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지난 1일 은행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연임 포기 의사를 표했다. 행장을 뽑기 위한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이 행장은 연임 포기를 두고 “우리금융의 민영화 발자취를 돌이켜 볼 때 맡은 바 소임은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회장 취임 시 말했던 대로 이제는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1월 28일 우리은행 민영화가 무산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행장은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2014년까지 우리금융 민영화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민영화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이기 위해 임기도 3년이 아니라 1년6개월로 정했다.
이 행장은 임기 내 우리투자증권·아비바생명·저축은행과 우리파이낸셜 등 자회사 매각에는 성공했지만 가장 중요한 은행 민영화를 이루지 못했다.
이어 이 행장은 이메일에서 “민영화라는 최대의 숙명적 과제를 안고 은행장 소임을 맡은 지 벌써 3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며 “우리금융그룹 내 계열사 매각 등의 순차적인 민영화 작업 끝에 지금 이 순간까지 왔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민영화의 마지막 단계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고객들과 우리사주조합 결성을 위해 애쓴 노동조합, 직원들 덕분에 소수지분매각 청약률 130%라는 높은 성과를 거뒀다. 이에 대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 행장이 연임을 포기함에 따라 2일 열리는 행추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광구 부행장을 비롯해 이동건 수석부행장 등 전·현직 우리은행 내부 출신 인사가 후보 물망에 올라있다.
우리은행 행추위는 이날 차기 행장 후보군을 결정한 뒤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서강대 금융인회 멤버인 이광구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