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과거에도 꾸준히 기부를 해왔다. 그런 김 씨가 1억을 만들어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정년퇴임을 하고 새로 경비원 일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김 씨는 “스무살부터 8년간 특전단에서 군 생활을 했다. 서울거리 퍼레이드부터 낙하산 타는 것까지 안 해본 것이 없다. 마지막 1년은 월남전에 참전했다. 제대하고 나서는 국방부 군무원으로 26년을 근무했다. 33년간 국가의 녹을 받으면서 언젠가는 되돌려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1억 기부는 나의 ‘로망’처럼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120만 원 남짓한 경비원의 한 달 월급으로 1억 원을 모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김 씨는 먹는 것, 입는 것에 쓰는 돈을 줄이면서 한 달에 100만 원씩 저축했다. 김 씨는 “군무원 시절 26년간 건축담당관으로 일하다 2005년에 정년퇴임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계획적으로 저축을 하는 것이 습관이 돼 있었다. 지금은 내 명의로 된 아파트가 있고, 연금도 나온다. 넉넉한 돈은 아니지만 조금씩 아끼면서 100만 원씩 저축했다. 아들과 딸도 지금은 다들 출가해서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1억 원을 기부하는 것이 평생의 ‘로망’이었지만 10년 동안 저축을 하면서 결심이 흔들릴 때도 있었다. 김 씨는 “누군가에겐 작은 돈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정말 큰돈이다. 왜 갈등이 없었겠나. 오히려 돈이 많은 사람이 결단을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런 고민이 하기 싫어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결단을 내렸다”고 털어놨다.
김 씨의 기부소식은 주변사람은 물론 가족들도 모르고 있었다. 뉴스가 보도되면서 김 씨를 알아본 주변사람들이 연락을 해왔다. 김 씨는 예상밖의 관심에 오히려 얼떨떨해 하고 있다. 김 씨는 “가족들도 뉴스 보고 알았다. 지금 부인은 일이 있어 잠시 철원에 가있는데 내일 오면 알게 될 것이다. 워낙 활발하고 시원한 사람이라 ‘잘했다’고 할 것이다. 얼마 전에는 며느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아버님 너무 자랑스럽다’고 하더라”며 웃음을 보였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