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노브릭 주재현 대표와 M-TAG 시제품.
일명 ‘짝퉁’이라고 불리는 위조품 문제로 전 세계가 골치를 썩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내 짝퉁 시장 규모는 5조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진품과 위조품을 구별하는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홀로그램이나 형광잉크, QR코드, RFID 등 다양한 위조방지 구별 기술이 개발돼 적용돼 왔다.
그러나 문제는 짝퉁 시장에서는 이러한 위조방지·정품인증 기술까지도 복제해낸다는 것이다. 앞서 홀로그램이나 RFID 등 기술들은 제조기술이 널리 알려져 위조가 용이하고, 검출을 위해 고가의 별도 특수장비가 필요하다는 단점들이 지적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한 업체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한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 내 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큐픽스의 나노테크놀로지 기술을 이용한 위조방지 및 정품인증 제품 M-TAG가 그것이다.
기존 바코드 형식이나 RFID 인증과는 달리 M-TAG는 자기성 색 가변 소재(MTX)를 나노입자화한 필름을 가공한 제품으로, 외부의 자기장에 반응한 나노입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디스플레이가 될 수 있도록 구현하는 방식이다. M-TAG에 자석이나 핸드폰 스피커 부위의 자성물질을 갖다 되면, 색이 변하거나 미리 정해놓은 로고가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M-TAG제품이 부착된 명품, 순정부품, 의류, 주류, 제약, 특산품 등 정품 식별 및 위조방지가 필요한 모든 분야의 제품들은 간단한 자성물질만으로 손쉽게 육안으로 제품의 진품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나노기술을 이용한 M-TAG 시제품.
MTX필름 기술을 처음 개발한 주재현 나노브릭 대표는 “기존의 나노테크놀로지 기술은 탑다운, 즉 큰 것을 깎아나가는 방식을 이용했다. 그러나 반대로 자연 생태계 물질들처럼 나노 구조를 블록처럼 쌓아보자는 생각에, 기존의 패러다임과 프로세스를 뒤집었다”며 “처음 나노 소재산업은 바이오 쪽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우리만의 특이한 제조 기술로 나노 구조를 양산하다 보니까, 나노 기술을 위조방지 시장에서 요구하게 됐다”며 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MTX필름을 개발한 나노블릭의 주 대표는 엔씨큐와 함께 이를 가공한 M-TAG제품을 만들어냈다. 현재 나노블릭은 MTX필름 소재생산을, 엔씨큐는 이를 이용해 가공·상품화해 M-TAG를 만들어 낸다. 또한 아큐픽스가 엔씨큐가 상품화한 M-TAG의 유통과 영업을 담당한다.
문제는 M-TAG제품 역시 복제돼 위조품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이에 대해 엔씨큐 김명곤 회장은 복제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확신했다. 김 회장은 “어떤 기술이든 위변조는 가능하다. 장비와 원료만 구입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M-TAG의 특징은 MTX필름을 나노브릭 밖에 만들지 않는다는 거다. 또한 복제를 위해서는 2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고, 장비를 구하기 위해서는 200~30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런 시간과 자금을 들여 M-TAG는 위조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세계에서 유일한 제품”고 강조했다.
주 대표도 “위조방지 정품인증 제품은 재활용을 방지하기 위해 1회용이어야 한다. M-TAG는 재활용을 위해 스티커를 뜯으면 나노입자가 파괴돼 다시 사용할 수 없는 구조다”라고 전했다.
M-TAG는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지난 2012년 세계 최대 규모의 나노제품 전시회인 ‘동경나노텍전시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국내 ‘나노코리아어워드’에서도 국무총리 대상을 받았다.
김명곤 회장은 “동경나노텍전시장 최우수상 수상과 나노코리아 국무총리대상 등을 수상하면서 기관이나 투자회사에서 투자를 많이 받았다. 이에 지난 6월 평택에 공장을 완공해 대량 생산라인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 대표 역시 “현재 평택 공장의 설비는 월간 1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다. 물량과 매출이 가시화되면서 월간 1000만 개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비를 늘리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아큐픽스는 KIT국제무역에 M-TAG제품을 연간 1000만 장을 공급하는 30억 원 매출 계약을 체결했다.
KIT국제무역은 중국 최대 물류 유통기업인 화난청그룹과 아시아 최대 IT기업 텐센트가 합작하여 설립한 위챗연맹과 MOU를 체결한, 화난청그룹의 한국 사업 본부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이에 KIT국제무역은 한국 중소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온·오프라인 통합 마케팅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아큐픽스와 M-TAG 공급계약을 체결한 KIT국제무역의 선영준 대표.
KIT국제무역의 선영준 대표는 “특히 중국은 일명 ‘짝퉁’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한 곳이다. 이에 한국의 우수한 제품이 중국 위조품으로 인해 중국 내수 유통시장에서 뿌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며 “M-TAG를 활용하여 한국 제품의 진품 신뢰성을 확보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들어 계약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 대표는 “KIT국제무역을 통해 중국에 들어가는 모든 완제품에는 M-TAG 제품을 부착해 정품인증을 할 계획이다. 1차적으로 화장품, 생활용품, 육아용품에 사용할 것”이라며 “현재는 1000만 개 계약을 했지만,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 얼마나 더 늘릴 지 알 수가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또한 KIT국제무역은 M-TAG 제품을 사용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에이전트 역할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선 대표는 “중국의 기업에서도 짝퉁 제품 문제로 정품인증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M-TAG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다. KIT국제무역이 아큐픽스로부터 중국 시장 사업 권한을 받아 중국시장 진출을 연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 대표 역시 “사업을 시작해보니, 중국 시장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느꼈다”며 “KIT국제무역는 화난청그룹을 통해 중국시장에서 체계적으로 뻗고 있다. 이에 M-TAG가 중국에서 뻗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적절한 마케팅 파트너가 생긴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정품인증 제품 M-TAG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매우 많다.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일본·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시장은 해외시장의 20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해외에서 진출해 돈을 벌어 와야 한다”며 “나노브릭에서는 소재생산을 맡고 엔씨큐에서 상품화 시켜, 아큐픽스를 통해 M-TAG를 전 세계에 유통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회장은 “아큐픽스에서는 올해 매출을 5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는 1200억 원, 오는 2016년에는 36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