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을 수상한 <적벽에 달리다>의 김강일 작가가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지난해 제3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에서 대상을 내지 못해 상금 3000만 원이 이월, 이번 만화공모전의 총 상금은 8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역대 최고 상금이 걸린 만큼 ‘대상 서버이벌’을 거치는 장기 레이스 끝에 수상작을 결정했다. 웹툰의 홍수 속에서 우리네 삶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의 힘을 간직한 만화를 발굴하는 과정이었다.
신상철 일요신문 대표이사는 인사말에서 “최근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폭발적으로 인기인데 만화가 원작”이라며 “아무쪼록 이번 수상자들의 만화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제1회와 2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심사위원장을 역임한 이두호 만화가는 축사를 통해 “수상자들에게 축하드린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작품 연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말 엉덩이에 땀띠가 날 정도로 해야 한다”며 “이 세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만화가다. 원한을 갚을 수도 있고 정의를 살릴 수도 있다. 아무쪼록 꿈을 펼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4회 만화공모전 수상자들. 왼쪽부터 금상 윤태준, 대상 김강일, 우수상 전재운, 우수상 황기홍 작가.
상금 5000만 원의 주인공인 대상 수상자는 <적벽에 달리다>의 김강일 작가. <적벽에 달리다>는 뛰어난 작화력과 세밀한 연출로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이다. 한 가닥 로프에 매달려 건물 유리창을 닦는 로프공들을 소재로 사회 계층 구조를 건드리는 발상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추가 제작한 대상 서바이벌에서는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긴장감과 이야기 구성력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강일 작가는 “작품을 쓰기 위해서 취재를 빌미로 고층의 벽에 매달렸지만 붕괴된 출판만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계 수단이기도 했다”며 “운이 좋아 이런 큰 상을 받았다. 운은 앞으로 갚아야 할 빚이고, 빚은 앞으로 한 컷 한 컷 필력을 다해 갚아나가겠다. 심사위원들께 제 원고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대상에 이어 상금 2000만 원의 금상은 <레슬러들>의 윤태준 작가에게 돌아갔다. 윤태준 작가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발전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았다. <레슬러들>은 대중에게서 멀어진 국내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현실의 한계 속에서도 레슬러로 우뚝 서고 싶어 하는 이들을 그린 작품. 윤태준 작가는 “사실 상은 기대도 못했는데 정말 영광”이라며 “원고를 하는 중간에 부인이 큰 힘이 됐다”고 시상식에 함께 참석한 아내에게 그 영광을 돌렸다.
상금 각 500만 원의 우수상은 두 편. 먼저 “지면에 어울리는 에피소드형 구성과 재미를 갖춘 일상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은 <서른 즈음에>의 황기홍 작가. 김광석의 노래 제목을 떠올리게 하는 <서른 즈음에>는 2000년경 서른을 막 지나던 청춘들의 궁상맞으면서도 각자에겐 치열한 삶의 풍경들을 담아냈다. 황기홍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상보다는 연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수상자가 워낙 쟁쟁해 나까지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다. 만약 기회가 안 온다면 내년에 또 도전을 해보겠다. 될 때까지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다른 우수상 <벌레는 찌르찌르>는 박준규 작가가 그리고 전재운 작가가 스토리를 쓴 작품이다. <벌레는 찌르찌르>는 어머니를 죽이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벌레를 뜻하는 ‘곤’으로 불린 주인공이 지금은 남에게 넘어간 아버지의 회사를 되찾기 위한 분투기를 그린 작품. 전재운 작가는 “미흡한 작품에 상을 줘서 감사하다. 일요신문의 공모전은 우리에게 빛과 소금 같은 존재”라는 수상소감으로 감사를 표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심사위원인 <힙합>의 만화가 김수용, 제1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대상 수상작 <Long Live the King>(롱리브더킹)의 임규빈 작가 등도 참석해 제4회 만화공모전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제4회 공모전 당선(응모)작들은 작가와 협의를 통해 향후 <일요신문>과 온라인 <일요신문i>에 연재될 예정이다. 출판만화 부활을 위한 ‘2막’이 열리길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