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0호] 위기가 기회가 된 박정희 신당동 가옥 - 배해경 기자

일요신문 2015-04-16 조회수 4087
#기사 바로가기 => 박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삼남매 신당동 가옥 생활


신당동에 떡볶이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서울시 중구 신당동 62-4번지. 현대식 건물이 늘어선 평범한 골목 끝에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을 한 붉은 기와를 얹은 주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1년 5・16 군사정변을 일으키기 전까지 거주했던 집입니다. 한국현대사의 한 장면을 차지하고 있는 신당동 가옥은 전 대통령이 5・16 군사정변을 계획하고 지휘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신당동 가옥은 ‘5・16 산실’로 통하기도 합니다. 

2008년 서울시 문화재 제412호로 지정된 이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 가옥에 새삼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서울시가 올해 초 신당동 가옥을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몇 차례 신당동 가옥 공개가 번복 된 적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다른 뉴스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기사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우연히 스친 말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김원양 국장과 가진 식사자리에 나온 스님한분이 궁금한 것이 있다며 사진을 한 장 내민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신당동 가옥이라며 내민 사진은 평범한 가정의 응접실 모습이었습니다. 문제는 사진 속 액자였습니다. ‘증산상제 하감지위’. 민족종교 증산도 주문 진법주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불교신도로 알려진 박 전 대통령이 어쩌면 증산도 신도 일 수도 있다는 가설도 가능성이 없어 보이진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환단고기’를 교과서에 실으려 활발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증산도의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어보였습니다. 

막상 취재가 시작되자 증산도와 박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확실한 팩트가 없는 ‘음모론’ 정도의 제보였습니다. 작은 단서를 두고 사실을 확인하고 기사를 만드는 과정이 어렵다는 것을 부끄럽지만 3년차 기자가 되고서야 새삼 느꼈습니다. 

한달간 취재가 겉돌았습니다. 신당동 집을 찾아가도 내부도 보고 오지 못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겨우 마당에서 내부를 보는 것이 허락됐지만 원하는 단서는 찾지 못했습니다. 증산도 도장을 다녀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증산도 도장을 나올 때면 손에는 증산도 관련 책자만 한가득이었습니다. 

주변취재로는 승산이 없어보였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과거 안면이 있었던 박근령 씨에게 전화를 걸어 신당동 자택과 관련한 자문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박 씨는 관리인이 더 잘 알 것이라며 웃어 넘겼습니다. 집과 관련한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낌새가 이상했는지 어떤 방향으로 기사가 나가는지 왜 집을 취재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정공법을 써야했습니다. ‘증산상제 하감지위’. 한 달간 저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저 구절이 해결사 역할을 했습니다. 증산도 주문이 걸려있는 경위가 궁금하다고 하니 “선물 받아 걸어놓은 것”이라는 허무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대신 박 씨의 태도가 좀 더 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 배 기자님은 어떻게 저 구절을 알고 있는지 증산도와 인연이 있는지 물어왔습니다. 순간 증산도 도장을 다니며 들었던 ‘말씀’들과 받아왔던 책자에서 읽었던 내용들을 쥐어짜냈습니다. 통일교로 알려진 박 씨는 민족종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증산도와 관련된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그제야 “배 기자님 만나서 이야기 해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증산도 도장에서 받아온 책자를 읽어둔 것이 운이라면 운이라고 해야할까요. 쓸떼없다고, 헛걸음했다고 생각한 주변취재가 도움이 되는 걸 보니 그제야 “기본에 충실해라” “작은 단서도 놓치지 말아라”고 했던 선배들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쨌든 박 씨와의 만남으로 증산도와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실제로 박 씨와 만나서도 가옥에 대한 이야기보다 역사이야기나 민족종교이야기를 더욱 많이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인연이 됐는지 박 씨는 가끔 저녁 늦게 전화를 걸어와 신당동 가옥과 관련한 기억들을 무척이나 평범한 언어로 풀어놓았습니다. ‘민족’ ‘충심’ ‘대업’ 이라는 무거운 단어들을 주로 사용하는 박 씨가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는 신당동 가옥과 관련한 이야기는 또 다른 기사가 되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증산도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기사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대신 신당동 가옥과 관련한 숨겨진 1인치와 사진을 가옥 개방 전 먼저 내보낼 수 있었습니다. 주변취재와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저를 채찍질 하게 됩니다.    

배해경 기자(일요신문 취재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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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의견

전체의견 1개가 있습니다.

  • 뭘로할까?2015-05-07 16:36:05
    sdfjkslkfjs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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