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계의 아티스트’ 박지원 의원이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과 관련해 복수의 정보통으로 부터 추가 문건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있다고 본다. 청와대 자체에서도 자기들이 생산한 자료라고 하지 않나. 비록 찌라시라고 할지라도. 무엇보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6할은 맞다고 하지 않나.”
―이미 지난 6월, 비선(만만회)과 관련한 발언이 화제가 됐다.
“내가 일부 주변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만만회의 비선조직에서도 인사에 개입한다고 하더라’ 수준으로 얘기한 적이 있다. 만만회가 누구누구라고 지칭한 적은 없다.”
―파문 이후 추가 문건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세계일보> 보도 후에 상당히 믿을 수 있는 분으로부터 ‘자료는 10분의 1도 보도되지 않았고 전체 분량은 박스로 존재한다’, ‘(정윤회 씨의) 사생활과 관련한 부분은 어마어마한 것이 있다’ 등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또 다른 정보통으로부터 ‘문건은 지난 3~4월에 유출돼 청와대가 회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이번에 터진 것’이란 얘기도 전해 들었다. 이후 조응천 전 비서관이 언론을 통해 언급한 내용을 보니, 내가 전해들은 내용이 맞더라. 이렇듯 나는 소위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을 (국민에) 전한 것이다. 그 외의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상은 얘기 안 한다.”
―검찰의 수사 방향과 청와대의 해명은 어떻게 평가하나.
“찌라시는 청와대 차원에서 척결의 대상이고, 검경의 수사대상이다. 청와대의 경찰 출신 행정관과 검찰 출신 비서관이 작성한 문건이 찌라시인가. 무슨 찌라시 비서실, 찌라시 정권인가.”
―청와대의 해명 자체가 모순이란 말인가.
“모순이다. 청와대가 수사를 의뢰한 검찰의 고발 내용이 뭔가.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이다. 결국 청와대가 (해당 문건) 그 자체를 (찌라시가 아닌) 공공기록물이란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 각 부처에서 청와대에 파견 나온 공무원들은 엘리트다. 국가를 위해 일하는 분들이다. 한 개인에 충성을 바치는 분들이 아니다. 청와대의 태도가 서투르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전 행정관)의 유출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수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무엇보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문서와 관련해 보고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김기춘 실장의 책임이 크다. 본인은 보고를 받고도 ‘묵살했다’고 했다. (문건의 내용은) 대통령의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박지만)과 비서실장 본인에 대한 제거, 중병설을 (정윤회 씨가) 찌라시를 활용해 퍼트렸다는 것인데, 이는 정말 중대한 권력투쟁이 이뤄지고 있던 셈 아닌가. 그런데 왜 김기춘 실장은 그 문제를 그렇게 처리했느냐 이거다. 소위 말하는 만만회 문고리 권력, 십상시를 제지하든지 아니면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행정관과 조응천 비서관을 봤어야 했다. 그런데 보고서를 낸 사람은 무시하고 좌천과 해임을 해버리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결론적으로 김기춘 실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인가.
“대통령께서 이번 사건에 대해 잘 규정하셨다. ‘국기문란사건’이라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조사해서 일벌백계 하신다고 했다. 그런데 비서실에 대해선 굉장한 신뢰를 보내셨다. 이는 결국 (청와대가) 검찰에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다. 단지 유출 경위를 수사하라고 하는데,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그 내용이다. 내용을 조사하면 경위도 다 나온다. 단지 꼬리 자르기식으로 또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면서, 어떻게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겠나. 권부 핵심인 비서실장은 버티고 있고, 문고리 권력 역시 그대로 있다고 한다면 검찰이 조사를 어떻게 하겠나. 국민 역시 그 결과를 신뢰하지 못한다. 김기춘 실장도 물러나고 문고리 권력도 사퇴해서 검찰 수사가 자유롭게 이뤄져야 국민이 믿는다.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 주장해왔다.”
―정윤회 씨 권력의 실체를 어느 정도까지 보나.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 곁에서 10년여 동안 비서실장을 했다고 하면 굉장한 측근 아닌가. 그럼에도 하나 이상한 것이 있다. 박 대통령을 그렇게 오래, 가깝게 모셨다고 하는데 새누리당 측근 의원들은 (정윤회 씨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한다.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의원 시절에도 엄청난 비중이 있는 정치인이었다. 또 언젠간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여권 정치인들도) 그 비서실장을 모른다. 상식 이하의 문제다.”
