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국회의원들이 들고 일어날 법도 하다. 그런데 당사자인 정우택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박 처장 행태에 대해 ‘점잖게’ 몇 마디 했을 뿐 문제를 삼지 않았다. 오히려 야당 의원들이 박 처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정현 새정치연합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의장이 보훈처장의 국회 출입 금지령이라도 발동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주의를 주든지, 해임하든지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박 처장의 ‘난동’이 통했던 것일까. 지난 18일 정무위는 전액 삭감됐던 기념비 건립 예산을 절반 되살리기로 합의했다. 이를 두고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 처장에게 “주먹으로 책상 한 번 치니까 예산 3억 원 중 1억 5000만 원이 되살아났는데 한 열 번 하지 그랬느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박 처장이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 처장은 지난 4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기념 노래로 지정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해 도마에 올랐고, 세월호 사고 직후인 5월엔 “우리나라는 큰 사건만 나면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한다”는 발언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10월 국정감사 때도 서면보고를 거부하고 직접 업무보고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의원들과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도 박 처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그러나 대놓고 말은 못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박 처장에 대한 박 대통령 신뢰가 남다른 것과 연관을 짓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박 처장이 지금까지 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박 대통령이 그를 각별히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박 처장이 국회를 우습게 여기는 듯한 언행을 여러 번 한 배경은 박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