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지사는 분권형 도지사제를 추진하는 등 ‘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남 지사는 최근 사회통합부지사 인사청문회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경기도의회와의 갈등이 있자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을 도의회·야당과 나누고 소통하는 분권형 도지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연정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남 지사에게 연정은 정치인생의 실험이자 리더십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지난 10일 남 지사를 만나 연정 구상 및 경기도정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나눴다.
─취임 후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또한 기억에 남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경기도는 31개 시·군에 인구 12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도정을 시작하면서 ‘경기도의 다양하고 많은 일들 가운데 혹시 놓치는 부분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매주 ‘도지사 좀 만납시다’를 통해 도민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 민원상담을 청취하는 등 소통에 힘쓰고 있다. 특히 장애인 자녀를 둔 민원인이 ‘자신의 심정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격려해줘 감사하다’는 글을 보내 큰 보람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지사로서, 아버지로서 아들문제에 대한 부분이 가장 힘들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잘못에 대한 정직한 인정과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배웠다. 그런 부분에서 부자간의 정을 확인했다.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책임을 지겠다고 한 아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사회통합부지사 제안 등 ‘연정’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연정에 대한 의미와 목적, 그리고 실현 가능성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정치권이 제발 싸우지 말고 협력해서 일하라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시스템이 대결양상으로 가면서 승자는 웃고 패자는 사라지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선거 때마다 책임 없는 네거티브 공방으로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피로감과 불신을 자초했다고 본다.
‘연정’은 이런 정치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하라는 시대적인 요구라고 본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권력분산에 대해 주장해 왔다. 권력분산을 통해 기본적인 체질이나 구조적인 문제점을 보완하고 여야 협치가 가능한 발전된 정치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통합부지사 등 연정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며 연정은 국민이 바라는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통해 민생문제를 우선 해결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을 도의회·야당과 나누고 소통하는 분권형 도지사제를 도입해 높은 수준의 실질적인 연정을 추진, 상생의 경기도를 만들어 갈 것이다.
특히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화해 연중 상시적으로 집행부와 의회가 예산 편성 논의를 실시하겠다. 연정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슬기롭게 극복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도민들과 야당 및 경기도의회도 진정성을 알고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헌법재판소의 현행 선거구획정 헌법불합치 결정을 두고 의견이 나누어지고 있다. 개헌에 관한 입장은.
“분권형 대통령제는 의회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지만 현재 국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국민들의 관심이 낮다. 현재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의 단기과제에 동의하고 박수를 보내지만 이 방법은 주사처방 같은 응급처치일 뿐이지 근본적인 정치구조 개선을 위해선 장기적인 구조변화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방향은 단기적인 권력구조 개편이 아닌 통일헌법 준비와 같은, 통일을 대비한 국가 전체의 구조개편에 대해 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여야 협의의 주체들이 국가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는 공감대가 형성할 수 있도록 일방적인 어젠다가 아닌 주체들의 많은 대화 후에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은 국회의 몫으로, 도지사가 깊이 관여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나 현행 제도 하에서도 충분히 권력분산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
도지사의 권한을 의회 및 야당과 나누면서 오랜 정치소신인 분권형 권력구조의 모델을 실현한 경기도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지방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견해는.
“개헌 시 지방분권의 확고한 보장이 필요하다. 헌법상 지방자치에 관한 직접규정은 제117조와 제118조 2개 조문뿐이며 지자체 종류, 조직과 권한 등은 법률로 정하고 있어 자치권한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따라서 헌법상 지방분권의 선언적 명시, 자치법규 제정근거, 지방정부의 자주적 과세권 및 자주 재정권 등에 대한 헌법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기도내 세월호 사건과 판교 사고 등 잇따른 대형사고가 발생한 데 대한 경기도의 입장은.
