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 | ||
1년 전 10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낸 40세의 K 씨가 있다. 전 부인은 눈에 띄는 미인으로 K 씨는 그녀에게 몇 년간 공을 들여 결혼에 성공했다. K 씨는 결혼생활 내내 딸 하나 기른다는 생각으로 아내에게 맞추며 살았다. 꽃집을 운영했던 아내는 수입의 대부분을 몸치장에 투자했고 몸매 망가질까 두려워 아이도 낳지 않았다. 그래도 K 씨는 ‘예쁜 여자 데리고 사는 것’ 하나에 만족했다.
아내에게 그토록 정성을 들인 그가 이혼을 결심한 것은 아내의 외도 때문이었다. 첫사랑과 연락이 닿았던 아내가 결국 사고를 치고 만 것이다. K 씨에게 ‘한 번 실수는 용서할 수 있다’는 마음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10년 동안 나한테 해준 게 뭐냐”는 아내의 적반하장식 태도에서 반성의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를 낳지 않은 것도 (남편과) 정이 없었기 때문”이란 아내의 말에 정나미마저 떨어져 결국 이혼을 하게 됐다. “예쁜 여자는 인물값 한다”는 말의 의미를 뼈저리게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주변에선 “애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재혼을 권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재혼에 대한 거부감이 희석되고 있던 차에 전처가 문제의 첫사랑과 재혼했다는 소식에 자극을 받은 K 씨는 재혼을 결심했다. 이제는 성품 바르고 착한 여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했다.
부모의 주선으로 나간 첫 맞선, 상대는 아이가 없는 이혼녀로 후덕하면서도 다부져 보였다. 그녀는 약사였는데 생활력이 강해 자기 명의 아파트도 있다고 했다. K 씨 부모는 그녀를 흡족해 했던 반면 K 씨는 그녀를 보는 순간 전처의 S라인 몸매와 인형 같은 얼굴이 떠올라 소스라치게 놀랐다. 전처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처처럼 예쁘고 몸매 좋은 스타일에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이후 몇 번의 소개를 더 받았지만 상대에게 마음을 주기가 쉽지 않았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느냐”는 부모 성화에 K 씨 스스로도 ‘외모는 껍질에 불과한데…’라고 느끼면서도 평범하게 생긴 여자를 만나려니 영 내키지 않았다. 보란 듯이 잘 살고 있는 전처에게 과시하고픈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K 씨가 원하는 것처럼 전처보다 더 예쁜 여성을 만날 수도 있다. 문제는 K 씨가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음에도 그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처를 의식하고 재혼 상대를 설정하고 있으니 기왕이면 더 예쁜 사람, 더 능력 있는 사람만을 찾을 것이다. K 씨가 갈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다. 끝까지 환상을 쫓으며 배우자감을 찾거나 자신과 어울리는 상대를 고르거나. 그중 무엇을 택하든 K 씨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