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당 재판관들의 구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한철 헌재소장(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관 임명)과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 3명은 대통령이 추천한 인사로서 보수 성향을 지니고 있다. 대법원장이 추천한 인사도 3명이다. 진보 성향인 이정미 재판관은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인사이며, 보수 성향의 이진성, 김창종 재판관은 현직인 양승태 대법원장이 추천한 인사다. 정당 추천 인사 역시 3명이다. 보수 성향의 안창호 재판관은 여당 추천 인사이며 중도 성향의 강일원 재판관은 여야합의에 따른 추천 인사다.
유일한 반대표를 던지면서 가장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김이수 재판관은 평소 진보 성향을 지닌 야당 추천 인사다. 각각 진보 성향과 중도 성향을 지닌 이정미, 강일권 재판관이 ‘인용’ 판결을 내린 것에 비춰볼 때, 더욱 두드러진 선택이었다.
김 재판관은 기각 이유에 대해 ‘통진당 강령 등에 나타난 진보적 민주주의 등 목적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 일부 당원의 활동은 통진당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없다’며 ‘강제적 정당 해산은 민주주의 체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당의 자유 및 정치적 결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을 초래한다. 해산 결정은 사상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소수자들의 정치적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이수 재판관은 1953년 전북 정읍에서 출생한 호남 인사이며 전남고와 서울법대를 졸업했다. 1977년 사시 19기로 합격한 그는 1982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명되면서 법조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지법·고법 부장판사, 청주·인천지법원장, 특허법원장, 사법연수원장을 지내고 2012년 당시 통합민주당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올랐다.
김 재판관은 익히 현직 재판관 9명 중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지닌 인사로 알려졌다. 그는 대학시절에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약 2개월간 구금된 바 있으며, 그의 부인 정선자 씨 역시 당시 양심선언문 배포로 인해 징역 1년의 실형(긴급조치 9호 위반)을 선고 받아 만기 출소한 경력이 있다. 부부 모두 운동권 출신인 셈이다.
김 재판관의 그간 재판 이력도 이러한 그의 성향을 반영한다. 2004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당시 논란이 됐던 전철역사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건에서 그는 도시철도공사의 손해배상책임 인정 판결을 내려 장애인들의 교통수단 접근권에 큰 획을 그었다.
지난 8월에는 교원노조법 제3조에 대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 이정미 재판관과 함께 ‘국가정책에 대한 공무원 집단의 비판 행위라 하더라도 그것이 국가 전체의 공익을 위한 건전한 비판 행위로서 부분 이익을 꾀하는 파당적 행위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이는 장려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전교조 손을 들어줬다.
후배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인간미와 합리적 사고가 적절히 공존하는 선배’라는 평이다. 이밖에 그는 풀코스 완주 10회 경험의 마라톤 마니아이며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의 애창곡은 ‘애수의 소야곡’이다.
한편 정당 해산 심판에 대한 압도적인 판결에 따라 헌재 구조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미 공론화되고 있는 ‘대법원장 직선제’가 큰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압도적인 결과의 가장 큰 배경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대법원장이 사실상 해당 정권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는 비판에서 비롯된다. 이미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재판관 이외에도 3명은 대통령이 1명은 여당이 추천권을 지니기 때문이다. 여야 동의로 추천하는 1명을 제외하면, 야당의 추천권은 고작 1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헌재 재판관 추천권을 가진 대법원장의 직선제 도입은 3권 분립의 실질적 완성’이라는 시각을 견지하며 적극 도입을 주장하는 한편, 일각에선 ‘후보자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질적 인지 불가능’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당 해산 심판 이후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