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들의 도중하차 이유는 항상 시청자의 관심거리다. 대부분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라며 속내를 시원하게 들추지 않기 때문. 알고 보면 연기자들이 도중하차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대개가 ‘불협화음’ 때문이다. MBC 일요아침드라마 <사랑을 예약하세요>의 주인공 지수원 등이 바로 불협화음 때문에 각기 드라마에서 도중하차했다. 탤런트 김지수는 KBS 주말드라마 <내 사랑 누굴까>에 출연키로 하고 연습에 들어갔으나 주인공 배역이 당초 제의받은 내용과 달라 제작진과 갈등을 빚다 출연을 포기해 사실상 도중하차했다.
4개월 동안 별탈 없이 출연하던 연기자가, 그것도 주인공이 돌연 드라마에서 모습을 감추자 시청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지수원은 <사랑을…>에 함께 출연하는 이지현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지현이 드라마 외에도 영화 <보스 상륙작전>을 찍고 있는 데다 학교 수업까지 병행, 드라마 촬영에 적지 않은 피해를 끼쳤기 때문. 참다못한 지수원이 이지현측에게 스케줄 조정을 부탁했지만 이지현측은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스케줄 조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자 결국 지수원이 도중하차한 것이다.
지수원은 “이지현 때문에 다른 스케줄에도 차질이 생겨 더 이상 드라마 출연을 계속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스케줄이 중요하면 다른 연기자의 스케줄도 중요한 게 아니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지현의 매니저인 김웅 실장은 “지현이 때문에 지수원이 도중하차했다는 건 말도 안된다. 엄밀히 따져 촬영 스케줄이 지연된 건 제작진의 잘못이다. 당초 드라마 1회분 촬영이 이틀이면 충분하다는 제작진의 말에 나머지 시간에 대한 지현이의 스케줄을 잡은 상태였는데 갑자기 야외촬영이 하루 더 늘어났다”고 해명했다.
또 “이미 잡혀 있는 영화 촬영 스케줄을 조정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며 이번에 졸업을 못하면 제적을 당하는 만큼 도저히 연장된 촬영 스케줄에 맞출 수가 없었다”고 억울해 했다. 그러면서 “지수원은 드라마 초반부터 이미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비쳐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수원의 측근은 “그동안 이지현 때문에 촬영이 지연된 게 사실이다. 또한 지수원이 드라마 초반부터 빠질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거절을 했을 것이다”고 반박했다.
<사랑을…>의 연출자 오현창 PD는 지수원의 도중하차 이유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회피한 채, “드라마 촬영이 대부분 호텔에서 이루어지는 관계로 호텔 식당 등의 영업이 끝난 심야시간 등 촬영시간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라는 말로 또 다른 이유가 있음을 암시했다.
사실 <사랑을…>는 방송 초반부터 연기자들간에 잘 단합이 되지 않았다. 회식을 할 때마다 젊은 연기자들이 좀처럼 참석하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야외촬영 지연으로 연기자들의 불만이 쌓이는 등 불안한 행보를 해왔던 것.
<사랑을…>의 한 스태프는 “드라마 내부에 일고 있는 불협화음이 지속된다면 지수원뿐 아니라 앞으로도 도중하차하는 연기자들이 더 생길지 모른다”고 말했다.
KBS 주말드라마 <내 사랑 누굴까>의 김지수는 제작진과 의견 충돌로 도중하차 한 경우. 김지수는 최근 평균 시청률 20%대를 유지하며 인기드라마로 자리잡은 <내 사랑 누굴까>에 캐스팅돼 있었다. 그런데 대본연습을 4일 앞두고 김지수는 자신의 배역을 놓고 제작진과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더니 결국 출연을 고사하고 말았다. 캐스팅 당시 주어진 배역은 아이가 없는 이혼녀였는데 대본을 보니 아이가 있는 이혼녀로 바뀌어 있었다는 것.
김지수의 매니저인 이상훈씨는 “배역을 연기할 당사자와 사전 협의도 없이 제작진 임의대로 설정을 바꾼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지수는 “연기자를 중심으로 한 캐스팅이 아닌 배역을 중심으로 한 캐스팅이었던 것 같다. 끼워맞추기식 캐스팅이란 생각에 불쾌해져 도중하차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근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MBC 주말극 <로망스>의 김하늘이 맡은 ‘재원’은 원래 김남주가 캐스팅됐었다. 그러나 김남주가 “나이가 있어서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며 극구 사양했다고. 제작진은 결국 ‘대타’로 김하늘을 급히 불러들였다.
장안에 화제가 됐던 SBS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에서는 도중하차 때문에 희비가 엇갈린 연기자가 있었다. 극중 친구 사이로 등장한 한은정과 오승은이 바로 그 주인공. 당초 한은정은 연기가 어색하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많아 드라마 중반에 유학을 떠나는 설정으로 도중하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드라마에서의 비중이 너무 커진 나머지 제작진은 한은정을 끝까지 밀고 갈 수 밖에 없었다. 반면 고정출연이 결정돼 있던 오승은은 드라마 속 비중이 차츰 줄어들자 소속사가 더 이상 드라마에 출연시킬 이유가 없다며 도중하차를 자청, 드라마에서 빠지게 됐다.
유성호 프리랜서
이 기사 주소 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1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