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9호] 그의 코드명은 "007" - 동진서 기자

일요신문 2013-07-25 조회수 5716
[일요신문]

기사 바로가기 ⇨ [제929호] 세종시에 롯데 맥주공장 정부 특혜설 도는 내막

어느 업계나 마찬가지겠지만 주류 쪽은 특히 경쟁사 동향에 민감하다.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벌이는 마케팅 전쟁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이번에 롯데그룹이 세종시에 맥주공장을 짓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가 나간 후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도 롯데가 아닌 경쟁업체들이었다. 현재 맥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오비맥주와 하이트가 먼저 기자를 상대로 역취재에 나섰고, 평소 ‘듣보잡’이던 지방 주류업체들로부터도 연락을 받았다. 모두들 기사 그 이상의 것을 궁금해 했다. 취재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지라 속 시원히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번 기사의 아이템을 제보해 준 취재원이 ‘기사로 나간 내용 이외엔 절대 발설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 그동안 여러 차례 결정적인 도움을 줬던 그 취재원과의 ‘신뢰’를 깨트릴 수는 없었다. 이번 후기에서는 그 취재원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의상 A 씨로 칭한다.)

3년여 기자생활 동안 수많은 취재원을 만났는데, 그중에서도 A 씨는 무척이나 ‘특별한’ 편에 속한다. 기자들이 많이 접촉하는 정보 라인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조직의 ‘장’을 보좌하는 것이 그의 역할. 그만큼 내부 속사정에 밝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A 씨는 ‘보안’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다. 약속 장소엔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나는가 하면 중요한 정보를 건네줄 때는 절대 휴대폰으로는 전화를 하지 않고 요즘은 찾아보기도 힘든 공중전화를 이용하곤 한다. 도청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A 씨가 카페나 음식점에 들어갈 때 도청장치가 있는지 탁자 밑을 살펴보는 것은 이제 익숙하다. 왜 그렇게 ‘오버’를 하는지 A 씨를 알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물어본 적이 있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폼 나잖아. 영화 찍는 것 같고.” 농담이려니 했는데 진심일 것이란 게 그를 지금까지 지켜본 기자의 결론이다.

A 씨와의 첫 대면이 떠오른다. 지난 2007년 10월 ‘수습’ 딱지를 뗀 직후였다. 동문회에 갔다가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 앉은 A 씨로부터 명함을 받았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임원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40대 초반의 나이였다는 것. 같은 곳에 다니는 지인들에게 수소문해보니 A 씨는 회사 내에서도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아 초스피드 승진을 해왔다고 한다. 기자에겐 ‘인맥’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 아니던가. 왠지 친해져야 할 것만 같았다. 무작정 회사 앞으로 가 “근처에 왔으니 차 한 잔 하자”며 전화를 했다. 당시 가장 많이 쓰던 ‘신공’이었다. 그러나 그는 단칼에 “바쁘다”며 거절했다. 일차 실패. 그 다음 번에도 역시 그는 나오지 않았다. 언론과 접촉하지 않는다는 게 자신의 철칙이라고 했다. 고심 끝에 정중한 메일을 보냈다. 기자가 아닌 사회생활을 처음 하는 후배로 봐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삼고초려’ 끝에 결국 그는 내 ‘진정성’을 받아들였고, 그 이후 가장 든든한 후견인이자 고급 정보원이 돼 주었다.

기자의 휴대전화엔 A 씨 전화번호가 ‘코드 007’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돼 있다. A 씨에게 기자는 ‘코드 006’이다. 누가 007로 할 것인가를 놓고 옥신각신하기도 했지만 결국 연장자인 A 씨 차지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제임스 본드가 활약하는 007 영화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만날 때 거창하게 ‘접선’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실제론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만 먹지만 말이다. 얼마 전 A 씨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조만간 파주엘 가자고 했다. 그곳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돼지갈비를 사준단다. 그러고 나서 바로 문자가 왔다. ‘4월 OO일 파주, 북 동향 탐지.’

동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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