“세월호 참사 후 우리 국민은 갈등을 줄이는 새로운 모델을 갈망하고 있다. 이러한 갈망이 판교 사고 수습 과정에서 잘 반영되도록 협력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연정이 갈등을 줄이는 정치 모델이라면, 이번 사고 수습은 안전에 대한 무한 책임 아래 여러 기관이 협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민선6기 비전인 ‘넥스트(Next) 경기’의 도정 10대 주요 과제로 ‘안전한 경기도’를 선정한 것도 안전에 대한 실질적인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실례로 ‘골든타임 줄이기’ 운동과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다양한 시책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예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기도 안전 현장지도인 ‘안전 대동여지도’가 마련된다. 또한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에서 판교사고를 계기로 법의 사각에 놓인 17개 유형의 위험요소에 대해 시·군 및 소방서와 함께 연말까지 긴급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 두 번째)의 제안으로 경기도 여야정책협의회가 열렸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넥스트 경기에 대한 전체적인 계획과 방안은.
“지방선거 당시부터 지금까지 스스로 던진 질문은 ‘왜 이 시대에 남경필을 경기도지사로 뽑았는가, 도지사로서 할 일이 뭔가’였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청년과 노인, 어린이까지 모두 불안한 사회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기도의 울타리 안에서 최소한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미래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비전이 절실했다. 그것이 바로 ‘넥스트 경기’다.
지난 10월 8일 취임 100일을 맞아 정치, 경제, 산업, 문화, 공공서비스, 통일 등 6개 분야의 비전을 담은 넥스트 경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넥스트 경기는 미래 세대와 현 세대가 공존하면서 희망을 나누는 새로운 경기도의 모습이다. 구체적인 첫 번째 사업인 넥스트 판교(제2판교 테크노밸리)를 구상 중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할 넥스트 판교 사업을 비롯해 각 영역에서 혁신을 이끌어 도민이 행복한 넥스트 경기를 만들겠다.”
─취임과 동시에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해외 방문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는 중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외교안보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과 접경지가 많고(전국 2위, 전국의 3 분의 1) 통일의 전진기지인 경기도의 수장으로서 앞으로도 6자회담 당사국의 차세대 리더와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며 분단된 한반도보다 비핵화된 통일 한반도가 평화와 각국 이익에 도움이 될 것임을 알릴 것이다.
지난 10월 유럽 방문 시에는 독일의 연정과 사회통합, 통일정책과 향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며 경기도형 연정에 도움을 받았다. 경제적으로는 독일 최초의 사회적 기업 전문 금융기관인 GLS(대출/기부 협동은행) 방문을 통해 경기도에서 주민자치센터, 경기신용보증재단 등과 협력하고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선진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동차 튜닝산업 세계 1위 기업인 독일의 ABT사 등 4개사, 첨단소재 분야의 히든챔피언 오스트리아의 플란제사와 총 1억 1000만 달러의 투자유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중국 방문에서는 중국 주요 지도자와 한중 우호증진과 지방외교 강화방안을 논의하고 글로벌 기업지도자 원탁회의에 참가해 양국 기업 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차기 대선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다. 남 지사 역시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대권에 대한 생각이 없다. 2018년까지 경기도지사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선주자들이 국민들과의 약속을 쉽게 저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무상복지와 같은 돈 들어가는 공약은 현실적인 검토 후에 변경될 수도 취소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 안 들이는 공약은 유·불리에 따라 수정하거나 취소해선 안 된다. 국민들에게 정치적 신념과 일관된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옳다.”
─경기도민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경기연정이 야당의 사회통합부지사 파견 결정으로 역사적인 걸음을 내디뎠다. 인내를 갖고 기다려준 도민들께 감사한다. ‘싸우지 않고 일하는 정치’를 원하는 국민들의 요구야말로 연정의 원동력인 만큼, 앞으로도 기대와 관심을 갖고 계속 지켜봐주길 부탁한다.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이겨가며 최선을 다하는 국민들이 있어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힘을 합쳐 어려운 경제 여건을 이겨나가길 희망하며 그 중심에 경기도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에서 연정을 성공시켜 정치의 혁신 모델을 만들고 정치 안정을 통해 경제·사회의 안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