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두 가지는 일상에서 누구나 흔하게 하는 행동들이다. 하지만 무심코 하는 위와 같은 행동들이 사실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혹시 알고 있는가. 문제는 바로 ‘PC소재 플라스틱 용기’와 ‘페트병’에 있다. 주방에서 흔히 사용하는 쿠킹랩이나 통조림, 캔음료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사용이 편리한 만큼 위험 또한 도사리고 있으니, 문제는 바로 ‘환경호르몬(EDC)’이다.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그리고 왜 위험한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최근 유럽에서는 ‘환경 호르몬’에 대한 위험을 다시금 경고하면서 하루 빨리 허용 섭취량에 대한 규제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페트병 속에 여러 주에 걸쳐 물을 담아놓고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한 화장품의 일부 원료에도 EDC가 함유되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EDC에 많이 노출된 태아는 비만이나 제2형 당뇨를 앓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사실 PC소재 플라스틱 용기를 데우거나 페트병에 담긴 물을 마시거나 쿠킹랩을 사용하거나 통조림 음식을 먹는 이런 행동들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문제는 위험할 수는 있지만 ‘얼마나 섭취했을 때 위험한지’가 과학적으로 아직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때문에 이런 행동들이 불임, 당뇨, 비만, 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주장이 기우라고 말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소량일 경우 인체에 그다지 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해도 무방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과학자들은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지난달 브뤼셀에서 열린 환경호르몬 관련 회의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 이를테면 페트병, 음료수 캔, 화장품, 치약, 헤어스프레이 등에 함유되어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런 화학물질들이 인체에 매우 해롭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일상생활에서 다량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런 화학물질은 800개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플라스틱이나 캔뿐만 아니라 심지어 음식도 환경호르몬에서 안전하지 않다.
지난해 WHO와 국제연합 환경프로그램이 공동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EDC는 폐수, 농업용수, 쓰레기 소각 등을 통해 환경으로 유출되고, 음식물, 식수, 먼지, 공기 중의 가스 흡입 및 피부 접촉 등으로 인체에 노출된다.
이렇게 EDC에 노출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들로는 유방암 및 전립선암, 불임, 당뇨, 성조숙증, 비만, 자가면역질환, 천식, 심장질환, 뇌졸중,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기타 학습장애,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이 있다. 이 보고서에는 “수많은 합성 화학물질들이 호르몬 체계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제대로 된 검사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비만 인구가 급증한 것이 정말 EDC 때문일까. 환경호르몬에 가장 취약한 것은 태아다. 많은 과학자들은 엄마의 뱃속에서 EDC에 많이 노출된 아이일수록 훗날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농약이나 세균을 씻어 내기 위해서 과일은 반드시 깨끗이 씻어 먹어야 한다. 손세정제와 같은 항균성 제품도 환경호르몬 함유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캐나다에서 광범위하게 실시된 연구 결과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태아가 자궁 안에서 프탈레이트(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화학 첨가제)와 비스페놀A(BPA)에 많이 노출될 경우 훗날 비만 혹은 제2형 당뇨를 앓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남자아이가 프탈레이트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에는 ‘여성화’가 촉발될 수 있으며, 훗날 행동 발달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또 주목해야 할 것은 BPA다. 미국 내분비학회는 “BPA는 가장 위험한 화학물질 가운데 하나”라고 경고하면서 가능한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사실 BPA는 오늘날 수많은 제품에서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가령 페트병, PC소재 식품 저장용기 등에는 대부분 BPA가 함유되어 있다.
이에 2011년 유럽연합은 젖병에 BPA 사용을 전면금지했는가 하면, 올해 유럽 식품안전청은 BPA의 1일 허용섭취량을 대폭 낮추기도 했다. 이는 BPA가 간, 신장, 유샘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조치였다. 2004년 미국에서 실시된 조사 결과 역시 충격적이다. 6세 이상의 어린이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소변 검사 샘플의 93%에서 BPA가 검출됐던 것.
하지만 생활 깊숙이 사용되고 있는 BPA를 피하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국가환경건강과학연구소는 BPA에 노출되지 않기 위한 몇 가지 행동 요령을 권장하고 있다. 가령 ‘음식을 PC소재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채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말 것’ ‘가능한 통조림 제품을 먹지 말 것’ ‘음식은 유리그릇이나 도자기 또는 스테인리스 용기에 담을 것’ 등이다. PC소재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을 담은 채 전자레인지에 돌릴 경우 열로 인해 화학물질이 음식에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혹시 소량의 EDC는 괜찮을까. EDC가 얼마만큼 인체에 노출됐을 때 위험한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는 주장에 대해 미내분비학회는 “안전하거나 ‘허용 가능한’ 수준의 EDC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미 내분비학회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이 EDC에 노출되어 있다”면서 스스로 소비 습관을 바꾸지 않는 이상 EDC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말한다.
