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2·1153호]정주영의 숨겨진 여인 김경희씨 인터뷰-김태현 기자

일요신문 2015-01-05 조회수 9939
# 기사 바로가기 

1152호 [최초공개] 정주영 ‘숨겨진 여인’ 김경희 40년간 감춘 사랑과 증오 1편
1152호 [최초공개] 정주영 ‘숨겨진 여인’ 김경희 40년간 감춘 사랑과 증오 2편
1153호 정주영-김경희 비밀결혼 스토리 2탄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인턴 기간이었다. 그때 틈만 나면 들여다보는 곳이 있었다. <일요신문i> 취재후기 ‘일요 X파일’이었다. 시간이 날 때면 취재후기 글을 몇 번이나 반복해 읽으며 언젠간 특종상을 받아 저곳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선배들의 무용담만 읽다 막상 직접 쓸 기회가 오니 부끄럽기만 하다. 

지난 5월 29일은 수습기자 2주차 목요일이었다.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야심차게 낸 아이템이 마침내 그날 모두 ‘킬’ 됐기 때문이다. 그 주에 아무런 기사도 쓰지 못할 처지에 놓이자 심정이 몹시 우울했다. 그때 우연히 한 취재원으로부터 ‘현대가 정주영 회장의 비리를 알고 있다는 사람을 안다’는 몹시도 애매모호한 말을 듣게 됐다. 

그 취재원은 다른 친구를 소개해줬고, 그 친구는 다시 당사자의 번호를 알려줬다. 그 번호로 연락하자 일단 한남동 A 호텔에서 만나잔다.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나간 한남동 A 호텔. 그때는 그곳을 그 후로도 그렇게 자주 가게 될지 미처 몰랐었다. 

A 호텔 앞에서 만나기로 한 ‘그분’은 마치 비밀 조직 접선을 하듯 자꾸 자리를 바꿔댔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처음에는 A 호텔 앞이었지만 도착한 뒤엔 B 빵집 앞, 그곳에 없어 다시 전화하자 지하철 역 앞, 문자를 보내니 A 호텔 앞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결국 만난 그 분은 다소 독특한 복장에, 만나자마자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요지는 이랬다. 김경희라고 자신을 밝힌 그녀는 자신이 정주영 회장의 숨겨진 부인이며 이제야말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그분은 종잡을 수 없는 말을, 기분 내키는 대로 말하는 특성이 있었다. 만난 뒤 핵심을 알아듣는데 45분쯤 걸린 것 같다. 그럼에도 그녀가 자비로 출판했다는 책과 몇 점의 증거를 토대로 봤을 때 그녀의 말은 의심할 여지없는 ‘팩트’였다. 

팀장께 보고하니 세밀한 취재지시가 떨어졌다. 목요일부터 시작한 취재는 그 다음주까지 계속됐다. 시간 날 때마다 A 호텔에서 그분을 만났고 취재 내용을 그대로 보고했다. 이제 막 수습기자 생활을 시작해 아무것도 모르는 기자에게 팀장은 보강 취재할 부분, 다른 방향으로 들어볼 만한 이야기, 참고 자료 등을 융단폭격 하듯이 투하했다. 조사와 취재, 인터뷰가 밤낮 없이 이어졌다. 

기사는 결국 6쪽에 걸쳐 쓰였다(<일요신문> 1152호, ‘정주영 숨겨진 여인 김경희, 40년간 감춘 사랑과 증오 최초공개’). 김경희 씨의 이야기, 인터뷰 내용 등이 실렸다. 기구한 김경희 씨의 인생사와 정주영 회장과의 만남을 다뤘다. 가까이서 본 정주영 회장의 소탈한 모습도 들어갔다. 특히 신경 쓴 점은 김경희 씨가 현재 시점에서 왜 언론에 자신을 노출했느냐는 것이었다. 인터뷰는 김 씨가 꺼릴 법한 공격적인 질문들로 채워졌다. 

기사가 나가고 김경희 씨를 몇 차례 더 만났다. 김경희 씨의 모친도 만날 수 있었다. 전 주에 지면이 모자라 쓰지 못한 점, 미진한 점에다 김경희 씨 모친 인터뷰를 담아 다시 기사를 썼다(<일요신문> 1153호 ‘정주영-김경희 비밀결혼 스토리 2탄’). 두 차례의 보도에도 미처 내보내지 못한 점이 있어 취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큰 기사를 쓰면서 많은 경험을 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분에 넘치는 특종상을 받고 나니 특종 기사에 더 큰 욕심이 든다. 더 노력하고 더 뛰어야한다고 각오를 다진다. 

수습기자가 특종을 했다면 그것은 그 기자의 능력 덕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매체, 즉 <일요신문>이 만들어온 전통이 특종을 만들어준 것이 아닌가 싶다. 나 또한 <일요신문>의 전통에 벽돌 한 장 올려놓는 마음으로 분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그저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다. 격려를 아끼지 않은 선배 기자들과 특히 많은 신경을 써준 이성로 팀장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김태현 기자(일요신문 취재1팀) 

sns 연동하기

댓글 0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또는 비하하는 댓글 작성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지면 보기

제1663호

발행일 : 2024년 4월 3일

제1662호

발행일 : 2024년 3월 27일

제1661호

발행일 : 2024년 3월 20일

제1660호

발행일 : 2024년 3월 13일

제1659호

발행일 : 2024년 3월 6일

제1658호

발행일 : 2024년 2월 28일

제1657호

발행일 : 2024년 2월 21일

제1656호

발행일 : 2024년 2월 14일

제1655호

발행일 : 2024년 2월 7일

제1654호

발행일 : 2024년 1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