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호 의원.
지난 8월 6일 병영문화 혁신위원회 회의에서 육군이 보고한 ‘군 복무환경’자료에 따르면 군 내 심리이상자 2만6000명(12.5%), 입대전 범법자는 524명이나 됐다. 연도별 현역복무 부적합 처리자도 2010년 842명에서 2013년 1307명으로 급증했다. 병영내 관심병사 역시 전체의 23.1%에 이르는데 A급 관심병사가 8634명(2.5%), B급 관심병사는 1만9530명(5.6%)을 차지했다.
군 자살자는 2001년 60명에서 2005년 52명으로 줄었으나 2011년에는 72명으로 다시 증가했고 2013년에도 62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병력규모가 69만 여명에서 63만 여명으로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살율의 증가폭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홍 의원은 “저출산과 복무기간 단축으로 현역가용자원이 부족해지자 국방부(병무청)는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을 수시로 변경, 현역가용자원을 확보했다”며 “군 복무에 부적합한 인원이 현역처분을 받게 됨에 따라 군내 사고위험과 지휘관의 지휘부담이 커지고 강군육성에도 역행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영내 복무부적응 문제와 이로 인한 자살, 왕따, 복무부적합 처리 등 제반 문제에 대해 단순히 병영문화의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입대자원의 질적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1986년 51%수준이던 현역처분율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90%를 상회했다. 특히 2005년의 경우 징병검사 대상자가 31만9천여명으로 2001년 39만 9천여명 대비 무려 8만명이나 감소했다. 당시 병무청은 병역처분 기준을 긴급하게 조정해 대학생의 경우 신체등급 4급도 현역으로 처분했다(2005.8.31. 기준 8352명). 그러다 보니 현역처분율이 93.9%로 치솟으며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징병검사 대상자는 35만6000여명으로 다소 증가했지만 그 사이에 복무기간이 단축되면서 현역처분율이 91.5%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병무청이 홍철호 의원에게 제출한 ‘신체검사 등위판정기준 변경사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신체등위 조정은 총 136건이다. 그 가운데 신체등급 상향은 90건이었으나 하향은 19건에 불과했고 신설 등 기타사항이 27건이었다.
특히 신체등급 변경으로 병역처분까지 바뀐 82건의 내역을 분석하니 기존의 면제에 해당하던 질병 중에 보충역으로 변경된 것이 29건, 보충역 처분을 받던 질병이 현역으로 편입된 것은 48건에 달했다. 면제가 바로 현역으로 조정된 것도 1건이 있었다.
반대로 보충역이 면제되는 사례는 4건에 불과했고 현역등급이었던 질병 중에 보충역으로 조정된 사례는 아예 없었다. 병역처분 변경의 95.1%가 보충역이나 현역으로 상향 편입된 것이다.
지난 2011년 2월 국방부는 훈령개정을 통해 보충역(4급)으로 분류하던 베체트씨병을 현역(3급)으로 변경했다. 또 같은 해에는 태양광선에 노출돼 발생하는 기저세포암 환자를 면제(5급)에서 보충역(4급)으로 변경시키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2012년 2월의 훈령개정에서는 키의 보충역기준을 196cm에서 204cm로 무려 8cm나 높였다. 또 보충역(4급)으로 분류되던 무정자증이나 발기부전과 같은 성 관련 질환을 현역(3급)으로 편입시키기도 했다.
홍 의원은 “지금까지는 국방부의 병력소요에 따라 병무청이 인원수 맞추기에 급급했지만 병무청이 공급자의 입장에서 병력자원의 질적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며 “군 정예화는 징병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병무청이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국방부에게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