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펜션이나 호텔에 삼삼오오 모여 즐기는 변태성 ‘룸 파티’가 성행하고 있다. 사진은 VVIP 룸을 갖춘 서울 시내의 한 클럽.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파티 장소로 유명한 숙박업소들은 다양한 테마로 방을 꾸며 놓는다. 테마에 따라 노래방 기계, 최신 게임기, 조명, 수영장, 당구대 등을 설치해 다양하게 놀 수 있도록 해준다. 하룻밤 평균 20만~50만 원의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밤새도록 놀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홍대의 한 부티크 호텔 관계자는 “주말은 내년 1월 중순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대부분 3~5명의 단체손님들이다. 일정 비용을 추가하면 술, 음료, 안주도 제공하고 있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일반 방들도 크리스마스 전후는 만실이다. 연인들도 많이 오고 주변 클럽에 가기 전 부킹 성공을 대비해 미리 예약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편하게 놀고먹을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룸 파티’에 숨겨진 은밀한 인기비결이 있었으니 바로 ‘초대 손님’들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클럽 파티플래너로 활동하고 있는 정 아무개 씨(26)는 “부부나 연인의 잠자리를 돕는 ‘초대남’ ‘초대걸’이 파티에도 등장하고 있다. 남자들끼리 모인 파티에는 ‘초대걸’이, 여자들끼리 모인 파티에는 ‘초대남’이 온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클럽 ‘VVIP 룸’을 잡아 ‘초대남’ ‘초대걸’을 불러 놀기도 한다. 이들은 유흥업소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인데 대부분 인터넷 사이트나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한다”고 말했다.
커플도 아닌 동성끼리의 파티에서 ‘초대남’ ‘초대걸’을 부르는 이유는 뭘까. 정 씨는 “노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초대남녀의 옷을 벗기고 만지는 것에서 끝날 때도 있고 집단 성관계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20대 중반 여성들이 모인 방에 플래너로 갔는데 대놓고 ‘초대남’을 요구했다. 막상 ‘초대남’이 오니 처음엔 부끄러워했는데 술에 취하자 서로 옷을 벗기고 난장판이 됐었다”고 말했다.
성인전용 온라인커뮤니티사이트를 살펴보니 초대남녀와 함께한 파티 후기는 물론이고 지금도 ‘초대남’ ‘초대걸’를 구한다는 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날짜와 시간, 장소, 참석자들의 간단한 신상을 알려주고 흥미가 있으면 연락을 달라는 식이었다. 기자도 20대 여성들의 파티에 초대한다며 글을 올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명이나 모이나” “수위는 어디까지 원하나” “비용은 얼마나 부담하면 되나” 등의 호기심 어린 반응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자세한 얘기를 들으려 댓글을 단 남성들에게 신상정보를 물었더니 모두가 꺼리며 연락을 끊었다.
꼭 방을 잡아야만 ‘광란의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짝을 찾지 못한 솔로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나이트클럽과 클럽에서 여는 파티도 사랑에 굶주린 자들의 천국이다. 이들의 부킹을 돕기 위해 각 업소마다 독특한 이벤트도 진행하는데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도 연출된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한 부산의 한 클럽은 아예 이벤트 이름부터 ‘짝짓기’로 정했다. 앞서 서울의 유명 클럽에서도 진행하려 했던 이벤트지만 비난 여론을 이기지 못해 전면 취소했던 것이었다. 부산의 클럽에서 광고한 이벤트 내용은 이랬다.
“동성끼리 클럽을 찾은 뒤 부킹을 시도해 성공하면 선착순으로 VIP 룸과 보드카를 무료로 제공하겠다. 이 방은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선착순에 들지 못했더라도 실망하지 말라. 부킹을 통해 합석한 테이블의 스킨십 수위가 진하면 인근 모텔 이용권을 무료로 제공하겠다.”
마음껏 만지고 더듬다 키스까지 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 연말 서울 강남의 한 클럽을 찾은 박 아무개 씨(27)는 “전국적으로 ‘터치 이벤트’가 유행해 호기심에 가봤다. 클럽에서 나눠준 스티커를 신체 곳곳에 붙이고 입장하는데 ‘여긴 만져도 된다’는 뜻이다. 여자들은 주로 가슴이나 엉덩이에 붙이고 남자들은 배 또는 허벅지에 부착한다. 술에 취하면 입술부터 점점 은밀한 부위까지 스티커가 붙더라.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되니 부킹 성공률도 좋았다. 올해도 친구들과 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흥업소에서도 연말 시즌을 맞아 ‘새로운 얼굴’ 찾기에 혈안이다. 손님들을 끌기 위해 이벤트 형식으로 일정기간만 여대생들을 고용하는 업소들도 있다. 서울 강남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남성은 “수요와 공급이 딱 맞아떨어지는 시기다. 방학을 맞은 여대생들은 아르바이트자리를 찾고 우리들도 신선한 얼굴이 필요하다. 제대로 일을 시키면 부담을 갖기 때문에 일주일에서 한 달만 일 한다. 돈으로 줄 때도 있는데 대부분 ‘일주일에 명품가방 1개’ 이런 식으로 딜을 한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