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호] 보도 시간의 중요성 일깨워준 ‘박태규 리스트 ’기사 - 홍성철 기자

일요신문 2013-06-18 조회수 5304

[일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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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바로가기 ⇨ [제1012호] [단독확인] 박태규 ‘신 로비리스트’ 전격 공개

“특종은 정보력과 시간 싸움이다.”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기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방송이나 일간지의 경우 1분 1초 때문에 특종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특히 무수한 인터넷 매체가 실시간으로 기사를 양산하고 있는 작금의 언론 환경을 감안하면 특종은 곧 시간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특종을 위해선 정보력과 취재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방송이나 일간지처럼 속보 경쟁을 할 수 없는 주간지의 특성상 시간보다 정보와 취재력을 바탕으로 한 특종이 많았다. 하지만 대형 사건이나 핫 이슈가 터졌을 때는 주간지도 특종을 위해선 시간 싸움을 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국민들과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 모든 언론매체는 해당 사건이나 이슈에 매진한다. 이때부터는 정보력도 중요하지만 보도 시간이 늦으면 특종을 눈 앞에서 놓칠 수 밖에 없다. 속보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일부 주간지들이 특종을 발굴했을 경우 정규 발행일에 앞서 홈페이지나 인터넷에 미리 보도해 특종을 선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태규가 만난 거물들’ 기사는 보도 시간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준 사례였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거물 브로커 박태규 씨는 사건의 열쇠를 쥔 핵심 당사자였다. 박 씨는 지난 9월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으로부터 정관계 및 금융당국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부산저축은행 퇴출을 저지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지난해 4~10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17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박 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한창일 때 사정당국 주변에서는 여야 거물급을 포함한 정관계 인사 10여 명이 이른바 ‘박태규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등 박 씨의 입에 이목이 집중됐다. 언론들도 ‘박태규 리스트’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일부 매체들은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을 영문 이니셜로 기사화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태규 리스트’를 파헤치기 위한 언론사의 취재경쟁이 한창일 무렵에 필자는 박 씨의 측근인 A 씨로부터 ‘제보를 하겠다’는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9월 20일 필자와 만난 A 씨는 박 씨가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김문수 경기지사, 엄기영 전 강원도지사후보, 법조계 거물인 김경한 전 법무부장관, 이명재 전 검찰총장, 삼성비자금 사건 특검을 지낸 조준웅 법무법인 세광 대표 등 거물급들과 자주 접촉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또한 A 씨는 박 씨가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 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접촉한 구체적인 정황을 폭로하는가 하면 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Y 전 장관과 공기업 사장을 지낸 K 씨 등도 박 씨와 두터운 친분을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말미에 A 씨는 다른 매체와는 일체 접촉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필자는 다음날(21일)부터 A 씨가 폭로한 거물들에 대한 사실 확인 작업에 돌입했다. 이 중 일부 인사들은 박 씨와 접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금품수수 등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했다. 일부 인사는 박 씨와의 접촉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당사자들의 해명을 들은 필자는 22일 기사 작성을 마치고 느긋하게 발행일(26일)을 기다렸다. 하지만 너무 방심했던 탓일까. 23일 필자는 비보를 접해야 했다. 모 일간지 1면 하단에 ‘박태규, 안상수도 만났다’ 제하의 단신기사가 떴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홈페이지나 인터넷에 미리 보도할 걸…”하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다행인 것은 일간지에 보도된 내용이 단순했고, 안 전 대표 외에 다른 거물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일간지의 단신 보도로 다소 김이 새긴 했지만 필자는 <일요신문> 1011호 ‘박태규가 만난 거물들’ 제하의 기사를 통해 박 씨가 안 전 대표와 몇 차례 골프회동을 한 구체적인 정황을 비롯해 다른 거물들과의 접촉 및 친분관계를 처음으로 보도할 수 있었다.

필자와의 인터뷰 이후 검찰에 두 번이나 소환돼 장시간 조사를 받아야 했던 A 씨에게 지면으로나마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홍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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