손세정제와 같은 항균성 제품에 대한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지난 2012년 임신부들에게 EDC를 피할 것을 권고하면서 특히 염색약, 인조가죽에 사용되는 연질 PVC 제품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와 더불어 트리클로산 같은 물질이 함유된 항균 제품도 일절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렇다면 매일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화장품의 일부 원료에도 EDC가 함유되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12년 덴마크소비자협회는 화장품 제조업체를 향해 17개의 EDC 사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으며, 이에 58개의 제조사들이 동의한 상태다.
프랑스의 로레알 등 일부 글로벌 브랜드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자사의 제품들이 WHO가 공식 규정한 환경호르몬을 함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은 그밖에 화학물질의 경우에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금지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령 한동안 화장품 원료로 사용됐던 석유와 납의 경우에는 위험성이 알려지지 않고 규제가 이뤄지기 전까지 수십 년간 무방비로 사용됐다.
하지만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을 둘러싼 경고에 대해 EDC를 사용하는 제조업계 측은 반발하고 있다. BPA와 프탈레이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업용 화학물질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호르몬과의 연관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규제부터 운운할 경우 오히려 막대한 비용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상생활 깊숙이 사용되고 있는 수많은 유익한 제품들을 무작정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에는 막대한 손실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위험을 방지할 생각이라면 노팅엄대의 내분비학과 교수인 리처드 아이벨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페트병을 구입할 때는 뒷면을 보라. 그리고 가능한 화학물질을 적게 함유한 제품을 구입하라. 만약 페트병에 적힌 화학물질의 이름이 생소하다면 이는 위험한 성분일 확률이 높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환경호르몬(EDC)은? 호르몬 분비 교란·방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환경호르몬이란 무엇일까. 환경호르몬의 정확한 명칭은 ‘내분비계 교란 물질(Endocrine-Disrupting Chemicals)’ 또는 줄여서 EDC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의 호르몬 분비를 교란 또는 방해한다는 의미다. EDC는 사실상 우리 몸의 활동(재생, 성장, 수면, 치유, 지능계발, 에너지 연소 등)을 대부분 통제하고 조절하는 화학적 메신저인 호르몬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메신저 역할을 하는 호르몬은 혈관을 따라 이동하면서 신체의 각 부분이 이에 따른 생물학적 반응을 일으키도록 한다. EDC는 바로 호르몬의 이동 경로와 동일하게 움직이면서 이런 시스템을 교란시킨다. 다시 말해 EDC가 수용기에 도달하면 호르몬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차단 또는 잘못 전달해서 비정상적인 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것이다. [주] |
전문가들의 대처는 “주방에서 플라스틱을 몰아냈다” 영국 의료기관 NUTH의 내분비학과장인 스티브 볼 박사는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때는 반드시 유리 접시를 사용한다. 그는 “플라스틱 속에 함유된 프탈레이트와 같은 화학물질이 열에 의해 음식 속으로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프탈레이트를 다량 섭취할 경우에는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PC소재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울 경우 열에 의해 화학물질이 음식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 그렇다면 소량을 섭취하는 건 어떨까. 이에 대해서 그는 “아직 검증된 바는 없지만 충분히 위험할 수 있다”면서 “가능한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이롭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나는 과일과 채소는 화학 잔여물을 제거하기 위해서 깨끗이 씻어 먹는다. 보통 유기농 제품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옥스퍼드당뇨센터의 독극물학 교수인 애슐리 그로스만은 “페트병에 담긴 물을 마시거나 페트병에 물을 다시 채워 넣을 경우에는 가능한 단기간에 마셔 버리는 것이 좋다”라고 충고한다. 여러 주에 걸쳐 페트병에 물을 담아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오래 지난 페트병은 차라리 버리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텍사스대의 안드레아 고어 약물학 및 독극물학 교수는 “환경호르몬이 호르몬을 교란시킨다는 것은 반박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나는 PC소재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으며, 페트병에 담긴 물도 마시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주방용품도 플라스틱에서 도자기로 바꿨으며, 포장된 가공식품보다는 신선한 식품을 먹는다”라고 덧붙였다. 글래스고대학의 미셸 벨링엄 교수는 “나는 데오도란트, 수분 크림 등 잠재적 위험이 있는 화학물질, 가령 파라벤, 프탈레이트, BPA 등을 함유한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물질들이 피부로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설거지를 하거나 농약을 뿌려야 할 때에는 꼭 고무장갑을 낀다. 아이들에게도 로션이나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한편 “집안에서는 방향제나 향초를 사용하지 않는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식은 구입하긴 하지만 절대로 열을 가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리즈대학의 앨라스테어 헤이 환경독극물학 교수는 비교적 경계를 하지 않는 편이다. 그는 “환경호르몬을 얼마나 섭취하느냐가 관건이다. 어떤 물질들은 극히 소량에만 노출돼도 위험한 반면, 또 어떤 물질들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나는 딱히 조절은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약이나 세균을 씻어 내기 위해서 야채나 과일은 반드시 깨끗이 씻어 먹고 있다고 말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