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털 때문에 산부인과 응급실에 실려 간 여자의 이야기. 여자의 질 안으로 쏙 들어간 낙타털을 손으로는 꺼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권태기에 접어든 커플이 섹스에 새로운 활력을 주기 위해 섹스토이를 즐겨보기로 결정했다. 두 남녀가 처음으로 선택한 성인용품은 착용이 간단하고 효과도 좋다는 링. 링은 반지처럼 동그랗게 생긴 섹스토이로, 남자의 귀두 바로 아랫부분에 끼우면 발기한 페니스를 조이며 자극하고, 여자에게는 두툼한 볼륨으로 꽉 찬 듯한 만족감을 주는 성인용품이다. 링 하나에도 소재별, 모양별로 다양하다. 남자는 ‘링 중에서도 낙타털 링이 가장 자극적이다’라는 선배의 조언을 기억해냈다. 낙타의 눈썹은 평소엔 부드럽지만 물이 묻는 순간 빳빳하게 살아난다. 털이 애액에 적셔지는 순간 낙타의 눈썹이 살아나면서 여자의 질을 자극하기 때문에 만족도를 높이는 것.
물론 낙타털 링을 사용한 섹스는 평소와 달리 짜릿했다. 적어도 섹스를 할 때까지는 말이다. 애무-전희-삽입-피스톤-사정의 익숙한 섹스 패턴을 즐기는 것은 똑같았지만, 낙타털 링의 효과를 느끼기 위해 남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뿔싸! 삽입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남자가 너무 빨리 사정해버린 것이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갑자기 작아진 남자의 페니스에서 낙타털 링이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남자는 여자의 다리를 벌리고 몸 안에 남은 낙타털 링을 빼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찾아낼 수가 없었다.
산부인과 응급실에 다녀온 여자는 “아, 낙타털 링, 내가 다시는 쓰나봐라. 나는 링을 쓴 게 그다지 좋은지도 잘 모르겠는데, 남자는 링이 페니스를 조여서인지 엄청 흥분하더라고. 그러니 엄청 빨리 끝나버린 거지. 그런데 다른 섹스토이는 한 번 더 경험해보고 싶어. 그동안 섹스에 심드렁했는데, 그날의 섹스는 낙타털 링 때문인지 묘하게 재미있긴 하더라고. 섹스 중에 서로 대화도 많이 하게 되고 말야”라고 말했다. 물론 링처럼 페니스에서 분리되기 쉬운 섹스토이를 사용할 때는 사정하기 전에 페니스를 질 안에서 빼내는 순간을 잘 포착해야 한다. 조언을 하나 더 붙이자면, 낙타털 링은 섹스토이 마니아들에게 ‘피해야 할 아이템’으로 꼽히기도 한다. 모형 페니스와 모형 질을 이용하여 실험한 결과 낙타털 링을 끼우고 삽입과 피스톤을 하면 낙타털이 빠져 여자의 질 안에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포르노에서 성인용품으로 여자를 자극하는 남자의 영상을 볼 때면 가학을 즐기는 사디스트 남자와 마조히스트 여자의 AV용 변태 놀이라고 치부했다. 그런데 낙타털 링 사건을 들으면서 나는 문득 ‘그렇지! 섹스토이는 둘이 함께 즐기는 거지’라는 기초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딜도와 미니 전동기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성감대를 정확히 파악하게 됐다는 여자의 경험담도 새삼 기억이 났다. 그녀는 “남자의 애무와 페팅, 삽입으로 여자의 성감대를 찾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잖아. 섹스는 정서적 교감과 육체의 교감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지만 성감대를 찾으면서 정서적 교감을 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그런데 섹스토이를 사용하면 남녀가 자연스럽게 다양한 섹스 실험을 할 수 있게 돼. 무엇보다 섹스 분위기가 즐거워진다고 할까?”라고 성인용품을 통해 찾아낸 섹스의 새로운 즐거움에 대해 얘기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섹스토이’를 치면 성인용품 숍이 주르륵 뜬다. 내가 찾아간 인터넷 성인용품 숍은 사용자의 리얼한 후기 댓글을 볼 수 있기로 유명한 ‘딴지몰’이었다. 딴지몰에는 우리가 AV에서 흔히 보아온 딜도와 미니 진동기 외에도 신기한 섹스토이가 가득했다. 가장 신기한 섹스토이는 애널용 딜도와 여성용 발기 기구. 애널용 딜도는 애널섹스 전 괄약근의 긴장을 풀기에 효과적인 아이템이고, 여성용 발기 기구는 여자가 흥분을 잘 느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주는 기구다. 부황 기구처럼 여성용 발기 기구를 버자이너에 장착하고 흡착하면 피가 버자이너로 몰려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딜도만 해도 돌기가 있는 것과 없는 것, 진동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것 등 기능의 차이 외에도 벨트 장착용 딜도, 리모콘이 부착된 팬티형 진동 딜도 등 그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하다. ‘진동 딜도가 부착된 팬티를 입고 지하철 데이트를 하다가 그에게 리모컨을 주면 웃기겠다’라는 상상을 하니, 키득키득 웃음이 났다.
섹스 트러블을 해소해주고, 섹스를 즐겁게 해주는 장난감,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은가.
박훈희 칼럼니스트
박훈희 씨는 <유행통신> <세븐틴> <앙앙> 등 패션 매거진에서 10년 이상 피처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섹스 칼럼을 썼고, 현재 <무비위크>에서 영화&섹스 칼럼을 연재 중인 30대 중반의 미혼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