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승마 선수로 발탁되면서 특혜 논란에 휩싸인 정윤회 씨의 딸. 사진제공=시사저널
의혹은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5월경 대한승마협회 전직 이사인 박 아무개 씨가 작성한 ‘살생부’가 ‘알 수 없는 경로’로 청와대에 전달됐다. 이후 청와대 지시로 체육단체 특별감사가 추진됐다. 살생부에 오른 승마협회 임원과 함께 조사를 진행한 문체부 국·과장까지 교체됐다. 이는 정윤회 씨 딸이 국가대표 승마선수로 선발됐던 시기와 맞물린다.
해당 살생부를 작성한 박 전 이사는 정 씨와 꽤 오랫동안 교분을 쌓은 인물이다. 정 씨의 딸도 ‘케어’했다고 한다. 박 전 이사는 공금횡령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협회 회원 자격이 박탈된 인물로 그가 청와대를 움직여 문체부 인사를 좌지우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정 씨가 배후로 의심될 수밖에 없다.
정 씨는 문체부 인사 개입에 관해 “저는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문건 파문 이전인 지난 7월 <중앙일보> 칼럼 지면에 등장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당시 여권의 한 외곽 조직 인사는 “정 씨의 인터뷰 방식이나 시점이 참 묘하다고 생각했는데, ‘민정수석실에서 나를 공식적으로 조사해 달라’는 대목을 보니, 이 사람 이제 믿는 구석이 있어 언론에 나오는구나 생각했다. 한 사람(대통령)을 위한 인터뷰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문제의 7월은 민정수석실 산하 파견 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끝난 시점이었다.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 사퇴 이후 7월 초까지 경찰, 국정원 출신 인사 등 모두 20여 명이 교체됐다. 앞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과 관련해 “접촉 없다. 인간적으로 섭섭하다”고 했던 정 씨는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통해 조응천 비서관에게 연락을 시도했던 사실이 밝혀진 상태다.
정 씨가 문체부 인사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면 전 부인인 최순실 씨(최서원으로 개명)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씨는 앞서의 <한겨레> 인터뷰에서 ‘딸의 일이니 당시 부인이 했을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거는 모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최 씨는 전 남편인 정 씨보다 먼저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아버지인 최태민 목사가 박 대통령과 함께 전국적으로 활동한 ‘새마음운동’, 그리고 육영재단 산하 전통 예절교육장인 ‘근화원’ 업무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1979년 6월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새마음봉사단 총재”와 “최순실(단국대대학원1) 전국새마음대학생 총연합회장”이 나란히 등장한다. 동명이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으나, 최순실 씨 역시 단국대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언론에 종적을 감춘 최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6년 선거 유세 도중 피습을 당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병실을 찾아 극진히 간호하며 말벗이 돼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가 하면 지난 4일 온라인 매체 <고발뉴스>는 “최순실 씨가 최근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을 직접 챙겨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 실제 취임식 당시 한복을 디자인한 김영석 씨는 “대통령 취임식 때 인연을 맺어 요즘도 청와대에 납품하고 있지만, ‘최순실이라는 사람이 박 대통령의 한복을 챙긴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김 씨의 한복 부티크는 신라호텔 지하에 입점해 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