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문건 유출 및 실세 간 권력 암투 의혹에 출입기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기자들과 청와대 관계자들도 기자실 분위기가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매체와 상관없이 기자들의 출근 시간이 빨라졌다. 민경욱 대변인의 오전 정례 브리핑이 시작되는 시간은 통상 오전 7시 40분에서 8시 사이. 이전까지만 해도 이 시간에는 방송과 통신, 석간신문 기자들 15명가량이 자리를 지키곤 했는데, 최근에는 그 숫자가 2배 가까이로 늘었다고 한다. 오후 늦게까지 판갈이를 하고 오전 9~10시쯤 출근하곤 했던 조간신문 기자들이 대부분 민 대변인의 브리핑 시간에 맞춰 출근을 앞당긴 것이다.
한 조간신문 기자는 “매일 특종과 낙종이 교차되는 상황에서 누가 맘편히 아침잠을 청할 수 있겠느냐”며 “최근에는 퇴근시간까지 늦춰지면서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기자실 전체에 하루 종일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는 점이다. 기자들끼리 웃고 떠드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고, 대화를 나눌 때도 목소리를 낮출 정도라고 한다. 시기적으로 연말 송년회 자리가 점심·저녁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이마저도 크게 줄었고, 그나마도 반주를 곁들인 식사 정도로 마무리되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현재 청와대 출입기자 중 대부분은 박근혜 정부 출범 때부터 함께했던 사람들인데, 이들에게 이런 기자실 분위기는 매우 생경하게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일간신문 고참 기자는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특종 경쟁은 주로 인사 취재로 이뤄졌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신문에 먼저 거명된 사람은 쓰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사 보안 유지에 철저한 스타일”이라며 “게다가 기자와의 접촉을 금기시하는 박근혜 정부의 폐쇄성까지 겹쳐 청와대 기자들 간의 특종 경쟁은 치열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꽁꽁 얼어붙은 날씨를 연상케 하는 이런 기자실 분위기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기자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한때 박근혜 정부의 일원이었던 인사들의 폭로를 통해 ‘권력 암투설’은 이미 실체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제2의 조응천·유진룡’이 안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