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너였던 윤전추, 청와대에는 왜? - 김임수 기자

일요신문 2014-10-22 조회수 5385

[일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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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 청와대도 출입해요? 부속실에 재미있는 사람 한 명 있네. 동명이인일 수도 있으니 한번 확인해 봐.”

시작은 여권 관계자의 문자 한 통이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전지현·한예슬과 같은 유명 여배우 몸매를 관리했던 스타 트레이너가 소속돼 있다는 ‘가십’이었다. 곧바로 몇몇 정치부 기자에게 확인해 보니, 누구도 윤전추 행정관 존재를 알지 못했다. 이 땅의 정치부 기자들이란 「이런 Money, 저런 Power 그것만 따따따 따라가」는 것인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현 정권 청와대 부속실은 역대 정권과는 그 성격과 위상이 사뭇 달랐다. 박 대통령을 십수년간 보좌했던 이들이 부속실을 맡아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권력 기관처럼 인식되는 분위기였고,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하는 이들조차 정보를 얻기는커녕 접촉조차 쉽지 않았다.

시작부터 우회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윤 행정관이 근무했다는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전화를 걸었다. “윤전추 트레이너 지금도 근무 하시나요?” 이미 오래전에 그만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와 함께 윤 행정관이 대한리권협회에 소속돼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협회 관계자를 상대로 작업(?)에 돌입했다. 정공법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윤전추 선생님과 연락이 닿으시나요? 원고 청탁 좀 드릴까 하고요.” 현재 트레이너 이외의 다른 일을 하고 계시니 연락처를 남겨 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절반의 성공. 이와 동시에 정보공개시스템을 활용해 청와대 부속실 근무 행정관 이름과 직급 업무분장 등에 관한 정보공개 요청을 했다. 요즘은 개별 공무원 연락처와 담당 업무까지 공개되는 세상이라 일정 부분 공개가 될 것으로 믿었다. 결과는 비공개 결정 통지였다.

오호 통재라. 이번에는 윤전추 행정관 실명을 적시하고 해당 행정관의 업무가 무엇이고, 채용에 적법한 근거가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정보공개 청구했다. 답은 똑같았다. ‘국가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대통령비서실 업무 특성상’ 블라블라. 너님들, 정말 이러기야?

마지막으로 그럴싸한 공문을 집어넣었다. 다음호에 윤전추 행정관에 관한 기사가 실릴 예정이니, 트레이너가 왜 부속실에 근무하고 있는지 답변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대통령 몸매 관리’라는 표현이 다소 직설적이라는 생각에 ‘건강 주치의’라고 붙였는데, 이후 모든 매체에서 단어처럼 굳어졌다.

금요일 마감이 끝날 때까지 연락이 없었다. ‘이번 주는 공쳤군, 하지만 나에겐 다음 주가 있다지.’ 훌훌 털고 회사 식구들과 저녁을 먹는 와중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김 기자, 공식 답변이라서 딱딱하게 이야기하는 거 이해해 줘”라며 시작된 청와대 측 답변을 들으며, 「Boo-Ya!」

사실관계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 2달 가까이 걸린 셈이다. 그간의 과정을 복기해 보니, ‘와, 나 정치부 기자 맞아?’라는 자괴감과 “너는 정치부 2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기자다. 너에게는 시련이 필요하다”는 선배의 말씀. 그래도 ‘이거 뭔가 <일요신문> 답다’는 만족감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여성 대통령에게 건강 및 몸매 관리를 전담하는 행정관 한 명 정도 두어도 좋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S라인’을 책임진다는 게 어디 나쁜 일이기만 할까. 하지만 이 모든 걸 무슨 대단한 기밀인 것 마냥 철통보안을 유지하려는 태도는 뭐랄까, 「어른들이 짠해 보여, 그들은 정말 행복하지 않아.」

2005년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배우 황정민은 “스태프들이 밥상을 차렸고, 나는 맛있게 먹기만 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오래도록 내 머리에 남아있는 것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이영애였다. “저를 싫어하는 분도 있고 좋아하는 분도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모든 분께 사랑받고 싶습니다.”

‘저 인간은 뭐하고 다니는 걸까’ 의뭉스러움에도 채근하지 않고 기다려준 이성로 취재1팀장에게 따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SM 엔터테인먼트 4인조 신인 걸그룹 ‘레드벨벳’과 유 아무개 이사의 분리독립을 염원하며 이만 총총.

김임수 기자(일요신문 취재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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