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가미>의 한 장면.
그런데 마냥 행복할 것만 같던 두 사람에게는 ‘큰 문제’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바로 시부모의 반대가 굉장히 거셌던 것이다. 특히 시어머니는 아들을 향한 집착이 너무나 심해 어떻게든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다는 게 두 사람의 주장이다.
두 사람이 주장한 시어머니의 행동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어머니가 아들에게 밤낮으로 전화하는 것을 물론, 조금만 연락이 되지 않아도 ‘실종 신고’도 서슴없이 했다는 것이다. A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하루에 20~30통씩 전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단 하루라도, 1분이라도 아들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실종신고도 했다. 심지어 제 주변 사람들까지 찾아다니면서 차번호와 집 주소를 다 알아내고 다니기까지 했다”라고 주장했다.
A 씨는 시어머니의 이러한 행동들을 동창들 사이에서 전해 듣곤 했는데, B 씨와 연인 관계로 발전한 이후부터 더욱 확실히 느끼게 됐다고 한다. B 씨에 대한 감시는 물론, 두 사람 사이에 민감한 성관계 문제까지 관여하려 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밤이고 새벽이고 성관계를 했느냐, 안 했느냐 물어보시고, 심지어 (아들이 성관계를) 잘 하느냐, 못 하느냐까지 물어보셨다. 남편이랑 연인 관계일 때도 제대로 된 데이트 한번 하지 못했는데, 부부로 있을 때는 더욱 제대로 된 생활이 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주장에 따르면 시부모가 ‘흥신소 직원’까지 고용해 두 사람 사이를 ‘미행’한 것이 포착돼 갈등이 더욱 극에 달했다고 한다. 아들인 B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부모님이 너무 괴롭혀서 잠깐 바람 좀 쐬러 차를 끌고 나갔는데, 그 전에 부모님이 제 차에 위치 추적기를 달아 놓고는 아는 사람을 고용해 차 두 대를 끌고 쫓아오셨다. 결국 수원쯤에서 차를 멈췄는데 갑자기 부모님이 차에서 내리시더니 ‘민 아무개 형사, 이 돈 빨아 먹는 X, 차에 태워’라고 하며 아내를 차에 태우려 했다. 너무 놀라서 결국 경찰서까지 갔는데, 알고 보니 부모님이 돈을 주고 (흥신소 직원을) 형사로 사칭하게 한 것이었다. 경찰이 ‘이런 건 범죄 행위다’라고 부모님께 경고했고, 아버지가 결국 아내와 아내 아버님에게 싹싹 빌어서 겨우 일이 해결된 사건이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흥신소 사건은 겨우 해결됐지만, 이후로 극심해진 갈등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두 사람은 주장한다. B 씨가 어머니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감금’까지 됐다는 것이다. B 씨는 “어머니가 ‘다시는 두 사람을 괴롭히지 않겠다. 못 믿겠으면 공증까지 해 주겠다’며 집으로 나를 불렀다. 그런데 집에 가보니 건장한 사람들이 나를 포박하고 정신병원 차에 강제로 실었다. 어머니는 후에 ‘만나지 않는 조건으로 퇴원을 시켜 주겠다’고 얘기를 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지난 10월 22일 정신병원에 감금됐던 B 씨는 A 씨가 구제 신청을 해서 현재는 수도권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중이다.
한편 두 사람의 이러한 주장에 시어머니인 C 씨(56)는 “너무나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장장 3시간가량 동안 자신의 입장을 격정 토로한 C 씨는 “처음부터 만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다. 모든 문제는 ‘돈’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C 씨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는데, 만난 지 3주 만에 B 씨가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C 씨는 “아들이 2000만 원을 달라고 해서 ‘어디 쓸 것이냐’ 물어봤는데, 여자친구가 아프다고 하더라. 너무 큰돈이기에 당시에는 주지 않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아들이 대출을 받아서 줬더라”라고 주장했다.
C 씨의 주장에 따르면 한번뿐인 줄 알았던 ‘돈 요구’는 이후에도 계속됐다고 한다. C 씨는 “지난 4월, 5월, 6월에도 계속 돈을 요구했다. 6월 달에는 회사에 잘 다니던 아들이 사업한다고 돈을 요구해 4000만 원을 주기도 했다. 이후에는 사업이 그냥 망했는데 하도 뭔가 의심스러워 통장 확인을 했더니, A 씨에게 무려 8000만 원가량이 이체된 내역이 찍혔다. A 씨와 A 씨 아버지를 찾아가 항의하니 ‘여자 만나면 그 정도 들어야 하는데 뭐를 달라고 하느냐’며 오히려 따지더라”라고 주장했다.
갈등의 쟁점이 됐던 흥신소 부분도 C 씨는 반박했다. C 씨는 “돈이 이 정도 들어가자 두 사람을 반대했는데 아들이 계속 몰래 만나는 것 같아 하도 답답해 동네 주민과 함께 따라가 본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을 봤고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서로 갔다. 아들이 걱정됐을 뿐이지 결코 미행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요신문>은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경찰서에 확인 요청을 했지만, “당시 신고가 정식으로 접수된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갈등을 조정하려고 면담을 한 것이기 때문에 형사가 기억을 잘 못할 수 있다. 확인을 해 보겠다”라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정신병원 강제감금 역시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C 씨는 “아들이 A 씨를 만나고 10개월 만에 살이 16㎏이 빠졌다. 스스로도 정신적으로 뭔가 이상하다고 증상을 호소해 결국 입원을 시킨 것이다. 정신병원에서도 증상이 괜찮아지고 있다고 했는데, A 씨가 느닷없이 구제 신청을 해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라고 주장했다. A 씨가 구제 신청을 법원에 제기함에 따라 B 씨가 옮겨진 해당 병원에서는 B 씨에 대한 정신과 재감정을 진행하는 중이다. B 씨의 담당의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B 씨에 대한 재감정은 진행 중이고 이번 주 내로 법원에 결과가 통보될 것이다. 현재 B 씨의 증상이 어떤지는 얘기하기 곤란하다. B 씨가 퇴원할 만큼 괜찮은지, 아니면 정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지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결국 A 씨와 B 씨, C 씨의 첨예한 갈등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들과 어머니는 ‘집착’ 부분에서도 서로의 주장이 완전히 엇갈린다. B 씨는 “어머니가 중학교 때부터 집착을 했다. 아버지가 외도를 많이 해 그 빈자리를 나한테 채우려고 했다”라고 주장하는 반면, C 씨는 “전혀 집착한 일이 없다. 오히려 아들은 A 씨를 만나고 나서 이상해졌다. 집안이 거의 풍비박산이 났다. A 씨가 재산을 노리고 계속 일을 꾸미는 것은 아닌지, 혹여나 정말 ‘꽃뱀’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라고 주장한다.
이번 사건이 영화 <올가미>처럼 시어머니의 과도한 집착이 빚어낸 비극인지, 또 다른 반전이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