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원세훈 전 국정원장
법관징계위원회(위원장 민일영 대법관)는 3일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한 심의기일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정직 2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징계위는 “김동진 부장판사가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사건의 판결을 비난하고, 해당 재판장에 대한 명예훼손적 표현을 포함한 글을 게시했다. 이런 행위는 법관윤리강령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징계위는 김 부장판사가 법관 품위유지의무를 명시한 법관윤리강령 2조와 구체적 사건에 관한 공개적 논평을 금지한 같은 규정 4조 5항,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등을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법관에 대한 징계 처분은 정직과 감봉, 견책 등 세 종류로 나뉘는데, 정직 2개월은 비교적 무거운 징계 수준이다.
김 부장판사가 이에 불복할 경우 대법원에서 단심 재판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가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자, 김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김 부장판사는 이 글에서 “서울중앙지법의 국정원 댓글 판결은 ‘지록위마’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국정원이 지난 2012년 당시 대선에 대해 불법적인 개입행위를 했던 점들은 객관적으로 낱낱이 드러났고 삼척동자도 다 아는 자명한 사실임에도 담당 재판부만 ‘선거개입이 아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동진 부장판사는 “2012년은 대선이 있던 해인데 원 전 원장의 계속적인 지시 아래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인 댓글 공작을 했다면 정치개입인 동시에 선거개입이라는 것이 옳지 않겠냐.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로는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은 궤변이다”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판결은 정의를 위한 판결일까? 그렇지 않으면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심사를 목전에 앞두고 입신영달에 중점을 둔 사심이 가득한 판결일까”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의 게시글을 직권으로 삭제했다. 이후 수원지법은 김 부장판사가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며 지난 9월 26일 대법원에 징계를 청구했다.
한편 법관징계위는 대법관 중 대법원장이 임명한 위원장과, 내·외부인사 각 3명씩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