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 신간이 나오는 두 달 동안 아이들은 캐릭터들의 각 장면 대사를 외울 정도로 읽고 또 읽는다. 일부 아이들은 네이버에 마련된 ‘코메’ 팬 카페의 ‘다음 권 예상’ 코너를 통해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코메’ 이후 스토리를 올리며 신간을 애타게 기다리기도 한다.
학교에 가져가면 ‘인기 짱’이 될 정도로 아이들의 보물 1호로 자리매김한 ‘코메’가 지난해 12월 20일 37권 발간과 함께 1000만 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4년 4월 25일 1권 초판 이후 총 500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메’의 1000만 부 돌파 비결을 살펴봤다.
‘코메’에는 각각 다른 색깔을 가진 8명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들은 곳곳에서 나타나는 위험한 적들을 ‘우정’이란 무기로 물리친다. 서울문화사 ‘코메’ 제작팀도 이들 못지않은 우정을 자랑한다.
1월 20일 기자와 만난 서울문화사 아동기획팀 최원영 팀장은 “독자를 사랑하고 동료를 존중하는 제작팀의 팀워크가 ‘코메’ 1000만 부 돌파의 첫 번째 비결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코메’ 1권을 3분의 2 정도 작업했을 무렵 최 팀장은 스토리 작가를 교체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선 재미와 동시에 독창적인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난 송도수 작가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코메’를 정상에 올려놓았다.
특히 송 작가는 편집자와의 첫 만남에서 “한 명의 편집자를 감동시키지 못하는 작가는 결코 다수의 독자를 감동시킬 수 없다. 편집자가 수정을 원한다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해줄 것”이라 말해 최 팀장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코메’ 5권부터 그림 작가로 활동한 서정은 씨는 미리 작업된 캐릭터에 색깔을 입히는 작업을 해온 ‘코메’ 제작팀의 일원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3D 기법을 만화에 도입한 ‘숨은 능력자’로 알려진 서 작가는 아이들의 상상력에 부응하는 보다 입체적인 그림, 풍부한 색감을 위해 독학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코메’ 제작팀은 독자의 반응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꾸준히 책 속에 반영해왔다. 네이버에 마련된 팬 카페에 올라오는 글들을 모두 확인하는가 하면 매달 도착하는 2000여 통의 애독자 엽서 역시 따로 시간을 할애해 꼼꼼히 읽어본다고 한다. 이렇게 모인 팬들의 반응은 ‘코메’ 지면 곳곳에 반영된다.
실례로 지난 2006년 12월 발간된 ‘코메’ 19권부터는 지면 아래 남는 공간을 할애해 애독자 엽서 등에 담긴 팬들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만화가의 일상을 궁금해 하는 많은 팬들을 위해 ‘만화가 서정은의 화실 이야기’란 코너를 지면에 넣어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또한 지면에 ‘내 솜씨 최고’라는 코너를 마련해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팬들의 그림 중 잘된 작품을 골라 서 작가의 소감과 함께 소개해줘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있다.
‘코메’ 제작팀은 1000만 부를 돌파한 이번 37권부터 정기구독을 받고 있다. 다음 책이 언제 나올지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을 헤아려 지난 한 해 동안 시범 운영을 거친 끝에 도입하게 됐다고 한다. 이는 ‘코메’ 신간을 사달라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몇 차례 서점에 갔다 헛걸음하는 학부모들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줄 것으로 제작팀은 기대하고 있다.
‘코메’는 국·영·수 외에 ‘상상력’이란 새로운 과목을 신설해 학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코메’는 주어진 상황에 캐릭터들이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 궁금증을 유발시켜 상상력을 키워주고 있다. 또한 어려운 용어의 뜻을 상세하게 풀이해줘 아이들의 어휘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최 팀장은 “부모님들이 ‘코메’를 직접 보고 아이와 줄거리를 가지고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대화 시간이 늘고 친밀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코메’를 처음 접했다가 자신 역시 ‘코메’ 팬이 됐다고 밝힌 학부모들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코메’ 제작팀은 1000만 부 돌파에 만족하지 않고 2000만 부 돌파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에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페이지 가득 생명력 넘치는 스토리를 담아 ‘상상력’ 과목의 교과서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겠다는 각오다. “한 권 한 권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만든다”고 말하는 제작팀의 열정에서 2000만 부 돌파라는 목표가 머지 않아 현실이 될 것으로 보였다.
'코메'의 뒤를 잇는다 '수학도둑' 150만부 돌파
'도도'와 함께 수학을 잼나게~
딱딱한 개념 설명과 진부한 캐릭터 설정으로 아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기존 수학만화와는 시작부터가 다르다. <수학도둑>은 ‘코메’ 14권과도 연결된다. ‘코메’ 14권에서 자이언트 우드로 변신한 주인공 도도가 본 모습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두 명의 도도가 생겨나게 된다. 한 명은 탈출에 성공해 ‘코메’의 스토리 속에 계속 등장하지만 다른 한 명은 블랙홀을 통해 <수학도둑> 세계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다른 세계로 온 도도와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수학 원리와 개념을 터득하게 된다.
‘시스템 수학’ 원장인 여운방 응용수학 박사는 <수학도둑>에 자신이 직접 만든 수학 문제와 개념을 소개해 아이들의 체계적인 수학 학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수학도둑> 14권부터는 지면 아래 공간에 ‘바우의 OX퀴즈’를 새롭게 선보여 재미와 학습 두 가지 요소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서울문화사 아동기획팀장 최원영 팀장은 “<수학도둑> 15권부터는 책 뒤편에 원리 설명과 수학 문제를 묶은 워크북을 넣을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워크북을 따로 가지고 다니면서 학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또 “4권까지 출간된 베스트셀러 <한자도둑>에 이어 <영어도둑> 출간을 준비 중이다”고 말해 또 다른 베스트셀러 학습 만화 출간을 예고했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