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문제로 구분소유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NC백화점 불광점 전경. 최준필 기자
소풍점은 소위 말하는 수익형 부동산이다. 완공된 상가 건물을 일반인에게 분양한 후 분양받은 금액의 일정액을 임대 수익으로 받는 곳이다. 이렇게 분양받은 사람들을 ‘구분소유주’라고 부른다. 소풍점은 구분소유주가 1500여 명에 달한다. 이랜드가 소풍점의 총면적 약 20만㎡ 중 7만 5000㎡가량을 임차해 들어오면서 상가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송파점, 불광점, 부천점 등 20여 개의 임차 매장을 열면서 구분소유주들과 계약할 때 대부분 매출액의 3~4%를 임대료로 주기로 합의했다. 매장을 빌릴 때마다 계약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이랜드 관계자는 “당연히 상권에 따라서 임대료가 조금씩 차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소풍점에 뉴코아가 입주하고 곧바로 구분소유주들은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랜드리테일이 임대료를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었다. 구분소유주들은 관리단 차원에서 소송하기도 하고 뜻이 맞는 사람끼리도 소송을 하고 있다. 소송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임대갑’이라 불리는 전대매장의 임대료 산정에 대한 문제와 임대료 자체에 대한 불만이다.
이랜드리테일은 매출액의 4%를 임대료로 내기로 하고 구분소유주들에게 매장을 임대했지만 이들 매장을 이랜드리테일이 전부 쓰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다시 제삼자에게 임대하는 전대를 했다. 이때 임차인이 전대인에게 임대료를 고정 금액으로 받을 때 임대갑 매장이라고 부른다. 구분소유주들은 이랜드리테일이 임대갑 매장 ‘매출의 4%’를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랜드리테일은 임대갑 매장에서 받은 ‘전대료의 4%’만을 준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구분소유주 대표단의 한 층대표는 “전대매장은 다른 매장과 달리 아무런 비용 없이 전대해서 받은 임대료의 96%는 이랜드리테일이 받고 4%만 구분소유주에게 주는 것이 문제”라며 “만약 이랜드리테일이 전체 매장을 전대하면 우린 이랜드리테일이 받고 남은 4%만 받게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일반적으로 전대 임대료는 매출의 15%에서 20%선에서 결정되는데 매출의 4%가 아니라 임대료의 4%를 받는다면 관례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랜드리테일 측과 협상했던 다른 대표는 “이랜드리테일 측이 기업회계 기준으로 전대매장의 매출은 임대료이기 때문에 그만큼만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구분소유주들의 또 다른 불만은 임대료 자체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현재 이랜드리테일이 소풍점 구분소유주에게 지급하는 금액은 분양가 1억 원 기준으로 1개월에 15만 원 정도다. 연이자로 환산해도 약 1.8%밖에 되지 않는다. 구분소유주들은 임대료가 시중은행 이자보다 한참 못 미친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계약 당시 매출액에 따른 임대료 변동 조항이 있었다. 최소 기본구간은 2500억 원. 그러나 영업 4년차인 지난 2014년 소풍점 매출은 2500억 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1360억 원에 불과했다. 예상됐던 매출보다 너무 낮으니 매출에서 차지하는 임대료 비율이라도 올려달라는 것이다.
NC백화점 불광점도 이런 불만이 있는 매장 중 한 곳이다. 특히 지난 2013년 매출액인 2096억 원에 대해 불신이 팽배하다. 불광점은 2100억 원 이하 매출까지는 3.85%를 지급받지만 2100억 원을 넘어서면서부터는 4.2%를 지급받는 계약이다. 불광점은 2100억 원에서 4억 원의 매출이 부족해 80억 원가량을 임대료로 받았지만 만약 4억 원만 더 달성했다면 88억 2000만 원으로 10% 정도 더 받게 된다.
이랜드 자회사 이랜드리테일 홈페이지 캡처 화면.
불광점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임대갑보다도 ‘임대을’이다. 불광점의 계약서상에는 임대갑 매장은 이랜드리테일이 받는 임대료를 매출로 잡는다고 적혀 있다. 따라서 임대갑 매장에 대해 불만을 표하기 쉽지 않다. 반면 직매입, 특정매입, 임대을에 대해서는 실제 매출에 비례해 임대료를 준다고 계약했다. 여기서 임대을의 매출이 실제 매출이 아닌 임대료를 받은 돈으로 계산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구분소유주들끼리도 의견이 분분하다.
