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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3주기에 붙여....

가을나그네 2017-04-14 조회수 851
세월호 3주기에 붙여....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와 관련한 업무를 23년째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교통사고를 접해오면서 어느덧 일상생활에서도 사고에 대비하는 버릇이 몸에 밴 듯합니다. 안전띠를 항상 착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배를 탈 경우에도 사고 날것을 대비해 출구가 어딘가를 확인해놓곤 합니다. 아마 제가 세월호에 탔더라면 가장 먼저 탈출한 사람들 중의 하나였을 것입니다. 선박사고 시 최대한 빨리 배 밖으로 나와야한다는 것은 제 머릿속에 박혀있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에 탄 단원고 학생 325명중 생존한 학생은 75명에 불과합니다만 어른은 151명 중 100명 정도가 살아남았습니다. 어른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이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생존한 어른들은 그들이 살아온 경험으로 저처럼 판단해서 ‘움직이지 말고 배 안에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방송을 무시하고 배 밖으로 나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면 단원고 학생들은 왜 대부분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까요? 예전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 때 누군가 스마트 폰으로 지하철 내부를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사고 초기에 객실 안에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는데 모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의자에 앉아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나중에 모 방송국에서 심리학적으로 그 이유를 실험을 통해 설명한 것을 보았습니다. 사람이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을 인지해도 남들이 가만히 있으면 ‘큰 일이 아니니까 사람들이 가만히 있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본인도 가만히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때 누군가 한명이라도 뛰쳐나가면 너도나도 뒤따라 나가게 되지만 그때까진 서로 눈치만 보면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단원고 아이들도 그와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슴이 아팠던 것은 어느 학생이 남긴 동영상 중에 ‘우리 밖으로 나가야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배안에 있다가 죽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것을 보았을 때입니다. 아이들도 밖으로 나가야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방송의 위압과 선생님의 중압적인 지시를 떨치고 돌출행동을 한다는 것은 어린 학생으로선 감당하기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이때 어른들 중 누군가가 아이들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쳤다면 분명 밖으로 나가고 싶었던 아이 몇 명이 먼저 뛰쳐나왔을 것이고 마른 풀밭에 불길 번지듯 그 뒤를 따라 너도나도 물밀듯이 빠져나왔을 것입니다. 열여덟 팔팔한 아이들이 모두 배 밖으로 나오는데 불과 몇 분이면 충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른들은 침묵했고 우리는 개나리처럼 싱그럽던 아이들 250명을 잃었습니다.
 
아이를 잃은 어느 아버지가 그 당시 아이와 통화하면서 선생님의 지시를 잘 따르라고 말했던 자신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다고 인터뷰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 그 아버지는 선원과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배에 탔던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잘 돌봐줄 것이라고 믿었기에 그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모두의 일은 누구의 일도 아니다'란 말이 있습니다. 공동의 책임은 무책임하기 쉽다는 뜻으로 ‘나 말고도 어른들이 많이 있으니까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나서겠지’라고 생존한 어른들이 모두 남에게 미루다보니 그런 결과가 초래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내 아이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그래서 나만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 어른이 한명만 있었더라면 어쩌면 우리가 맞이해야했던 세월호의 아픔은 훨씬 작았을지도 모릅니다.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죽는 날까지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슬픔은 계속되겠지만 최소한 진실만이라도 밝혀져야 그분들이 비로소 아이의 영정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그 일은 우리 모두의 몫임을 분명히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것은 생때같은 아이를 평생 동안 가슴에 묻고 살아야할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우리 사회가 마땅히 해드려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세월호와 같은 재난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우리 기성세대들이 너의 아이, 나의 아이 할 것 없이 사회 공동체의 부모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우리 사회가 좀 더 아름다고 살기 좋은 곳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월호 3주기를 맞이하여 이 글을 아이들의 영정 앞에 올립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조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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