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당협위원장 공모에 나선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보수의 기본으로 지역 공동체 유대를 강조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정치 입문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자연스럽게 개인의 삶보다는 사회와 국가의 기반을 이루는 삶과 시설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면서 공적 마인드를 갖게 됐다. 정치를 하기 전부터 공동체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온 셈이다.”
―이회창 총재 특보는 어떻게 맡게 됐나.
“이 전 총재가 2002년 낙선하고 이듬해 스탠퍼드 대학 연수를 떠날 때 모시고 갔던 것이 인연이었다. 그 전까지는 이 총재님을 뵌 적이 없었다. 연구를 하시면 말벗이 돼주고 자료 수집을 도우며 보좌 역할을 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는 어떻게 나가게 됐나.
“2008년 자유선진당 창당 작업에 참여했고, 제3정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안 낼 수는 없는 상황에서 당의 명령에 따른 것뿐이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 이후 처음 나간 선거가 미니대선인 서울시장 선거였다.”
―지난주 당협위원장 공모가 끝났다. 서울 중구는 야성이 강한 지역이다(이곳은 정일형-정대철-정호준 3대가 19번 총선 중 14번 당선이라는 진기록을 갖고 있다).
“제 집안의 지역 연고가 70여 년이다. 친가 외가 모두 실향민인데, 친가는 여기서 15년 정도 살았다. 아버지가 광희초등학교 나오셨고, 지금의 동화동에서 학도병으로 6·25에 참전하셨다. 외증조할머니는 돌아가신 한경직 목사님과 함께 영락교회를 세워 4대째 섬겼다.”
―친박계 지원을 받고 있다는…. 진실은 뭔가.
“저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공식적으로 이회창 전 총재를 모셨던 사람이다. 이 전 총재가 2012년 대선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지원하면서 새누리당에 입당하게 된 것이고, 당의 후보를 위해 서울시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아 열심히 뛰었다. 그게 전부인데 계파 이야기가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겠다.”
―작년부터 나경원 의원과 경합을 벌였는데.
“(나 의원은) 결국 이번 재·보궐 때 다른 곳으로 떠나시지 않았는가. 기존의 당협위원장으로 계셨던 분들도 다 떠났다. 그러는 사이 지역 조직이 와해됐다. 누군가 재건해야 하는데 외지인이 정거장처럼 거쳐가는 행태에 대해 불신과 불만이 강한 상태다.”
―이번에도 당 안팎으로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정말 지역을 위해 오는 것인지, 위원장 떨어지더라도 중구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봉사할 것인지 (그 분들께) 묻고 싶다.”
―당협위원장이라는 게 조강특위 같은 당 지도부의 결정이 크지 않나.
“김무성 대표께서도 그 지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사람, 당선 가능성을 보겠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잣대를 말씀하셨다. 어제 조강특위 회의에서 이군현 사무총장 역시 ‘가장 적합하고 훌륭한 그 지역의 인재를 선택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지도부의 발표를 믿는다.”
―지난달 ‘지상욱 중구당협위원장 추대위’ 대회 같은 건 정치적으로 보인다.
“제가 참석을 했다거나 지시를 한 것은 없다. 지역의 핵심당원과 원로가 모이셨다는데,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다. 당시 참석한 분들 중 많은 이들이 나경원 선배를 지지하셨던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이제 저를 지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011년 출간한 책 <굿 소사이어티>에서 한국 사회와 보수의 대안으로 시민보수주의를 제안했다.
“그동안 정부에 맡겼더니 규제만 강화하는 역효과, 이후 신자유주의가 들어와 시장에 맡기니 탐욕적으로 변했다. 보수층에서도 중간자 역할을 시민사회에 맡기자는 것이다. 제 주변의 이웃과 주변의 마을 공동체부터 회복시키고 연계해야 국가가 튼튼해진다.”
―어쩐지 야당 아젠다 같다.
“어째서 야당 이슈인가. 보수의 가장 중요한 유닛(단위)이 바로 가족이다. 가족 간 유대가 튼튼하고 끈끈해야 하는 게 보수다. 그러면 이웃과 마을과 국가가 순차적으로 강해진다. 지금은 빈 공간이 너무 많다. 공동체 하나하나가 분열되어 있다.”
―요즘 보수에 대한 이미지는 어떻다고 보나.
“대부분 탐욕적이고 재벌지향적이고 부정하고 부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나. 정치인이 비판받는 이유는 ‘그들만의 리그’ 정치를 하기 때문이고 경제는 탐욕경제가 되었기 때문에 비판받는 것 아닌가! 골목상권, 영세업자들의 영역도 대기업들이 다 가지려고 하니까. 이제 국민들이 용서를 안 하는 것이다.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부인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 달라.
“집사람은 제가 사랑해서 선택한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저는 아내와 두 딸을 지켜주고 울타리가 되어줘야 할 사람이다. 착한 사람, 제게는 둘도 없는 친구다.”
―하물며 최근 개소식 때도 심은하 씨가 더 화제였는데.
“오랫동안 대중의 곁을 떠났는데도 관심을 갖고 계시니 감사하게 생각한다. 과거 한 종편방송에서 모 인사가 ‘지상욱은 아내를 내세우지 않는다. 아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똑같은 사람이 이번 개소식 소식을 듣고는 ‘지상욱이 아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말하더라. 그냥 웃고 말았다. 공인의 말은 일관성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그런 일이 있었나.
“대중들은 다 알고 있다. 지금 세상은 장기알이 아닌 바둑알 세상이다. 색깔만 다를 뿐, 모양과 크기와 무게가 같은 바둑알이 모여 함께 집을 이루는 것이다. 한 사람이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는 갔다.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을 하나된 힘으로 만들고자 하는 게 지상욱의 정치 리더십이고 싶다.”
徒善不足(도선부족) 以爲政(이위정). 인터뷰 말미, 지상욱 전 대변인은 ‘묵묵한 실천 없이 한때 선함만 가지고 정사를 할 수 없다’는 고사를 한자로 써내려갔다. 그의 도전이 이번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