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소치 동계올림픽 대한민국선수단 결단식에서 김재열 선수단장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삼성그룹은 1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을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으로 발령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의 남편이자,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이날 사장단 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오너 3세의 승진은 없었다. 김 사장만이 오너일가 중 유일하게 인사이동이 있었다.
삼성그룹은 “김재열 사장이 국제 감각과 스포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일기획의 스포츠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제일기획은 지난 4월 축구클럽 수원블루윙즈에 이어, 9월 남자농구단 삼성썬더스와 여자농구단 삼성생명블루밍스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제일기획 측은 “국내 스포츠 사업이 선진국과 같이 고도화·산업화되면서 스포츠단 운영에 있어 선수 운용·관리와 경기력 향상 외에 전문적인 팬 관리와 마케팅 능력 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따라서 김 사장은 이번 인사로 제일기획 소속의 스포츠단의 운영과 마케팅 전반을 담당할 계획이다.
또한 김 사장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장인인 이건희 회장이 맡고 있는 IOC 위원의 후임 자리에 본격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이전부터 스포츠 외교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지난 2011년 3월부터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직을 맡아, 지난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단 단장을 역임했다.
또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지난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IOC 위원인 이건희 회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에도 올랐다.
IOC 위원의 임기는 80세다. 현재 이 회장의 나이(72세)와 건강상태를 고려해본다면, 사위인 김 사장이 이 회장에 이어 차기 IOC 위원 후보로 유력하게 꼽힌다. 따라서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으로서 스포츠단을 이끌며 자격요건을 준비, IOC 위원에 도전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제일기획이 계열사별로 흩어져있던 스포츠단을 인수한 것이 일각에서는 김재열 사장에 대한 배려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한편으로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이후 오너 3세 이재용·이부진·이서현 남매의 후계 승계구도에도 김재열 사장의 이번 인사는 의미가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사업재편에 속도를 가하며 이건희 회장 이후 후계 승계를 위한 마지막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이부진 사장이 호텔과 유통 계열사를 맡고, 이서현 사장이 패션부문과 광고 분야를,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계열사를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중공업부문도 이재용 부회장의 몫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한 와중에 이서현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사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있었던 것이다. 이에 계열분리 작업의 일환으로 김재열 사장이 부인이 사장으로 있는 제일기획으로 옮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재열 사장이 제일기획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서현 사장과 부부가 공동 경영하는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