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heymannews.com | ||
채팅방이나 홈피·블로그를 이용한 은둔형 개별성매매에서 벗어나 개별여성들이 서로 뭉쳐 가격과 시간, 서비스, 심지어는 단속에 걸렸을 때의 대처방법까지 매뉴얼화하는 ‘집단형 프리랜서 성매매’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은밀한 성매매는 단속이 쉽지 않다. 조건만남의 경우 휴대폰 통화내역이나 문자내역 등이 불법행위의 증거가 되기도 하지만 이마저 당사자들이 부인하면 증거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점점 진화해가는 프리랜서 성매매의 실태를 취재했다.
최근 한 성인 사이트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경기안산 플메팀이 경찰에 적발됐다’는 비상 경계령이 내려진 것이다. 사실 이 팀은 단속되기 전까지는 존재 자체가 전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플레이메이트’는 특정한 형태의 몇몇 채팅사이트를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최근 이 사이트의 채팅방을 통해 ‘알바’를 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조건만남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다음과 같은 글을 통해서 회원들의 ‘경계’를 당부하고 있다.
“어제 ‘그녀들’ 중 한 명을 만났다. 하지만 그녀는 조건만남을 하지 않고 그냥 함께 살기만 하던 여성이었다. 일단 그녀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같은 팀에게 경찰조사를 받을 때 잘 대응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경찰의 협박에 넘어가지 말고 무조건 안했다고 우기든지 처음으로 나왔는데 해보지도 못하고 걸렸다고 대답하든지 하라고 했다. 또한 경찰이 통화내역이나 문자내역을 들이밀어도 ‘할 생각은 있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하지 못했다’라는 식으로 대응하라고 했다. 예전에 여자는 이런 식으로 부인했는데, 남자가 순순히 자백하는 바람에 처벌을 받았던 적이 있다. 회원님들, 부디 순순히 자백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정말이지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가길 바란다. ‘안산팀’이 경찰에 적발된 건 1주일 전이라고 한다. 그동안 영장을 청구해서 통화목록을 입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슬슬 전화 올 때가 된 것 같다.”
네티즌이 말하는 ‘그녀들’ 혹은 ‘안산팀’의 정식 명칭은 ‘경기 안산 플메팀’. 이들은 같이 동거하면서 오로지 특정한 한 채팅 사이트를 통해서만 조건만남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녀들은 대부분 조건만남을 하는 약속 장소를 상록수역이나 한대앞역으로 했으며 이 주변을 절대로 벗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자가 그 외의 지역을 원할 때는 아예 조건만남 자체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는 혹시라도 있을 만일의 위험 사태에 대비한 것으로 여겨진다.
대략 5~6명으로 추정되는 ‘경기 안산 플메팀’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구성한 팀은 아니라고 한다. 처음에는 2명이서 자취를 하다가 알음알음 또래의 가출소녀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팀이 이뤄졌다는 것. 이들은 그동안은 생계를 위해 각자 성매매를 해왔으나 한 곳에 모인 이후로는 서로 의지하면서 조건만남에 대한 다양한 스킬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특정한 직업이 없이 오로지 조건만남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이른바 ‘스폰의 카르텔 현상’을 들 수 있다. 현재 지방의 한 대학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가령 한 여대생과 특정 남성이 스폰 관계를 맺으면 이들에 의해서 새로운 스폰관계가 맺어진다는 것이다. 여대생은 그녀의 친구를, 남성은 자신의 친구를 소개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확장해 나가면 수십 명의 남녀가 얽혀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여대생들의 경우 믿을 만한 스폰서를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남성 역시 뜻밖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 돈은 궁한데 달리 힘든 일은 하기가 싫은 일부의 여성들에게는 이러한 형태의 스폰이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엔 어차피 몸으로 돈을 벌려고 할 바엔 화류계 진출이나 개별적인 조건만남보다는 스폰만남이 훨씬 낫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한 명의 남성에게 한 달에 수백만 원씩 정기적인 스폰을 받으면 위험하게 이 남자 저 남자를 만날 필요도 없고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에 돈맛을 본 ‘조건녀’들은 대부분 스폰으로 돌아서거나 혹은 자신을 스폰해줄 남성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스폰에 대해서 남성들도 성매매 단속에 걸릴 위험이 적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솔직히 돈이 좀 있는 중년 남성들은 맘에 드는 어린 여성을 갖고 싶어한다. 여성도 마찬가지겠지만 남성도 유흥업소를 통한 성관계는 위험하고, 또한 딴살림을 차리는 섣부른 외도는 자칫 아내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돈도 잃고 가정도 깨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스폰 관계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이뤄지는 만큼 뒤탈이 날 여지가 적고 남성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출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유흥업소 여성들보다는 여대생이나 혹은 대학을 갓 졸업한 여성이 돈 있는 남성들에게 인기다.”
하지만 스폰이라는 것 역시 돈을 매개로 관계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성매매인 것은 분명하다.
최근에는 성매매가 개인 홈피나 블로그 등으로 확산되어 가는 추세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개인홈피나 블로그는 친교나 사이버 공간 안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존재해 왔지만 이제는 성매매의 창구로 악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 특히 야한 사진을 올려놓거나 ‘시간이 많은 여자’ 등의 이미지를 주는 것들이 의심스럽다고 한다. 이를 본 일부 남성들이 ‘시간이 있냐’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냐’는 등의 비밀쪽지나 메시지를 보내고, 여성들은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남성과 개인적인 ‘거래’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여성들은 접근이 선택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통해 보다 노골적이거나 은밀한 누드 사진을 올려놓거나 때로는 ‘한 시간에 20만 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와 제공 가능한 ‘서비스’ 내용 등을 기입해 놓기도 한다.
이러한 성매매 프리랜서들의 진화는 우리 사회의 성적 불감증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조건만남 혹은 스폰만남이 얼마나 일반화돼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부에서는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속적인 단속을 해왔었지만 제대로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개인적인 성매매를 근절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리사회의 성풍속을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인 간의 성매매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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