―이야기를 당내 이슈로 돌려보자. 현재 당권 도전에 대한 입장은.
“아직은 비상대책위원으로서 당의 재건 문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조금 이르다.”
―문재인 의원은 당권 도전을 앞두고 비대위에서 미리 내려온다는 말이 있다.
“글쎄. 난 그렇지 않다고 알고 있다. 우리는 문희상 위원장과 (비대위를) 출범할 때부터 ‘모든 룰 세팅을 완료하고 나간다’고 약속했다. 나도 거기에 얽매이고 불필요한 오해만 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내려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다만 지금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당·대권 분리 조항을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을 겨냥하는 것 아닌가.
“특정인 겨냥 안 한다. 물론 현재 우리 당헌당규에서도 당·대권은 분리하도록 돼있다. 다음 대표의 임기는 2년이고, 대선은 3년이 남았다. 혹자는 ‘왜 벌써 당·대권 분리조항 얘기를 하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한가한 소리다. 우리는 앞서 총선과 지방선거, 두 번이나 실패했다. 더 이상은 안 된다. 미국 양원의 야당 대표는 대통령을 공격할 때는 하고, 협상할 때는 한다. 우리도 경험과 경륜을 갖춘 대표가 싸울 때는 싸우고 단독으로 협상할 때는 해서 당을 이끌어야 한다. 대통령 후보가 아직 시간이 남았나.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부터) 정책과 국가 아젠다를 만들어서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몸과 마음을 섞어서 준비해야 한다. 다음 집권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결코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외부에선 야권의 당권 경쟁을 두고 여전히 ‘계파 갈등 구도’로 본다.
“현재 호남을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난 최근 호남 지역 강연에서 ‘지난 7년간 친노와 비노 싸움이 계속됐지만, 이제 승리와 집권을 위해 타파해야 한다. 분열해서 패배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니라 승리해서 성공의 길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계파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있나.
“우선 공천심사위원회를 없애야 한다. 경선해서 계파 나눠먹고, 당권 잡은 이가 독식하는 것이 지금 야당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고 파벌의 원천이다. 대신 당의 자격심사위를 통해 1차적으로 대상을 걸러 시·도당에 내려 보내 완전한 국민경선제로 운영하면 된다. 또 한 가지 혁신 방안이 있다. 중앙당을 축소해서 부산, 경남, 울산, 대구, 경북, 강원, 취약지역 6곳에 과감하게 국고 보조금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당원연수를 활성화하면 조직이 배가 될 것이다. 또 이 6곳에 공천권을 내려 보내고, 각 지역 당 현지인사 두 명을 비례대표로 할당하는 것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자는 거다. 현실화된다면, 이 6곳에서 현재 득표보다 대선에서 10%는 더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 집권한다.”
―각 당권주자들 간의 연대설과 접촉설이 많이 나온다. 박 의원도 안철수 의원과 만났다는 얘기가 있는데.
“당 소속 의원으로서 누구든 만날 수 있다. 아직 전당대회는 60일 이상 남았다. 그런 것(연대)은 아직 없다.”
―향후에도 연대 가능성은 없나.
“지금 어떻게 알겠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호남의 대표 정치인이다. ‘물갈이론’과 ‘홀대론’이 병립 중이다. 새정치연합에서 호남의 의미는 뭔가.
“우리 당은 호남이 뿌리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자라고 꽃을 피운다. 그 꽃을 피운 게 노무현이다. 김대중은 당시 다수파의 호남 후보를 내세우지 않았고, 소수파인 영남의 노무현을 내세워 정권을 재창출했다. 일부에선 친노를 배척하고 신당을 창당한다고 하지만, 이는 분열을 통해 패배하자는 것이다. 통합 단결해서 승리의 길로 가는 것이 김대중, 노무현의 정신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이희호 방북단’에 참여? “얘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 이희호 여사 한편 이 여사의 방북 연기 배경에 대해서 박 의원은 “금년에도 이 여사께서 가벼운 폐렴기 탓으로 두세 번 입원하셨다”면서 “물론 북한에서는 본인들의 의료시설을 강조하며 잘 모시겠다고 했지만, 우리로서는 걱정되는 문제다. 그래서 5월에 갔으면 한다고 북에 제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