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새누리당 의원 보좌관(4급)은 “예결위원인 데다 계수조정소위 위원이기도 해서 연말 행사는 대부분 참석하기 어렵다고 통보를 해버렸는데 실제로 이렇게 처리될지 솔직히 몰랐다”며 “오히려 고생했다며 꼭 와서 자리를 빛내달라는 요청이 많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해마다 연말이면 지역구 송년회나 각종 행사가 줄줄이 열린다. 하지만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의원들은 국회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아도 됐다. 지역구 예산 이야기를 들먹이면 욕을 덜 듣는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일단 동창회, 송년회, 이런저런 모임에 가서 술 한 잔씩만 받아먹도 녹다운이 된다. 그래도 국회 핑계로 드문드문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올해는 댈 핑계가 원천봉쇄됐다. 다들 얼굴 보며 쓴웃음을 짓는다”고 말했다. 잦은 음주를 예상하고 건강식이나 건강음료를 챙겨놓는 곳도 꽤 늘었다.
정기국회가 열렸던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보좌진들이 카메라로 직접 촬영하는 소동이 올해도 꽤 빚어졌다. 연말이면 참석하지 못할 행사에 축사나 인사말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내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동영상을 위해 광고회사까지 동원했다는 후문이다. 올해는 모두 도루묵이 됐다.
일단 여야는 정기국회 폐회 이후 산적한 현안과 계류 법안 처리를 위해 15일부터 한 달간 임시국회를 소집키로 했다. 하지만 본회의를 제외하고서는 마땅히 지역구 행사를 외면할 까닭이 없어졌다. 자칫 국회 핑계를 잘못 댔다가는 총선 분위기가 후끈할 내년부터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전전긍긍하는 이들이 많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정윤회 문건 파문 때문에 임시국회를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당 지도부가 고심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사자방 국정조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나기라도 맞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이번 임시국회는 지도부 싸움이지 일개 의원들로선 별로 할 일이 없다”고 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