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아가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주요 상품들에 대한 수입 관세를 철폐해도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별로 없다. 유통업자들이 판매가격을 올려 이익을 독차지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나타나는 해외직구 열풍은 소비자들의 이유 있는 반란이다.
해외직구 열풍은 소비의 4대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첫째, 착한 가격의 소비가 대세이다. 경제가 장기 경기침체를 겪고 있어 국민소득이 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인터넷만 열면 저렴한 가격의 소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둘째, 소비자들이 ‘호갱(호구+고객) 탈출’을 하고 있다. 명품점에 가면 상품 판매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소비자들이 속는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산다. 해외직구가 이러한 유통업자들의 속임 수를 몰아내고 있다.
셋째, 개성 구매가 늘고 있다. 해외직구가 자신만의 멋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개성 구매의 길을 열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넷째, 침묵 구매가 새로운 구매 형태이다. 상품을 구입할 때 언어가 필요 없다. 흥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면 어떤 구매도 가능하다. 이러한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소비 혁명에 가깝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해외직구 열풍이 우리 경제의 성장 불씨를 끄고 있다. 해외직구가 는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소비가 준다는 뜻이다. 소비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다. 소비가 늘어야 투자가 는다. 투자가 늘어야 일자리가 생긴다. 일자리가 생겨야 근로자들이 돈을 벌어 소비를 한다. 가장 우려가 큰 것이 중소기업들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수출보다는 국내 소비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판매비중이 85%가 넘는다. 해외상품의 직구가 늘자 중소기업 매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 결국 해외직구가 중소기업의 붕괴와 함께 산업발전 동력을 상실하는 경제적 피해를 낳는다.
해외직구에 대한 대응책으로 ‘역직구’ 열풍을 추진해야 한다. 해외 소비자들이 우리나라 쇼핑몰에 접속하여 직접구매를 대량으로 하면 우리 경제는 해외직구의 피해를 막고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한류열풍이 전 세계에 불고 있다. 이를 이용하여 한국상품에 대한 광고와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중국의 13억 소비자들을 상대로 역직구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 필요가 있다.
이러 견지에서 전자상거래제도의 발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아직 쇼핑몰과 은행을 연결하는 결제지원시스템도 구축하지 못하여 미국이나 중국의 시스템을 빌려 쓰고 있다. 더욱이 불필요한 금융규제, 보완규제가 역직구의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 ‘천송이 코트’ 사건이 이를 입증한다. 정부의 과감한 규제개혁도 병행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