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동차 사이트에 오른 영국차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쌍둥이처럼 닮은 중국 신차 ‘랜드윈드 X7’ 비교사진. 두 번째, 네 번째가 짝퉁 논란이 일고 있는 랜드윈드 X7이다.
이 신차는 럭셔리 디자인을 내세웠다. 그러나 공개 직후 비난이 쏟아졌다. 영국산 자동차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너무 비슷했던 것. 디자인만 같은 게 아니다. 랜드윈드 X7의 스펙은 2.0ℓ 터보 4기통 엔진에 최고 출력이 190마력으로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동일하다. 다만 가격은 다르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4만파운드(약 7000만 원)인데 반해 랜드윈드 X7은 이에 절반도 채 되지 않는 2450만 원선이다.
레인지로버를 생산하는 영국의 랜드로버사는 곧장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현재 로컬펌과 이미 이야기를 끝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랜드로버의 CEO 랄프 스페스는 “중국의 랜드윈드 X7은 랜드로버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했다”면서 “중국 측의 디자인 카피에 매우 실망했다”고 전했다. 이어 “랜드로버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정이 내려진다면 국제적인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중국의 짝퉁 자동차 사건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11 청두 오토쇼’에서도 ‘짝퉁’ 자동차를 선보여 빈축을 산 적이 있다. 당시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예마 오토’는 ‘아우디 A4 아반트’와 거의 흡사한 신차를 전시했다. ‘F16’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이 차량은 아우디의 패밀리룩인 ‘일체형 전면 그릴’은 물론 전후방 램프와 차량 전체 실루엣이 아우디 A4 아반트와 거의 흡사했다. 예마 오토가 선보인 또 다른 차량 2종도 ‘짝퉁’ 모델인 것은 마찬가지다. ‘T-SUV’는 폴크스바겐 티구안과 거의 흡사하며 ‘E-SUV’는 인피니티 EX 크로스오버를 빼다 박았다.
중국에선 많은 남성들의 로망이라 불리는 ‘람보르기니’ 짝퉁 자동차도 있었다.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을 카피한 가짜 람보르기니는 황소 엠블럼을 붙이고 곳곳에 브랜드 명을 새겨 넣기까지 해서 겉모습만으로는 진짜와 구분이 힘든 수준이었다. 당시 웨이보에 따르면 9000위안을 추가하면 진품과 똑같은 차키도 제작해준다고 했다. 가격은 42만 위안(7600만 원)으로 진품의 5분의 1정도 가격이었다.
위는 아우디 A4 아반트(왼쪽)와 짝퉁차 예마 오토 F16. 아래는 BMW 미니 쿠퍼(왼쪽)와 짝퉁차 리판 320.
또 BMW X5 카피자동차도 있었다. 2005년 출시된 중국 솽환 CEO는 전면부는 혼다 CR-V를 후면부는 BMW X5를 닮았었다. 이 차는 짝퉁자동차라는 오명에도 전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였고 2008년에는 유럽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이런 중국의 짝퉁 문화를 부끄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여성 중 95%가 “가짜 가방을 들었을 때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중국 젊은이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중국 짝퉁차에 대해 “창피하다, 저급한 품질로 국가 이미지를 깎아먹는다”는 등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짝퉁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중국 짝퉁차의 대표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리판 320(BMW 미니 쿠퍼 짝퉁)은 2011년 첫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리판그룹 영업 부사장은 “2011년 리판320 출시 이후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는 25% 성장은 물론, 러시아와 남미 지역 수출 길도 열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판320의 중국 내 가격은 3만 6000위안, 우리 돈으로 약 600만 원이다. 반면 진짜 미니 쿠퍼의 중국 내 가격은 30만 위안선, 한화로 약 5300만 원이 넘는다. 짝퉁 미니보다 9배가량 비싼 셈이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