채가 아닌 10여 채였다는 게 처음부터 알려졌다면, 그래도 재판 결과는 같았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두 번째 기사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 SNS 선거에 가담했던 한 여성이 새누리당에 특채로 근무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두 기사는 하나로 연결된다. 이 씨 역시 대선 때 해당 오피스텔(여의도 에스트레뉴)로 출퇴근하며 활동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불법대선운동에 관여한 자가 새누리당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내용이 된다.

다만 그가 새누리당에 특채로 뽑힌 것과 지난 대선 때 활동의 정확한 상관관계를 짚어내기 어려워 두 기사를 분리했다.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기사가 나간 이후 공교롭게도 새누리당 뉴미디어국은 해체돼 여의도연구원으로 그 기능이 넘어갔다.

최초 보도 이후 기자는 작년 탄원서를 올린 오피스텔 임대업자 정 아무개 씨에 꾸준히 연락을 취했다. 그때마다 다양한 반응으로 취재 요청을 거절하곤 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성완종 리스트’가 터지면서부터다. 정 씨 역시 자신을 고 성완종 전 의원과 같은 ‘정치적 희생양’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같은 접근법은 주효했고, 지난 4월 정 씨와 처음으로 긴 통화에 성공했다. 비로소 거물급 인사들의 실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단독 인터뷰] ‘18대 대선 새누리당 불법 SNS 캠프’ 제공자 “우리 빌딩이 VIP(朴 대통령) 만든 빌딩”

통화 당시 정 씨는 자신의 이야기가 기사화되면 빌딩에서 뛰어내리겠다며 기자를 겁줬다. 제 힘으로 일어서면 양심고백을 할 테니 기다려달라고도 했다. 그 말을 다 믿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사를 쓰지는 않았다. 나는 시방 어리석은 짐승. 정 씨 쪽은 곧바로 다른 유력 매체와 접촉해 인터뷰를 가졌다. 그렇게 새누리당 ‘비밀캠프’의 정체를 폭로한 것은 다른 매체의 공로가 됐다.

서강바른포럼 관련 취재에는 기자의 한이 서려있다. 아직 못 다한 이야기도 있다. 포럼은 불법선거운동 당시 포럼동서남북이라는 단체와 함께 움직였는데, 청와대를 드나드는 인쇄업자부터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까지 구성원이 참 흥미로웠다. 현재 대표는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옛 후원회장이 맡고 있었다.

[단독] '18대 대선 불법 SNS캠프' 가담 포럼…박근혜-이정현 친구 공동 운영

[단독공개] 박근혜 불법선거운동 서강바른포럼 ‘V2012 실행계획’ 실체 추적

또 한 가지. 사실 검찰은 2013년 서강바른포럼 수사 당시 핵심 인물을 기소하지 못했다. 2012년 10월부터 포럼의 사무국장을 맡았던 이로, 선관위 직원들이 불법 선거사무실을 급습했다는 소식에 곧바로 외국으로 출국해 버렸기 때문이다. 18대 국회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 출신이기도 한 그가 최근 귀국해 모 재단에 근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소문해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다. 기자의 연락은 일체 응답하지 않고, 최근에는 다시 행방이 묘연해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검찰은 이 사건을 다시 살펴볼 기회가 있다. 최근 정 씨가 못 받은 오피스텔 임대료를 받아내기 위해 서병수 부산시장을 포함한 7명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현재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에 배당돼 수사 중에 있다. 또 다른 휼륭한 기자들이 관심을 갖고 취재해 주길 바란다. 최초 보도 출처 표기 같은 기대는 애당초 접었다. ‘크롬처럼 반짝이는 영웅’이 당신이 되어도 좋다. 다만, 기사 마감 직전 <매드 맥스 : 분노의 토로> 눅스의 말을 떠올려주시기를. witness me!

김임수 기자(일요신문 취재 3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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