의혹은 소풍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10월 20일 소풍점에서 이랜드리테일의 재무팀장이 매출이 제대로 계산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구분소유주들을 위해 기업전산시스템(ERP)을 공개했다. 당시 ERP를 확인한 또 다른 층대표는 “임대갑과 마찬가지로 임대을도 매출액에 비례해서가 아니라 받은 임대료의 4%로 책정했다”며 “따라서 소풍점과 같이 불광점의 임대을 매출도 매출액이 아닌 임대료의 4%로 계산되고 있다면 원래 계약인 매출액으로 계산했을 때는 2100억 원에서 모자란 4억 원 이상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불광점 관리단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 측에 이 같은 사항을 문의했지만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이랜드리테일은 구분소유주뿐만 아니라 SH공사와도 소송 중이다. 2013년 SH공사는 이랜드리테일이 사용하고 있는 가든파이브에서 부당이익을 취했다며 소를 제기했다. 이랜드리테일은 SH공사와 매출액의 4%를 임대료로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SH공사는 가든파이브점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이 전대매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의 4%가 아닌 임대료의 4%를 줬다는 점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SH공사는 가든파이브 실사를 통해 당초 이랜드리테일과 전대매장의 규모를 5% 이내로 할 것으로 제한해 계약했지만 이랜드리테일 측은 5%가 넘는 매장을 전대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SH공사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이랜드리테일이 전대매장의 규모를 5% 넘게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실매출액의 4%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전대매장 임대료의 4%를 임대료로 지급한 것은 정당하다고 봤다. 이랜드에 실제 잡히는 매출은 임대료이기 때문이다. SH공사 관계자는 “SH공사는 5% 이내의 전내매장에서도 실제 매출의 4%를 받길 원한다”며 “항소한 만큼 2심 판결을 기다려 봐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랜드리테일에 건물을 빌려준 임대인 모두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불광점 대표단 관계자는 “구분소유주들 중에서도 내년이면 이랜드리테일과 계약이 만료되는데 이렇게 불만을 표하거나 자료 공개 요청을 하다 이랜드가 나가버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랜드가 들어오기 전에는 돌아오는 수익이 극히 미미했다. 공실이 많이 날 때는 수익보다 관리비가 더 나갈 때도 있을 정도여서 그때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 꽤 있다”고 귀띔했다.
소송 중인 소풍점 대표단도 이랜드의 중요성과 공로를 알기 때문에 소송까지 가고 싶지는 않다는 입장이 적지 않다. 소풍점 관리단 대표는 “소송까지 가기보다는 원만하게 합의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합의점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임대인들과 합의점을 열심히 찾는 중”이라며 “다만 현재 법원 소송 중인 부분은 이야기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판결이 나오면 따르겠다”고 했다.
소풍점의 한 구분소유주는 “이랜드리테일이 지난 시간 동안 잘못된 임대료에 대한 보상을 해주고 앞으로의 임대료도 신경 써준다면 받아들이겠지만 아니라면 소송을 통해 끝까지 가보고 싶다”며 “이랜드가 중국에서 막대한 돈을 버는 큰 기업인데 소풍점 소유자들 보면 대부분 퇴직금 털어 산 사람들이다. 이랜드가 돈 몇 억에 연연하지 말고 좀 더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유통사 임대방식 용어설명 관리주체가 누구냐가 ‘관건’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을 운영하는 유통회사는 각 브랜드와 거래할 때 크게 네 가지의 지불 방식을 사용한다. 이것을 직매입, 특정매입, 임대갑, 임대을로 나눌 수 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내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임준선 기자 ‘임대갑’은 유통회사가 브랜드에 공간을 내주면 브랜드는 계약한 일정 금액의 임대료를 내면 된다. 백화점에 들어가는 외식 브랜드는 임대갑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임대을’은 브랜드가 판매한 금액의 일정부분을 임대료로 낸다. 백화점 내 가판에서 지갑, 넥타이 등을 소규모로 판매하는 점포가 대개 임대을의 형태를 띤다. 직매입과 특정매입, 임대갑과 임대을을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은 관리의 수준에 있다. 직매입과 특정매입 매장은 유통회사 차원에서 서비스나 매출을 관리한다. 하지만 임대갑이나 임대을은 유통회사보다는 해당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측면이 크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