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특종상-김태현 기자

일요신문 2016-02-12 조회수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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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확인] 제2롯데월드 ‘서울공항 공사비’ 진실
-제2롯데월드 ‘서울공항 공사비’의 진실 2탄 3000억은 이렇게 951억으로 줄었다

1년 4개월 만에 특종상 시상식에 참여했다. 그래도 그동안 시간을 헛되이 보내진 않았구나 싶은 마음에 보람도 느꼈다. 다만 1년 조금 지났을 뿐인데 그동안 쉴 새 없이 마셨던 술 때문인지 똑같은 옷을 입을 수가 없었고, 그때와는 사뭇 다르게 후덕해졌다는 점은 슬픔으로 작용했다. 다만 이번 특종상 기사는 그동안 마셔왔던 술(?)이 만들어줬다고 밖에는 볼 수 없을 것 같아 양가감정도 있다. 

이번 특종상을 받게 한 기사는 ‘제2롯데월드 서울공항 공사비의 진실 - 3000억은 이렇게 951억으로 줄었다’이다. 롯데타워 허가에 반대하다 경질됐다고 알려진 김은기 공군 참모총장이 <조선일보>와 인터뷰 기사로 기사를 작성할 때쯤 다시금 화제가 됐다. 해당 인터뷰에서 김 참모총장은 자신의 경질 이유를 롯데타워 때문으로 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롯데타워가 공군의 잠재적 위험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팀장은 이 칼럼 기사를 토대로 다시 한 번 롯데타워의 문제점을 짚어보자고 했다. 단순히 김 참모총장의 의견뿐만 아니라 MB정부가 ‘불도저’처럼 롯데타워 허가를 밀어붙이다 놓치고 간 것은 없는지 다각적으로 다시 보자고 했다. 그래서 비록 117층이 넘어가 완공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의 책임인지 ‘실패의 교훈’을 남겨보자고 했다. 

취재를 시작했지만 막막했다. 롯데타워라니. 이미 지난 2009년 허가가 끝난 사안이었다. 6년도 넘게 지난일이니 만큼 취재가 쉽지 않았다. 김은기 참모총장에게 전화도 걸어봤으나 다시는 언론에 등장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무래도 <조선일보> 기사 이후 많은 일을 겪은 것 같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09년 롯데타워 허가 시기 국회 국방위 회의록부터 뒤져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수확은 있었다. 회의록에는 제2롯데월드 문제로 군과 국방위원들간의 불꽃튀는 설전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 당시 기록을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치열한 ‘전투’ 속에서 국방위원들은 패색이 짙은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결국 MB정부의 의지대로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회의록 기록에나마 남기고 싶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한편 그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의원도 있었다. 당시 국회 국방위 소속 유승민 국방위원이었다. 아직 전국적 인지도를 갖기 전이지만 능력만큼은 발군이었다. 국방부와 공군의 아픈 점을 가장 적확하게 찍어 공격했다. ‘낭중지추’라고 결국 능력 있는 정치인은 언젠가 빛을 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어쨌건 이것으로 1차 기본 자료는 찾았다. 당시 회의록에는 국방위원들이 제기한 롯데타워의 ‘허점’들이 나와 있었다. 각 허점들 중에서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이슈들은 없는지 점검했다. 특히 유 위원의 발언들이 큰 도움이 됐다. 유 의원의 문제제기는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이슈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뭔가 눈길을 사로잡을 큰 것이 필요했다. 그 주에는 주위에 롯데타워 타령만 하고 다닌 것 같다. 롯데타워에 대해 새로운 뭔가를 아는 사람이 있나 수소문 한 것이다. 목요일 저녁이 지나며 대략 2009년 당시 상황을 복기하는 수준에서 기사를 써야하나 고민에 빠질 때 취재원 A가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연락을 해왔다. 도움이 될지 안될지 모르겠으나 일단 급히 자신의 사무실 근처로 넘어오라는 이야기였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하는데 이동이야 큰 문제도 아니었다. 

A는 만나자마자 근처에서 술을 한 잔 하자고 했다. 난데없이 술이라니. 마감으로 마음은 급한데 뭔가 있는 것 같으니 잠자코 술을 마셨다.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A는 갑자기 뭐 때문에 롯데타워 관련 자료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능청스럽게 “저도 먹고는 살아야죠”라고 말했다. 크게 웃더니 서류봉투에 남긴 뭔가를 건넸다. 꼭 도움이 될 터이니 오늘은 통음이나 하자고 말했다. 대만취를 하고 다음날 서류봉투를 열어봤다. 안에는 롯데와 공군의 협약서와 계약서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공군이 활주로 3도를 트는 대신 ‘조건 없이’ 주기로 한 3000억이 대폭 삭감돼 951억 원이 돼 있었다. 

당시 왜 951억 원이 됐는지도 설명돼 있었다. 공군이 주장한 안전장비, 활주로 트는 공사 비용 등은 롯데의 집요한 요구대로 끝내 거부됐다. 대외적으로는 ‘조건 없는 비용납부’를 천명한 롯데는 안으로는 정부의 입김이 통하는 공군에 블랙 프라이데이처럼 집요한 할인을 요구했고 대부분 롯데의 뜻대로 결정됐다. 

기사를 쓰고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 매일 같이 술을 먹어 가정에 소홀한 A에게 꽃다발을 보냈다. A는 안사람이 자신을 놀랍게 쳐다봤다며 감사해 했다. 

이 기사로 특종상까지 받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할인 내역 중 아직 추적하지 못한 점이 있어 찜찜하다. 더군다나 당시 결정 과정에 누가 개입됐고, 무슨 발언을 했으며, 배후에 어떤 힘이 작용했는지 밝혀내는데도 실패했다. 군 조직에 대한 취재가 힘든 탓도 있지만, 진실을 서로 덮어주는 그릇된 충성도 문제였다. 언젠가 지금 해결 못한 내용을 밝혀내 다시 한 번 특종상을 받고 싶다. 그때서야 롯데타워 실패의 진정한 교훈을 남긴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는 받아 쓴 곳을 찾기 힘들지만 이후 썼던 롯데 형제싸움의 한 조각인 민유성 피소 기사는 수십 곳에서 받아썼다. 국가 안보의 핵심인 공군 활주로를 트는 기상천외한 일의 중요한 사실보다는 자극적이고 쉬운 기사만 찾는 것은 아닐까 씁쓸한 마음만 든 까닭이다. 

김태현 기자(일요신문 취재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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