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앞으로 실시되는 모든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선 그를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의 총장 임기는 2016년 말까지고, 대선은 2017년 말에 치러진다. 그의 후보 가능성이나 됨됨이를 검증하기에 그 1년이면 충분하다.
반 총장을 후보군에서 배제하면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운 도토리 키 재기 형국이다. ‘반기문 대망론’이 나온 것도 그의 지지율이 군계일학처럼 눈에 확 띄기 때문이다. 10%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이인제 안철수 의원 등이 한 자릿수 지지로 뒤를 따르고 있다.
후보들의 지지율은 그 낮은 추이로 보나 선거로부터 거리가 먼 시점으로 보나 큰 의미를 지니긴 어렵다. 그러나 야당의 박원순 시장과 문 의원이 거의 변함없이 1, 2위를 지키고 있는 것의 의미는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될 대목이다.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도가 10%대로 새누리당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여당 후보군이 낮은 지지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여론조사에서 보수층 유권자들의 침묵화 경향이나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낮은 평가의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기를 바라는 유권자로선 중앙정부 다음으로 큰 지방정부의 장인 서울시장에게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문 의원에게도 1400만 표 이상을 얻은 18대 대선후보의 잔영 효과가 있다.
권불십년은 왕조시대에 시인묵객들이 권력무상 인생무상을 풍자한 말이다. 그 풍자는 현세에 와서 정치적으로 유효한 말이 됐다. 집권기간 10년은 정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대개의 사람들이 권력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간이다. 한국 정치에선 그 권태기가 유별나게 빨라져서 이제는 찍고 나서 1년도 못돼 후회한다는 사람이 많다. 현 정부도 그 점에선 예외가 아닌 듯하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10년은 진보의 정부였다. 그리고 보수의 이명박 정부가 박근혜 정부로 이어져 10년을 향하고 있다. 다음 정부는 권불십년의 관점에서 보면 야당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 모두 이 점을 알고는 있다. 언론인들의 친목단체인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김무성 대표는 “보수혁신 없이는 집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도 “계파타파 없이는 집권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더 잘 안다. 여야가 혁신을 실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그것이 ‘반기문 대망론’의 실체인지도 모른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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