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철저한 신원확인 후 최적의 배우자감을 소개시켜준다’는 광고와 달리 결혼정보회사를 둘러싼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가 낭패를 봤거나 악질회원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회원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피해자들이 하소연할 곳도 없을 뿐 아니라 보상받을 방법조차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결혼정보업체의 천태만상 영업실태 속으로 들어가 봤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프로필을 속이는 ‘몹쓸’ 회원이 일부 있다는 것이다. 단순 교제가 아닌 결혼을 전제로 만남이 이뤄지는 결혼정보회사의 특성상 회원의 정확한 신원 및 프로필은 무척 중요하며 반드시 검증돼야 할 사항이다. 정직한 프로필은 결혼정보회사 측이 각 회원을 매칭하고 만남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회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소개 프로필을 보고 만나보면 사전정보와 전혀 다르거나 상대방에게 필히 알려야 할 사실을 감추고 나온 회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지난 2008년 초 유명 결혼정보회사의 온라인 사이트에 가입한 A 씨(여·32)는 화려한 프로필을 가진 회원 B 씨(남·33)와 만남을 갖게 됐다. B 씨는 명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기업 연구원에 재직 중인 인물로 결혼정보회사에서 상위 레벨로 분류한 일명 ‘다이아몬드’ 등급 회원이었다. A 씨로서는 가입 전 호적등본 및 졸업증명서·재직증명서 등을 확인했다는 회사 측의 회원 인증 시스템을 믿고 B 씨와 만남을 이어나갔다. 이후 두 사람은 결혼을 전제로 잠자리를 갖는 관계로 발전했다. 하지만 얼마 후 A 씨는 충격적인 일을 당하게 된다. B 씨의 아내라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었다. B 씨는 2006년에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었다.
유부남이라는 사실이 발각되자 B 씨는 회원에서 탈퇴하고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 분한 마음을 누를 수 없었던 A 씨는 B 씨의 직장으로 연락을 취했지만 B 씨는 “앞으로 네가 결혼할 남자에게 나와의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되레 그녀를 협박했다. A 씨는 자신을 농락한 B 씨를 혼인빙자간음죄로 고발하려 했지만 얼마 전 대법원의 위헌판결을 떠올리고 포기했다. 현재로선 B 씨를 형사처벌할 방법도 없는 셈이다. A 씨를 더욱 분노케한 것은 결혼정보회사 측의 태도였다. A 씨에 따르면 회사 측은 “혼인 유무는 당사자가 회사에 통보해야 하는 의무사항이기에 회사는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유명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미혼행세를 하며 여성회원을 만나던 남성이 업체 사이트에 ‘반성문’을 게재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여성은 “결혼 사실을 속이고 교제해도 업체나 해당 회원 누구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반성문 하나면 끝나는 게 현실”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교제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2008년 10월 15일 서울강남경찰서에는 한의사 행세를 하며 결혼정보회사에 가입, 전문직 여성과 결혼까지 한 간 큰 사기꾼이 검거되기도 했다. C 씨는 결혼정보회사에서 소개받은 한의사 D 씨(남·37)와 만남을 가졌고 반 년 뒤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결혼 후 D 씨는 갖은 핑계를 대며 처가에서 수억 원을 뜯어내면서도 혼인신고는 미뤘다. 결국 D 씨는 임신한 C 씨에게 낙태를 강요하는가 하면 장모를 폭행하기도 했다. 이에 격분한 C 씨는 변호사를 고용해 결혼비용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C 씨는 이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수성가한 한의사라는 D 씨의 프로필이 몽땅 가짜로 드러났다. 무직인 D 씨는 한의대에 다니는 동생의 이름과 프로필을 도용해 사기극을 저지른 것이었다.
수년 전에는 도곡동 호화아파트에 사는 자산가 행세를 하며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여성을 농락한 50대가 구속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결혼정보회사가 회원들을 농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준수한 남성 회원들의 프로필을 보여주며 가입만 하면 이런 남성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는 F 씨(여·33)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고 한다.
“나와 비슷한 학벌의 금융권 근무 남성을 매칭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매번 마흔이 넘은 대머리 자영업자나 수준이 떨어지는 남자를 소개시켜 주기에 항의했더니 회원가입 때와 말이 달랐다.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나중엔 ‘그러니까 당신이 남자들에게 안 팔리는 거다. 고소하려면 해라’는 막말까지 들었다.”
G 씨(여·31)가 겪은 상황도 비슷했다. 그녀는 “업체 측은 상대 남성에 대해 괜찮은 연봉을 받는 대기업 대리라고 했으나 만나보니 대기업 하청업체 계약직 직원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H 씨(남·36)도 “명문대 유아교육학을 전공한 날씬하고 단아한 미모를 지닌 유치원 교사라고 소개받았으나 보육교사양성학원을 수료한 어린이집 교사였고 외모도 전혀 딴판이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여성이 그 업체 상담원이었던 경우도 있다. I 씨(남·34)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항의했으나 “결혼정보회사 직원들은 결혼 안 하냐?”라는 황당한 반박만 들어야 했다.
맞선자리에 일반회원 대신 일명 ‘맞선 알바’를 고용해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일부 결혼정보업체는 구직사이트에 ‘맞선 알바’를 구하는 광고를 버젓이 올리기도 한다.
한 여성은 “성형외과 전문의인 남편에게는 한 달에 두세 번꼴로 결혼정보회사로부터 연락이 온다. 유부남이라 밝혀도 ‘기분전환 하시라’며 만남을 권유하기도 한다”며 황당해했다.
고학력자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J 씨(여·36)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피부과 전문의를 소개받았으나 “‘가입비를 받지 않을 테니 가볍게 데이트나 하라’는 매니저의 등살에 떠밀려 나왔다”는 남성의 ‘고백’에 큰 상실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를 무조건 결혼정보회사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의 전현정 매니저는 “인륜지대사라 불리는 혼사를 두고 신분상승이나 ‘혼테크(혼인을 통해 재산증식을 꿈꾸는 행위)’ 같은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전 매니저는 최근 유명 결혼정보회사와 관련된 잇단 불미스러운 사건들에 대해서도 “업체 자체적으로 더욱 철저하게 회원 검증 시스템을 마련하고 신성한 혼인을 회원 모집에만 치중하는 등 비즈니스로 폄하하지 않는 각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세부적인 사안들은 당사자들끼리 교제를 통해 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회원들 스스로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