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선수 아버지 불법 도박·폭행 연루 의혹-유시혁 기자

일요신문 2016-12-30 조회수 776
기사 바로가기=‘박세리 부친 도박·폭행 연루 의혹’

지난 2012년 10월 17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 오션코스를 찾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LPGA 투어 대회의 연습라운드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미디어 카트를 타고 가다 신지애 선수와 연습라운드를 하고 있는 박세리 선수와 마주쳤다. 

“기자님과 인터뷰하고 바로 우승했어요. 고마워요” 

드라이버샷을 준비하던 박세리 선수가 먼저 다가와 반갑게 인사했다. 한 달 전 골든베이골프리조트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아직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 수많은 언론인들을 상대해왔을 골프영웅 박세리 선수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는데, 9년 4개월 만에 KLPGA 투어에서 우승한 걸 내 덕분이라고 해주니 몸 둘 바를 몰랐다. 인터뷰하면서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이를 계기로 영원한 팬이 되기로 했다. 

세 달 후 골프전문기자를 그만뒀다. 박세리 선수를 인터뷰하고 난 후 허탈감이 컸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에 입사하면서 박세리 선수를 인터뷰하기 전까지는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목표를 세웠었는데, 막상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일에 대한 흥미를 잃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박세리 선수와의 인터뷰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자 가장 큰 자랑거리가 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올해, 박세리 선수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고, 리우올림픽 대한민국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어떤 누구보다 은퇴 소식에 안타까워했고, 올림픽 감독 선임 소식에 감격했을 것이다. 

지난 5월 27일 금요일, 한 취재원으로부터 박세리 선수의 아버지인 박준철 씨가 불법 도박장을 개설하고, 폭행에까지 가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취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기사 보도로 인해 박세리 선수가 국가대표 감독에서 박탈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주말동안 박세리 선수의 팬이 됐다가, [일요신문]에서 [비즈한국]으로 자리를 옮긴 지 며칠 되지 않은 기자가 됐다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이 됐다가, 사회의 정의를 알려야 할 기자가 됐다가 정체성이 수없이 흔들렸다. 

고민 끝에 취재부터 해보기로 결정했다. 박세리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한 피해자 세 명을 만났다. 이들은 불법 도박장에서 사기도박을 하려다 도박개설자들에게 발각돼 폭행을 당하고 돈까지 빼앗겼지만, 이 부분에 대해 억울해하는 것이 아니었다. 폭행 가담자들과 함께 법적 처벌을 받길 원했지만, 경찰이 이들의 진술을 무시한 채 엉뚱한 사람을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지목한 폭행가담자는 박세리 아버지와 그의 절친(절친한 친구)들이었다. 

공주경찰서 형사과장과 담당 수사관도 만났다. 피해자의 주장대로 그들이 지목한 폭행가담자들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그리고 경찰은 기자의 질문에 동문서답으로 대답했다. 박세리 아버지가 ‘200만 원 어치 고추장을 사러 갔다가 우연치 않게 도박장에 자리하게 됐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승패의 조작 없이 우연히 도박이 이뤄져야만 도박죄가 성립되는데, 폭행 피해자가 사기도박을 계획했기 때문에 도박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후에는 “다른 매체에서 기사를 인용 보도하면 파장이 커지지 않느냐?” “한두 명의 기자가 취재했다가 박세리 선수를 생각해 보도하지 않았다” “박세리 선수가 올림픽 감독이 됐는데 굳이 보도해야겠느냐?” 등의 말로 기사 보도까지 만류하고 나섰다. 

경찰의 태도에 기사를 보도해야만 했다. 박세리 선수의 팬이 아닌 기자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다. 결국 6월 2일자로 [비즈한국]은 ‘박세리 부친 도박·폭행 연루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게재했다. 하지만 어뷰징 기사가 넘치는 인터넷 뉴스 공간에서 인용 보도하는 매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일요신문]만이 인용 보도할 뿐이었다. 박세리 선수의 아버지와 관련된 무성한 악소문 탓이라 스스로 위안했다. 

정말 다행인 건 박세리 선수가 올림픽 감독에서 박탈되지 않았다. 112년 만에 올림픽에서 골프경기를 볼 수 있게 됐으니, 박세리 선수의 감독 하에 뛰는 우리 선수들이 대한민국이 골프선진국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해보이길 열심히 응원할 생각이다. 

유시혁 기자(일요신문 비즈한국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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